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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여행기 VIII - 신간선 탑승기"

by 피터K 2021. 7. 31.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 란다우님에 'TGV와 ICE의 탑승기'의 맨 마지막에 보면 '신간선은

    언제 타 보나..' 하는 구절이 나온다. 그 '신간선'을 피터가 

    타 보았다.  :)  *!*

'신간선'. 이것은 익히 아시는 바와 같이 일본의 고속철도 이름이다.

우리 나라 고속철도 입찰시 프랑스의 TGV와 독일의 ICE, 그리고

일본의 이 '신간선'이 경쟁으로 붙었는데 '신간선'은 기본 속도가

다른 두 고속열차에 비해서 느리고 또한 일본의 열차가 또 다시 우리나라의

국토를 관통할 수 없다는 반일 감정까지 겹쳐 일찌감치 중도 탈락했었다.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도 일찌감치 포기를 했었다.

'신간선'은 일본의 최북단(홋까이도(북해도)는 빼고... 아직 거기는

안 들어간 걸로 안다)부터 최남단(물론 .. 오끼나와 열도도 빼고... )까지

연결되어 있는 일본의 중추 고속열차이다. 우리나라에 비기자면

새마을호 같다고나 할까. 중간 중간의 중요한 곳에서만 서니까 말이다.

우리가 지금 고속 철도를 새로 놓고 있는 것처럼 이 '신간선'도

기존의 철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 깔은 철로를 달린다.

그래서 '신간선'이 머무르는 역은 기존의 역과는 떨어져 있고 대부분

'신(新) 무슨 무슨 역'으로 불리운다. 예를 들면 '오사카'역은 기존의 철도가

다니고 '신오사카'역은 '신간선'만 서는 역이다. 


우리가 탄 구역은 '도꾜'부터 '꾜또'까지의 구간이다. 정확한 거리는

모르겠지만 지도 상으로는 거의 서울, 부산 정도의 거리이다. 

이 거리를 '신간선'은 2시간 30분만에 주파한다. 중간엔 딱 2번 섰을 뿐이다.


내게 있어서 불행한 일이라면 이 '신간선'을 밤에 탔다는 것이다.

우리가 '도꾜'를 출발한 것이 저녁 6시 30분. 그러니 해는 이미 지고

주위는 어둑어둑해 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

그러니 대체 이 열차가 달리고 있는 건지, 또는 얼마나 빠른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잠시 초기에 비행기 타는 것처럼 약간의 뒤로 쏠림을

빼고는 말이다. 옆에 같이 탔던 선배 형이 이렇게 말했다.

"이거 가고는 있는거냐???"

하지만 이 말이 우스운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 말에는 참 묘한

뉴앙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번이라도 새마을호를 타 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마을호가 얼마나 쿵쾅거리면서 달리는지를...

반면에 '신간선'은 대체 열차가 가고 있는건지 서 있는건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조용하게 움직인다. 거의 미동이 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달리는가에 대한 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느낄 수는

있다. 우선 막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 몸이 뒤로 약간 쏠림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간에 터널을 지나가게 되는데 터널을 막 들어 서는 순간 귀속이

멍해진다. 이건 갑자기 주위 압력이 바뀌기 때문인데 저속 열차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부산 정도의 거리를

2시간 30분만에 왔다는 사실!


'신간선'은 약간 폭이 넓은 편이다. 한 줄에 3명, 2명이 앉게 되어 있어서

모두 5명이 앉는다. 새마을 호와 비교하면 한 사람이 더 앉을 수 있는

것이다. 무궁화 호도 5명이 앉지만 그건 4명 앉을 자리에 5명의 자리를

넣은 것이니 자리에 앉아 있으면 비좁음을 느낀다. 또한 열차 객실 끝마다

있는 휴게실(화장실과 세면대가 있는 곳)은 일본이라는 나라답게 무척이나

깨끗하다. 모든 벽과 장식이 부드러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약간 따뜻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400km나 되는 거리를 2시간 30분 정도에 주파하기 때문에 이 열차는

출퇴근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즉, 부산에 집이 있는 사람이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회사의 최 고위층의 엘리트로

회사에서 모든 비용이 나온다고 한다. 빠른 만큼 차표값도 비싸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13000엔 정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차표를 기념으로 가지려고 했지만 개찰구에서 가차없이 뺏어

버리더라... T.T  *!*


일본을 나타내는 흔한 사진으로써 이 '신간선'이 후지산 밑을 지나는

사진이 있다. 아마도 낮에 '신간선'을 탔더라면 후지산을 보았을

것이다. 내가 정말 정말 후회하는 것은 왜 이 '신간선'을 밤에 

탔느나 하는 것이었다. 어이구.. 아까워.... :(



ps: 후지산을 볼 기회가 두번 있었다. 한번은 '신간선'을 타고

그 밑을 지나갈 때였으나 밤이여서 볼 수가 없었다.

두번째 기회는 서울서 '도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비행기가 일본을 가로 질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남쪽 해안선을 따라

비행했기 때문이었다. 난 비행기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앉아 있던

일행이 내게 말했다. "아까 창밖으로 후지산이 보였어요. 정말

멋있던데요...."  

흑흑... 난 비행기 안에서 내내 잤었던 것이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