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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집 생각

by 피터K 2021. 4. 12.

*!*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포항에 공항이 있다.

아시아나와 대한 항공이 하루에 10편쯤 운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가끔 켐퍼스를 지나다보면 부웅..하고 비행기가 켐퍼스위를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가까히.. 낮게....


오늘, 점심때쯤 되어서 식사하러 내려 가는데 마침 내 머리위로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가 포항을 떠나 서울로 막 날아가고 있었다.

멀리... 비행기가 스러져 가는 것을 보며... 처음 생각난 것이

저 비행기를 타면 집에 갈텐데... 하는 생각.

내 어린 가슴을 어루만지며 스쳐가는 하늬바람에 옷깃을 추서리며

든 생각이 하필 왜 집 생각이었는지...

아마도 낼 모레 집이 이사를 가기때문일까??

그럼, 그 후에는 익숙하던 전화번호도 의미가 없어지고 내가

뛰놀던 그 집 한구석을 보지 못할 꺼라는 생각에??


우리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은 남쪽을 향해 자신의 팔을 

힘껏 벌려 햇빛을 모다 담는 아버지의 서재방이다.

아버지가 신문사에서 하나둘씩 가져 오신 책들과 함께 숨 쉬어 

볼 수 있었던 방... 난 때론 그 속에 숨어서 이 책 저 책을 뽑아보며

한없이 시간을 보내곤 했었지... 그러다 나의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을때

난 마치 보물을 찾은 마냥 행복했고...

이제 그 행복을 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사를 하고 나면

다시 그 방에서 나만이 즐기던 보물찾기는 이제 할 수 없을테니까...


며칠후 집에 갈때 나는 그 비행기에 몸을 실을지도 모르겠다.

그 땐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우리 학교 켐퍼스를 보면서

난 또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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