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일본의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면적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한다.
인구는 1억 2천만명쯤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남북한을 합쳤을 때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 문제점이 하나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고 평야가 엄청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땅이
아주 넓으면서도 대부분이 사막이라 해안가에만 옹기 종기 모여 사는
호주처럼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모여 사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한 사람당 돌아 가는 면적의 크기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가 단적으로 나타나는 한 예가 도심
고속도로 일 것이다. 분명히 고속도로라고 말을 들었는데도 이 도로가
고가 도로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이 있다. 도꾜의 경우 돌아 다니면서
고가 도로가 아닌 곳을 거의 보지 못 하였다. 보통 땅 위로 도로가 하나
있고 그 위에는 또 다시 고가 도로가 있는 셈이다. 면적은 좁고 차는
많은데 따른 고육지책일 수 밖에 없겠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진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것도 그들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그렇게 고가 도로가 많기 때문에 도로 곳곳에 고가 도로
진입로를 보게 되는데 내가 본 가장 황당한 고가 도로는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 바로 옆에 있던 고가 도로 진입로였다. '바로 옆'이란 표현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얼마나 감을 줄지 모르겠으나 단어 그대로
'바로 옆'이다. 호텔과 옆 건물 사이의 틈으로 진입로가 있으니 말이다.
비유 하자면, 여의도에 있는 LG 쌍동이 빌딩의 그 두 건물 사이로
진입로가 있는 것이었다. @.@
땅이 좁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이러한 것 뿐만이 아니다.
건물도 상당히 좁은 편이다. 삼성 본관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 건물은
거의 본 기억이 없고 45인승 관광 버스 폭만한 빌딩이라든가 혹은
그 2배 정도 만한 건물이 눈에 많이 띄였다. 상상해 보라. 45인승
관광 버스 폭만하니 그 건물이 얼마나 협소한가를...
*!* 아, 물론 번화가 중심 도로에 있는 건물들은 크기가 엄청 크다.
하지만 그런 건물들은 단지 일부분뿐이다. *!*
우리가 '이께부꾸로'에 있으면서 함께 술을 마시러 간 곳 또한 그런 정도의
빌딩이었는데 내부의 크기는 약 15평내지 17평 정도의 크기였다.
그 정도의 크기라면 어떻게 술집이 운영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한데
인테리어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때문인지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게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술집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그 술집이 들어선 빌딩 전체를 들여다 보자. 5층 정도의 건물이었는데
그 건물에 있는 상점의 갯수는 총 7개. 뭔가 숫자도 맞지 않다.
그 이유는 1층과 더불어 반층 정도 지하로 들어간 상점이 하나 더 있고,
지하에 상점이 또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물들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황당해서 기가 막히다는 표현보다는 정말 대단해서 기가
막히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일본은 축소 지향형이란 수식어로 많이 치장되었다.
아마도 그건 피할 수 없는 그런 수식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조그만한 것에 익숙하고 또한 그건 것을 꾸미는데 놀라울 정도로
재주를 부리니 말이다. 작으면서도 그걸 작지 않게 만드는데 또한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가이드 한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보통 중산층이
사는 집의 크기는 15평이란다. 그것도 조금은 잘 사는 집이고, 13평,
12평짜리도 수두룩 하단다. 그 집에서 남편, 아내, 그리고 자식 2명 정도가
사는 것이다. 이런 집들은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쉽게 볼 수 있다.
축소 지향형이란 수식어 답게 작은 물건을 만드는데도 비상한 재주가
있어 보인다. 그네들의 상점에 가면 아주 조그만한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내가 산 작은 인형에 대한 예를 들어 보자.
여동생이 일본 다녀온 선물로 작은 인형 하나를 부탁했는데 여기서
그냥 고분고분 작은 인형 하나를 사다 줄 피터는 아니다. ^^;
그래서 일본을 돌아 다니면서 정말 작은 인형을 하나 구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다녔는데 그게 눈에 바로 하나 띄였다. 일본 신사 앞에 있는
상가에서 였는데 (그 신사 이름은 지금 잊어 먹었다. 찾아서 다시
주석을 붙여야 겠다. ^^; ) 오똑이 모양의 인형이었다.
아마 한번쯤은 본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본 오똑이 인형을 말이다.
문제는 이게 얼마나 작았냐 하는 것인데 크기가 내 새끼 손가락 손톱 크기만
했다. :)
*!* 이거 사들고 갔다가 여동생한테 엄청 구박 받았다. 음냐.. *!*
가격은 200엔.
혹, 이 가격을 보고 싸네...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겠다.
마치 200원 같은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하지만 환율 상 100엔이
우리 나라 750원에 해당하니까 환산하면 1500원(!)이다.
*!* 억.. 지금 생각하니 정말 비싸군.... T.T *!*
그 가게에는 내가 산 그 작은 인형 말고도 다른 조그만한 물건들이
참 많았다. 다른 상점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작고 귀여운(?) 인형,
물건들이 참 많았다. 축소 지향형이란 말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참 묘한 것이 하나 있다. 그렇게 빡빡하고 작은 공간 속에
있어도 결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미국에 갔었을 때에는
탁 트이고 어디나 넓직한 모습에 바다를 바라 보는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본은 결코 그런 것이 없으면서도 시원하고 맑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 원인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질서'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은 공간 속에서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
일본은 참 묘한 나라인 셈이다.
ps : 나는 그렇게 느꼈지만 일본인 스스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일본에서 유흥 산업과 빠징고 사업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일본 사람들이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에 가 보았자 코딱지(?)만한 공간만이
기다리고 있어서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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