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가끔은 몸이 피곤할때마다 기숙사에 내려가 잠을 청하고는 한다.
침대위가 어수선 하기는 모 남자 방이라서 그렇다고 치고...
잠을 청하기 전에 침대위 좀 정리하고 2개나 되는 베개도 가지런히
모으고 마지막으로...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반쯤 눕혀 놓아
그 안에 푸근히 기어 들어 간다. 음냐... 음냐.. 이제 잠을 청해 볼까나...
내가 우리집에서 제일 맏이이고 바로 밑에 남동생이 하나있다.
그리고 저 밑에 여동생하나.. 저 밑이라는 것이 정말이지 서너살차이도
아니고 8살차이니까... 내가 대학을 처음 들어 왔을때 여동생은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그때.. 친구들한테 가서 오빠 대학 붙었다구 마구 자랑을
했는데 아무도 그게 축하할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더란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여동생은 나를 많이 따랐다. 내가 영화를 보러
갈때도 많이 데리고 다녔고... 그래서인지 내가 무척이나 만만해 보였나
본데.... 지금도 집에 가면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하루는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러더니 나의 품으로 가만히 기대어 본다. 그리곤 바짝 일어나 하는 말...
오빠 이렇게 가늘어서 어디 여자가 안기고 싶겠어?? 음냐...
내가 은제 너한테 그런거 봐 달랬냐??
그래도 그런 것이 다 정인가 보다. 내가 처음으로 학교를 내려 오는 날
구지 어머니와 함께 학교까지 따라 내려 왔다. 기숙사 방을 배정 받아서
짐 정리 좀 하고 이제 시간이 다 되어서 어머니와 여동생은 떠나야
할때가 되었다. 후문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이 버스를 타고 떠날때
여동생은 멀어지는 차 안에서 울고 있었다. 이런... 나는 울꺼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니까 나도 기분이 울쩍해
지기도 했다...더 잘해 줄껄... 하는 생각에..
아마도 가까이 있던 사람을 떠나 보낼때 허전함을 더 느끼나 보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 왔을때.. 나의 침대에 둥그런히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 보던 곰인형.... 여동생이 오빠 멀리가면 자주 못 본다며
자기의 저금 통장을 털어 사준 커어다란 곰 인형... 자리에 앉아서 그
곰인형을 안아 보았다. 너무나 푸근했다. 이런것이
어느 것보다도 따뜻한 가족 사랑인가 보지.. 후후...
아우웅...~ 에구.. 이런 너무 자느라고 저녁시간이 지나 버렸잖아..
휴.. 오늘은 어디서 또 저녁을 먹나... 일반 식당에 또 가야 하나?
아님 시장에 가? 에이 그것두 귀찮은데 굶어??
에구... 일단을 일어나고 보자...
나는 다시 침대 위를 정리하고 필요한 것을 챙기고... 히터도 켜 놓고..
마지막으로 나를 푸근히 감싸 안아 주었던 곰 인형을 푹푹 쳐서 다시
통통하게 해 놓은 것을 잊지 않는다.
음... 오늘 집에 전화를 해서.. 동생 목소리나 들어 볼까나...
방문을 걸어 잠그며.. 머릿속에 한줄기 동생생각이 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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