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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생일 차려주기

by 피터K 2021. 4. 12.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대학생활을 시작한지 두어달쯤 지났을때 난 이 친구들을 만났다.

평생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들...



우리학교는 1학년때 모두 교양과목을 듣는데 수학, 물리, 화학 그리고

영어같은 과목들이다. 사람수가 워낙 적다보니(한학년에 300명. 그러니

학번이 같으면 서로 인사는 안 하더라도 누가누군지는 다 안다.)

과목신청하는데 있어서 사람이 몰릴까봐 분반이라는 것을 정한다.

모두 8개반을 나누어서 10개과를 똑같이 그 8반에 나누어 넣는거다.

그리고 그 한반은 모두 수업이 같다. 마치 고등학교와 같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반이 무척이나 좋았던것 같다.

다른 과친구들도 많이 사귀게되고 사람의 사귐의 폭을 넓게 해 주었으니까.

나는 그 분반중 5반이었는데 우리는 모두 35명이었고 그중에 여학생이

3명이었다. 생명과 둘과 화학과 한명.

어떻게하다보니 분반친구들 중에서 이 생명과 여자애 둘과 화학과 남학생과

한패가 되어 자그마한 스터디클럽을 만들게 되었고 우리는 맨날 넷이서

놀러다니고 했다. 집도 다 서울이어서 방학때는 만나서 롯데월드도 가고..


여기서는 집과 떨어져있기 때문에 가장 서러운 때가 아플때와 자기

생일때이다. 아플때는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침대에서

끙끙 앓아야하고 생일때는 혼자 방에서 맥주나 한잔 해야 할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학교 사람들은 서로의 생일은 무척이나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미역국은 못 먹더라도 작은 케익이라도 마련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서로 교환하는 작은 파티를 연다. 우리 이 네명의 친구들도 2학년때부터

생일을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1학년때 어울려다닐때는 서로 생일이 언제인지

몰랐다.) 내가 이 친구들로 부터 받은 생일 선물은 참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 

그건 바로 오리털 이불이었다.

아마 다른 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선물은 꿈에도 못

꾸어 보았을 것이다. 이불이라니...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이런 이불같은 것이 아주

아주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었다. 난 정말 감동했으니까...


낼 모레, 우린 다시 모임을 가진다. 그 오리지날 네명(지금은 쪼금 불어서 

6명이 되었다. 참 그중에 한 여자애는 올 3월에 시집갔다...)중에 한명이
 
생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친구는 내년에 볼 수가 없을수도

있다. 다른 곳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준비하고 있기때문이다.


원래는 오리지날 4명이 기본이었는데 6명으로 불어나면서 부터

서로 생일 챙겨주기가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 다섯명은 서울에 사는데

한명이 부산에 살기때문이다. 그것도 이 친구의 생일은 12월이라서

방학중이 된다. 이래저래 이 친구는 다른 다섯명의 친구의 생일은

챙겨주면서 정작 자기 생일은 챙겨먹지 못하곤 했다.

그 친구에게 매번 생일 선물을 받았던 나로써는 (난 생일이 3월이라..)

언제나 미안했고, 작년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챙겨주려고

준비까지 했었다. 하지만 불행이도 무슨 일이 일어났고 

난 그만 그 애의 생일날 하루종일 그 친구 생각만 하며 보내야 했다.


요즈음도 내 책꽃이에 꽂혀있는 그 친구에게 받은 선물을 가끔 펴 본다.

그 책이 '메르헨'이다. 그 책을 펼치면 '아우구스투스'이야기도 

한번쯤 더 읽어보지만 때론 그 책 머리에 적혀있는 그 친구의 

생일 축하 글귀도 따라 읽어본다. 


"할말은 많지만 그냥 축하한다고만 할께... 단지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더라고만..."


그 친구의 바램때문이었을까?  그 뒤로는 정말로 내 주위의 것들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으니까...




올해는 그동안 챙겨주지 못했던 그 친구의 생일을 꼭 챙겨주고 싶다.

내게 작은 행복을 나누어주는 좋은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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