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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여행기 VI - 긴자 탐험기 1"

by 피터K 2021. 7. 31.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오늘은 도꾜에서의 마지막 밤이 된다. 내일이면 도꾜를 뒤로 하고

교또로 떠나게 된다. 교또로 움직이면서 그 유명한 고속 열차

'신간선'을 타 볼 수도 있고, 또한 교또에 가면 키즈의 '무심' 아저씨한테도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도꾜를 떠난다는 것은

약간 아쉬운 일이었다. 아마도 그 아쉬움의 원천은 내가 많은 것을

담아 가지 못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부지런히 방으로 올라와 책상에 앉았다. 우선 친구에게

일본에서의 첫 편지를 썼다. 어쩌면 내가 서울에 도착한 후에나 

배달 될지도 모르는 편지였지만 그래도 이국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조금은 색다르고 받는 사람도 기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쓰고 나서 난 어제 지하철 역에서 얻어온 도꾜 지하철 노선표를

펼쳤다. 그리고 내가 오늘 밤에 가 볼 수 있는 곳을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목표는 가까운 곳이어야 했다. 11시까지는 돌아 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11시를 내 작은 여행의 마감시간으로 정한 것은 내일 아침 일찍이

호텔 check out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크게 둘러가는

노선에 있다거나 혹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장소는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지하철 노선도만 보고는 내가 쉽게 가 볼만한 곳이 찾아지지 않았다.

우선 지리도 잘 모르는데다가 이미 저녁 시간이 지났으므로 새로 구경을

갈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져간 여행책에는 대부분의 상가나

박물관등이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고 나와 있었다. 따라서 구경거리가

있는 장소는 고를 수 없었다. '신주꾸'같은 곳은 마치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지만 이미 첫날 다른 사람들과 가 보았던 곳이었다. 게다가 어제

얻은 그곳의 인상이 과히 좋지 않았다. 길을 지나 가는데 자꾸만 누군가

옆에 와서 술집이나 쑈 장으로 호객 행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난 여행책을 참고 하기로 했다. 도꾜에서 가 볼 만한 곳의 소개를

읽다 보니 대부분 낮에 구경할 수 있는 것 중심으로 나와 있었다.

그 중에 그래도 내가 고를 수 있는 곳은 '긴자'였다. 이 곳은

미국의 월 스트리트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금융과 유통의 중심지인

곳이었다. '긴자'를 선택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머무는

'이께부꾸로'에서 '긴자'로 가는 지하철 노선이 바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영어도 잘 안 통하는 편인데 (일본어에는 받침이 거의 없다.

따라서 그들은 영어를 그다지 잘 하지 못 하는 편이다. 게다가 받침이 없이

연철 시켜서 읽는 일본식 영어가 존재한다. '티켓'이 발음이 안 되어

'티케토'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 영어로 이야기 하기란

두 사람의 벙어리가 서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갈아 타는 것까지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낮에 가는 것도

아니고 한 밤중에 혼자서 가려는 길인데 말이다. 

'긴자'로 목적지를 정하고 나서 난 호텔방을 나와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약간의 난관에 부닥치고 말았다. '이께부꾸로'역이

어지간히 큰 역이라서 4개의 노선이 한꺼번에 거쳐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4개의 노선 중에서 '긴자'로 가는 노선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처럼 1호선, 2호선 같이 노선이 번호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한참을 노선표에 붙어서 '긴자'를 찾으니 빨간 색 노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아하, 색깔로 구분하면 되겠구나.. :)

게다가 노선표를 잘 보니 이 노선은 '이께부꾸로'에서 출발하는 노선이었다.

'이께부꾸로'에서 '긴자'역까지는 180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350원이었다. 어휴.. 이거 보통이 아니구나... 우리 나라로 치자면

400원짜리 1구역 정도인데.... :(

일단 표를 끊고 나서 난 160엔짜리 표를 하나 더 끊었다. 이건 기념품. ^^;


개찰구를 통과해서 열차를 기다려 드디어 '긴자'로의 여행을 시작하였다.

열차가 움직이면서 난 몇번째 역이 '긴자'인지 잘 세어 보았다.

물론 안내 방송으로 '무슨 역입니다'가 나오지만 그 길게 나오는 

안내 방송 중에서 어느 부분이 역 이름인지 도통 알아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 이러다가 도꾜 끝까지 가는 것은 아닐지.. ^^;

하지만 역의 숫자를 헤아리려 보니 열차 안 노선표가 우리의 것과는

색달랐다. 노선표가 길게 그려져 있고 각 역에는 작은 전구가 있어

지금 도착하는 역이 무슨 역인지 알려 주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긴자'역에 도착하면 '긴자'역이라고 쓰인 노선표 위의 빨간 전구가 

깜빡 깜빡 거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역을 놓칠까봐 걱정하지 않고

'긴자'에 가면 무엇을 볼지 여행책을 들여볼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