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저녁을 먹고 어둑해진 시간이라서 그런지 내가 실제로 구경 할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나는 박물관이라든가 혹은 눈요기할 거리를 찾았지만
이 시간이 되면 다들 문을 닫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고른 곳이 '긴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거기는 밤이라고 해서
썰렁(?)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
'긴자'역에 도착해서 가까운 입구로 나왔다.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은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의 물결들... 이게 바로 밤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지.. :)
우선은 중앙 거리를 따라 걸어 내려 갔다. 경제권의 중심이라서 그런지
큰 길가에는 Sony와 Toshiba, Mitsubishi(맞나?? 미쯔비시) 등의 사옥이
보였다. 대부분의 이 사옥들은 일층에 쇼 룸(Show room)을 가지고 있었는데
밤 시간이라서 그런지 다 닫은 후였다. 조금은 아쉬웠다.
그 긴자 골목을 걷다가 좌판을 하나 보았는데 그 좌판에서는 여러 가지
과자라든가 사탕등을 팔고 있었다. 아마도 밤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집에
하나씩 사 들고 들어 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좌판 위에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다 재미 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앗, 웬 밀크 카라멜.. :)
아마도 기억하리라 믿는다. 어린 아이 손바닥만한 크기의 황토색 밀크
카라멜을 말이다. 하하.. 하지만 내가 본 것은 고만한(?) 것이 아니라
포켓북 만한 대빵(?) 밀크 카라멜이었던 것이다. 마치 성냥 하나를
나무 젓가락 만하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신기한 참에
하나 샀다. 가격은 500엔... 아무 생각없이 주머니에서 동전을 툴툴
털어 기분 좋게 룰루랄라 길을 걸으면서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500엔이라.... 500 * 7.5 = 억... 3750원... 100원에 사 먹던 밀크 카라멜을
좀 크기가 크다고 3700원이나 주었다니...
앞으론 먼저 계산한 후에 물건을 사기로 맘을 먹었다. 이거야 원
100엔이 꼭 100원 같으니... T.T
'긴자'의 거리를 따라 가다 보니 택시가 참 많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
횡단 보도에 서서 도로를 한참 바라 보았는데 택시가 일반 승용차 보다
많아 보였다. 이건 그 날만의 모습이 아니라 계속 일본을 돌아 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대체로 택시가 무척 많아 보였다. 택시의 기본 요금은
650엔이라고 한다. (계산, 계산.... 650 * 7.5 = 4875원.. 억...
여전히 물가는 비싼거구나.... ^^; )
택시는 대부분 고급 승용차류가 많아 보였고, 우리들의 모범 택시처럼
모든 운전사가 정장 차림이었다. 이런 정장 유니폼 차림은 일본의
또 한가지 문화이다. 어디에 가든지 그 사람의 역활을 나타내는
유니폼이 존재한다. 교복으로 대표되는 그네들의 유니폼 문화는
질서와 계급 위치를 나타 내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은 원래부터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비슷한 계급 사회였다.
그 사회에의 계층 이동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단다.
그렇게 계급 구조가 지켜져야 혼란스러운 사회를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예전에는 자신의 집 대문에 자신의 신분과 소속을
밝히는 문패를 일일이 달아야 했으며 평민은 아무리 부유해도 비단 옷을
입을 수 없었으며 농민은 한달에 세번 이상 쌀밥을 먹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그런 것이 이렇게 유니폼 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다시 택시로 돌아 가서.... 길을 건너려고 신호등 앞에 서 있는데
바로 앞에 택시가 한 대 섰다. 그리고 손님이 요금을 치르고 나서 문을
열고 나왔다. 어, 그런데 이 손님은 문을 열어둔 채로 그냥 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못된 손님을 봤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이 탁! 하고 닫히는 것이었다. ^^;
문에 보니 'Auto door(自動門)'하고 떡하니 써 있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택시에 자동문... :)
그래서 지나 가는 택시를 유심히 살펴 보니 거의 모든 택시의 뒷 문이
자동문으로 되어 있었다. 어허... 참 신기하네...
