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자유 배낭 여행이 아니라 연수란 이름으로 일본을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내 스스로 일본을 돌아볼 시간은 무척이나 부족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고는 하루 일과가 끝난 다음 저녁 시간이후
자유 시간뿐이었다. 연수란 이름이 붙어서 그런지 낮 동안은 가이드
아주머니가 버스 타고 돌아 다니면서 이곳 저곳을 구경하는 일이 많았다.
도시바 과학관과 Sharp 전시관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광 코스를
둘러 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때론 내 스스로 혼자 돌아 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말은 안 통하지만 풍부한 바디
랭귀지가 있으니까.. :)
도꾜에서 머물은 곳은 약간 북쪽에 있는 '이께부꾸로'라는 곳에 있는
Sunshine city Prince Hotel이란 곳이었다. 하루가 지난 다음에 알았지만
이 '이께부꾸로'라는 곳은 '신주꾸' 이후로 새로 조성되는 젊은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신주꾸'라는 곳이 예전부터 있던 서울의
신촌이라고 하면 '이께부꾸로'라는 곳은 압구정 정도 될까? 그렇지만
그렇게 번쩍번쩍 한 곳은 아니고 이제 막 크고 있는 구역쯤 될 것이다.
도꾜에서 첫 여장을 푼 날 나는 선배 형과 함께 (우리 실험실에서 3명이
같이 갔다. 세 사람 공동으로 공모전에 응모하여 당선되었기 때문에)
'이께부꾸로' 탐험(?)에 나섰다. 도대체 이 근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이건 말하자면 사전 조사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저녁 식사 후 자유 시간에 혼자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돌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어디가 어딘지
알아야 하지.. 그래서 일단 주위 조사부터 한 것이다. :)
Sunshine city는 약 60층 정도 되는 빌딩의 이름인데 그 밑에 상가가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이께부꾸로'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호텔에서 빠져 나오니 이 지하 상가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상가를 조금
헤매다 보니 한켠에 'Subway station ->'이란 푯말이 보였다. 음..
이 방향으로 가면 지하철 역이 있군..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화살표만
따라서 갔다. 난 처음에 지하철 역 찾는 것이 참 간단할 줄 알았다.
지하 상가를 따라 가다 보면 지하철 입구가 나타 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 화살표를 따라 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화살표는 지하 상가 입구에서 그만 딱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나온 곳은 '이께부꾸로'의 번화가 한 복판이었다. 음냐...
대체 지하철이 어디 있다는거야??? @.@
할 수 없이 선배와 나는 그 번화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일단 목적은 실패(?)했으니까 눈요기나 하자..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 골목은 마치 명동 골목 같았다. 크기도 비슷했고 가운데 차도가 있기는
하지만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그렇게 눈요기 하면서 걷기를
한 15분 정도.. (눈요기 거리는 나중에 다시 쓰도록 하자.. ^_^ )
앞에 커다란 백화점이 보이는 큰 길이 보였다. 비유 하자면 명동 성당 쪽에서
걸어 나와 명동 입구의 미도파 백화점을 본 셈이었다.
음.. 이거 아무리 찾아도 지하철은 없군... 실패란 말인가.. :(
할 수 없이 갔던 길을 되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구경한
길을 다시 구경하면서 오는 것은 지루한 일! 그래서 형과 나는 용기(?)를
내서 뒷골목 쪽으로 향했다. 일본은 치안이 잘 되어 있어서 밤에 혼자 다녀도
괜찮다는 책의 말을 믿고서 말이다. (음.. 이거 믿을 수 있는 책인가?? ^^;)
그렇게 뒷골목 쪽으로 돌아 다시 호텔로 돌아 오는 길이었는데 지하 상가에서
이제 막 밖으로 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같이 온 일행 중에
한 분의 친구가 여기 살아서 그 분의 안내로 시내에 가던 참이었다.
잘 되었다 싶어서 나와 형은 같이 합류했다. 어떻게 시내에 가냐고 물어
보니 지하철을 탄단다. 그래요?? 그게 어디 있는데요?
'이께부꾸로' 골목 끝에 있단다. 음냐... 다 뒤졌는데... :(
그 분의 뒤를 쫄쫄 따라 갔다. 그 분은 우리가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 가시는 것이었다. 에구.. 우리가 아까 그냥 지나쳤나 보다...
우리가 갔던 길을 계속 해서 따라 가니 백화점이 보였다. 우리가 아까
왔던 길의 끝이다. 어, 근데 그 백화점 앞에 지하도가 하나 있네...
으윽.. 이게 입구구나.. T.T
그런데 왜 이걸 못 봤을까...
일단 지하철 역은 찾았다. (남의 도움은 받았지만..)
이걸로 피터의 도꾜 밤거리 여행은 준비가 끝난 셈이었다.
음.. 이제 밤거리 여행을 시작해 볼까나....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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