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오늘 박사과정 입학 시험을 보았다.
아침 9시에 시작된 시험이 1시 30분까지 갔으니 장장
4시간 30분의 아주 길고도 긴 고난의 경험이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4시간 30분이라지만, 시간은 촉박히
달려가고...
그래서 그런지 시험이 끝나고 잠시 잠을 청하고 올라왔지만
웬지 감기기운 비슷하게 몸의 상태가 좋지를 않다.
하지만 내 얼굴 한편엔 가득히 웃음이 고여 있으니 이건 웬일일까...
시험을 본다고 도서관에서 며칠씩 공부도 하고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응... 나 이번에 박사과정 시험 봐.."
"아니 벌써 봐요?"
"응, 석사 1학년때 미리 볼 수 있거든.."
이렇게 떠들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소문이 번져가 아는 사람마다
첫인사가 시험 잘 보라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힘이 되곤 한다.
시험 보기전에 잘 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뭘 가져다 주기도
한다. 아는 후배가 사탕을 작은 봉지에 포장에서 가져다 주기도 하고
실론티도 공부하는 책상위에 놓고 가기도 한다. 시험 잘 보라는
작은 메모와 함께...
어제 한 후배는 내게 그런다.
"선배님 시험 잘 볼꺼에요.. 제가 잘 보라고 마법을 걸었거든요.."
음... 그런 난 성에 갖혀 버린 건가?? :)
내가 시험을 보는 것을 알고 있던 이 키즈나라의 한분은
곱게 만든 초콜렛을 메일로 보내 주시기도 했다.
비록 맛을 보지 못했지만, 그 날 지친 발걸음으로 도서관에서
온 나를 기운차게 기숙사까지 걸어 갈 수 있도록 해 주셨지...
그러고 보면 난 주위에서 가끔은 사랑도 받으면서 사는 것같다.
때론 아무도 날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그건 단지 내 투정일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힘든 곳에서도
먼 하늘의 별빛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나 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번쯤 고맙다는 말을 전해보고...
물은 고이면 썩는다지만, 아마 지금 내 얼굴에 가득 고인 미소는
결코 썩지 않고 언제나 내게 향기를 뿜어 줄꺼 같다....
포스테크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