그렇게 '긴자'거리를 헤매면서 큰 길만 다니기 보다는 뒷골목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실 출출하기도 했기 때문에 라면집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하나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일본 라면이 참 맛있다고 하던데
우리 아버지께서 가거든 꼭 한번 사 먹어 보라고 신신 당부(?) 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기왕이면 '긴자'에서 먹어야지 했는데 아무리 둘러 봐도
라면집이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술집과 까페들만 즐비했다.
어이구 배 고파라.... 꼬르륵....
마지막으로 '긴자'에서 찾았던 것은 바로 '가부끼좌'.
'가부끼'극이라고 들어 보셨는지는 모르겠다. 얼굴에 온통 하얀 색칠을 하고
여자 출연자는 없이,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여 모든 출연자가 남자이며
이상하게 엥엥 꼬이는 목소리로 4시간씩 공연하는 일본 전통극 말이다.
그 '가부끼'를 공연하는 곳이 이 곳 '긴자'의 '가부끼좌'인데
기왕에 여기까지 온 거 밖에서 구경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가진 여행책에는 '긴자'역에서 동남쪽으로 쭉 내려 가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대체 동남쪽이 어딘지 알아야지... T.T
*!* 내가 여행책을 쓴다면 이렇게 쓰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번화가
한 복판에서 그것도 한밤중인데 동남쪽을 찾으라니!!!! *!*
하는 수 없이 길가는 사람을 하나 붙잡고 물어 보기로 했다.
일본어는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발음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난 "Where is 가부끼좌?' 그러면서 책에 나온 '가부끼좌'의 한자를 보여
주었다. ^^; 그랬더니 그 사람이 자기도 잘 모르는 듯이 자기네들끼리
한참 이야기 하더니 거리 안내판으로 나를 데려 갔다. 그리고는 단추를
하나 누르니 거리 안내판에 작은 불빛이 하나 들어 왔다. 그리곤 거기란다.
음냐... 난 대강 사방 팔방을 잘 맞추어서 방향을 짐작한 다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그 방향으로 내려 갔다. 그렇게 헤매기를 20분... ^^;
흑흑.... 그런데 그들이 가르쳐 준 곳은 엉뚱한 곳이었다. T.T
난 다시 길 가는 사람들을 세번이나 불러 세운 다음에야 겨우 '가부끼좌'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가르쳐 준 사람들의 방향과는 정 반대쪽이었던 것이다.
밖에서 본 '가부끼좌'의 건물은 참 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이었다.
다행이, 아니 불행이 '가부끼'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밤이라서 구경 할 수가
없었다. 가격도 무척 비쌌는데 한 공연은 4막으로 되어 있고 총 5시간 정도
공연한다. 그러니 하루 종일 와서 구경하는 것이었다. 특등석은 20000엔정도.
다행이 한 막만 볼 수 있는 4층 자리가 있는데 이건 700엔이었다.
만일 내가 낮에 왔더라면 이 700엔짜리 구경을 쓸 수도 있었을텐데... :)
더우기 내가 불행하다고 말을 하는 것은 이 '가부끼'공연은 매일 있는 것이
아니라 일년에 몇 차례만 공연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공연하는 시기에
일본에 온 나는 그 기회마저 잃은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시간이 11시가 다 되었다. 쓸떼없이 '가부끼좌'를 찾는데 시간을
보내 하는 수없이 바로 호텔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가부끼좌' 바로 앞에 지하철 역이 있었는데 이 역의 이름은 '신긴자' 역.
나는 목숨을 걸고(?) 이 열차를 탔다. ^^; 그리고 '긴자' 역까지 와서
'이께부꾸로'까지 가는 열차로 바꾸어 탔다. 그래서 덕분에 열차도 갈아
타 보는 모험(?)도 해 볼 수 있었다.
'긴자'라는 곳이 그렇게 인상적이거나 볼만한 곳은 아니었으나 나로서는
나 혼자 일본에서 책하나 달랑 들고 헤매본 유일한 여행이었던 셈이었다. :)
ps: 난 일본에 가게 되면 '쓰모'도 구경할 수 있을줄 알았다.
별로 좋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실 그 덩치들이 나와서 씨름한답시고
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 역겹긴 하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가부끼'를 구경 못해서 생긴 아쉬움과
마찬가지였다. 못 알아 들을 '가부끼'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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