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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피터의 일본 여행기 I - 프롤로그"

by 피터K 2021. 7. 31.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여행을 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그동안 무슨 핑계가 그리도 많았는지 피터는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하였다. 국내 여행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까? 경상도는 학교를 오면서

처음 와 보았으며 전라도는 석사 1년차 때 광양에 프로젝트 하러 처음

가 보았으니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돌아 다니는 것을 싫어 하는

편은 아니다. 아주 어릴 때 일주일 용돈이 100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나의 유일한 낙은 그 100원을 들고 우리 동네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일주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어린 애들 버스 값이

50원. 딱 왕복할 수 있는 돈만 쥐고 그렇게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다른 아무런 고려도 없었다. 단지 우리 동네를 지나는 버스 아무 거나

집어 타고 갈 때까지 갔다가 지겨워 지면 내려서 돌아 오는 버스만

타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한 때는 나의 유일한 낙이었던 셈이다. :)

그렇게 돌아 다니는 것이 좋으면서도 변변한 여행을 한번 하지 못하였던

것을 보면 조금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매 방학을 지하수만 파면서(^^;) 보내지는 않았다. 

한번의 거창한 해외 나들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미국에 계신 고모께서 한번 놀러 오라고 하셔서 우리 세 남매만 달랑

미국으로 간 적이 있었다. 약 1달동안 있으면서 미국 동부와 서부를

모두 여행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즐거웠던 추억이다.

가장 잊지 못할 것이 있다면 12월 31일날 디즈니 랜드에 놀러 가서 

1월 1일 0시 정각의 Happy new year parade를 구경하고 나온 경험일 것이다.

신데렐라 성 위로 파랗게 부서지는 폭죽의 춤 솜씨는 아직도 생생한

이야기 거리이다. 

그러나 박사 과정을 들어 오고 나서 병역 특례라는 옥쇄에 묶기고 난 후로는

해외 여행이란 웬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신혼 여행은 제주도로 가야 하는 구나 하는 일말의 한숨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해외 여행을 잊고 있을 즈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 졌다.

LG 반도체 소프트웨어 공모전에 실험실 사람들과 함께

(말이 함께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름만 빌려 주었을 뿐이다.. ^^; 

이걸 털어 놓는다고 그래서 준 상을 다시 빼앗아 가지는 않겠지... 음냐..)

프로그램을 하나 제출했는데 이게 그만 금상에 덜컥 붙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뒤따라 오는 부상. 해외 연수!

정말 속된 말로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렇게 해서 일본이라는 곳에, 늘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일컫는 바로

그 일본에 가게 된 것이다. 일본에 있으면서 보고 들은 것은 모두 

수첩에 적었다. 욕심에 다녀 와서 멋진 기행문이나 하나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욕심일 뿐 쉽게 되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과연 기행문이라는 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조금 들었다. 

그러나! :)   며칠 전 우리 user directory가 full이 되면서 나의

directory를 정리하게 되었는데 내가 받아 놓은 키즈의 글들 가운데서

란다우님의 '유럽 여행기'가 눈에 띄이는 것이었다. 

여행기과 기행문이 뭐가 다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란다우님의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어 피터 나름대로의 여행기를 적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재치 넘치는 란다우님의 글 솜씨에 피터가 따라 갈 수 

있을까? 그건 피터도 잘 모르겠지만 암튼 피터 나름대로의 붓과

물감을 가지고 피터 방식의 일본 기행 그림을 그려 보고자 한다. 

그럼, 피터는 일본에 가서 어떤 이야기를 담아 왔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