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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여행기 IV - 성의 천국 일본"

by 피터K 2021. 7. 31.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주) 여기서 성은 성(城)이 아니라 성(性)이다. ^^;


일본에 가기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한권 빌렸다. 전부터 보고 싶던

책이었는데 루스 베네딕트 박사의 '국화와 칼'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국화(일황의 상징이면서 부드러움을 나타낸다)와

칼(무력)이라는 서로 상반된 모습의 일본을 비유하면서 서양인의 눈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본을 인류사회학적 견지에서 분석한 책이다.

*!* 음.. 왜 이렇게 고루한 책을 골랐을까? ^^; *!*

그 책에 소개된(물론 1940년대의 일본이다) 일본의 모습 중에서 한가지

특이할 만한 문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기생과 성(性)에 관한 그들의

모습이다.


지하철 역을 찾으러 '이께부꾸로'를 헤매면서 그 골목을 구경할 때

참으로 특이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샌드위치 맨'인데, 눈을 치울 때 쓰는 나무 삽 모양의 커다란 광고판을

들고 그 자리에 종일 서 있는 광고맨(?)들이 바로 그들이다.

처음엔 그냥 그런 사람이 있으려니 하고 지나쳤는데 (솔직히 그냥 지나친

이유는 그 판에 적힌 일본어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T.T)

지하철 입구 찾는데 실패하고 돌아 오는 길에 보니 아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마치 마네킹 같이 그냥 하루 종일

서 있는 것 같았다. 저것도 직업 중에 하나이겠지?

(그렇지만 가까히서 가만히 보니 그래도 심심했던지 귀에는 모두

워크맨을 하나씩 끼고 있었다. 무엇을 듣고 있는 것일까? ^_^ )

그래도 도대체 무엇을 광고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안 되는 

일본어 실력을 총동원해서 그 광고판을 읽어 보았다.

음....

하나도 모르겠군... T.T  

전혀 모르는 단어만 적혀 있었다. 나중에 우리를 인도해 준 분의 말씀을

들으니 그 광고는 라이브 쑈에 관한 광고였다.(솔낏, 아까비 자세히 

볼 껄...)

나체 쑈라든가 소위 말하는 뱀 쑈 같은 것을 버젓히 광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째 이런 일이....)


'이께부꾸로' 주위를 돌면서 서점이 하나 눈에 띄이길래 선배 형과

같이 들어가 보았다. 무슨 책들이 있나 싶어서 말이다. 모두 3층으로 된

건물이었는데 1층은 모두 만화책들만 가득 차 있었다. 

호기심에 아무 책이나 들어 펴 보았는데, 이게 웬일....

만화책의 내용이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여자가 성폭행 당하는 내용이었고

나중엔 그 느낌을 못 잊어 혼자 집에서 상상에 빠져 있는 내용이었다.

억.....



이게 웬 떡... ^^;



그러고 보니 주위의 책들 내용이 대부분 그런 것들이었다. 하다 못해

진열장을 둘러 보니 웬 울긋불긋한 책이 보이길래 제목을 보았더니

제목이 '살인하는 방법'... 음냐...


그 뿐이 아니었다. 길거리에서 조금만 뒤쪽으로 걸어 들어 가면 

어김없이 adult video를 파는 상점이 있었다. 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 가고 있는 걸까? 

이런 사회 분위기는 거리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티비를 켜 보아도

도우미로 나오는 거의 모든 여성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나온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여기 일본 여성들은 무슨 관념을 가지고 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가서.... 내가 루스 베네딕스 교수의 책,

'국화와 칼'을 골랐던 이유는 예전에 이 원복 교수의 '현대 문명 진단'이란

책에서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정확하게 일본에 대해서 해석한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어 가다

보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만나게 된다.


일본은 성적인 표현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참으로 자연스러운 자기 표현이다.

단, 어느 정도 범위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은 그들(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수준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다. 쩝..) 그들에게 있어서 기생이라든가

술집 여자들에 관한 생각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상 생활 중에 한 부분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밤에 기생이나 술집 여자를 만나러 나가는 남편을

위해서 아내가 정성스럽게 나갈 옷을 준비해 주기도 한다.

만일 남편이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진다고 가정을 해 보자. 이 관계가

부인에게 발견되면 우리(미국, 서양 사람들.. 아마도 우리 나라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의 경우에는 부인이 그 여자를 찾아가 관계를 끊내라고

하던가 혹은 남편과 헤어지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아마도 큰 싸움으로

번져갈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전혀 다르다. 부인은 그 여자를 찾아가
 
남편이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모든 수고를 아끼지 말라고

부탁을 한다. 거기에 드는 비용까지 지불해 가면서 말이다.

(억... 놀랍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더 무섭다....)

이것이 지극히 일본적인,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모습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길거리에서 버젓히 호객 행위를 한다거나

성인 비디오를 파는 것이 너무나 받아 들이기 힘든 것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문화의 한 모습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 일본이 바로 그런 곳이다.




ps: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일본 여자들이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비친 그네들의 모습은 단지 남자들의 노리개감으로 밖에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네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ps2: 그래서 결론적으로 일본에서는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
     하나 사 오기에는 내 목숨이 하나뿐이라서 그만 두었지만... ^^;
     눈 요기만 잘 했다고나 할까.. 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