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우리학교의 명소중의 하나... 지곡회관앞 연못.
아마 아스팔트와 거대한 화강암의 대리석 조각뿐이었다면
학교가 무척이나 삭막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고여있는
물때문에 그 모든 풍경이 정답고 푸근하게 해 준다.
그치만..........
내가 1학년때였을꺼다. 그때는 내가 담배를 배우기 전이다.
친구들과 통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두녀석이 함께 자리를
했는데 이 친구들은 골초이다. 그러다 보니 술 한모금에 담배 한 모금...
그런식으로 술자리가 진행되어 간다. 그리고 긴 이야기와...
하지만 담배를 피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네들이 담배를 소비하고
있는 동안 술만 소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네들 한모금 빨면
나도 술 한모금.... 그러니 가뜩이나 약골인 내가 어찌 당할수 있으랴...
통집에서 나올때 이미 나는 갈릴레오가 전적으로 맞다는 사실에
동조를 안 할수가 없었고 모든 것이 형이상학적으로 보였다.
이때 나의 배속에서는 반란이 일어남과 동시에 겨우 집어 넣었던
것들은 도로 세상구경을 하고자 뛰쳐 나오고...
연못가 근처 휴지통에 한참을 올려 놓고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두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내가 제일 먼저 해야하겠다고 생각이 든것은
바로 입안에 가득 고여 있는 오물들을 닦아 내야 한다는 사실...
그 당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물(?)은 바로 연못물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정말이지 아무 생각없이.. 생각있으면 그런 짓은
할 생각도 못 했을 것임.) 연못가로 다가가 연못물을 한움쿰 떠서
입안을 씻어 내었다. 야.. 그때의 신선함이란... 너무나 개운했다.
그리고 목도 축일겸 몇모금 떠서 마시고... 그리고 들어가 잤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도서관을 가기 위해 방에서 나오며 어제 내가
게워 올린 자리를 지나 연못가에 다다랐을때.... 읔....
바로 저게 내가 어제 마신 물이란 말이지.......
이건 물이 아니었다. 거의 청개천 복개 바로 직전 상태인 것 같은
그 상태... 가끔 이름 모를 건데기가 둥둥 떠다니는 그런 물....
바로 1cm밑에도 안 보이는 그런 물에 내가.....
(그러고 보면 거기 사는 잉어들은 신기하단 말이야...)
그래.... 바로 이것이 원효대사가 깨달았던 그 오묘한 이치야..... 음냐..
그리고 며칠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마침 실험을 마치고 돌아온
생명과 친구들이 노트를 펴 놓고 뭔가를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우주전쟁에나 나오는 그런 괴물들, 아니면 공포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망직한 괴물들을 그리고 있었다.
"이게 모야? 짚신벌레쯤 되나 보지?"
"이거... 응, 우리 생태계시간에 현미경으로 관찰 한거야..
학교 연못물 떠다가 거기에 사는 미생물들을 보고 그리는....야 어디가.."
그 아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한손으로 입을 막으며 화장실로
달려 가고 있었다. 으읔...
그래.. 이 정도면 되었어.. 이제 그만...
그리고 또 며칠후.. :( , 연못가에서 친구랑 맥주를 사다 놓고 마시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읊던 시들...
그런데 갑자기 이 친구가 발딱 일어나더니 연못가로 가는 거다.
"어딜가..?"
"응.. 화장실에.."
그러더니 조금있다가 들려오는 명쾌한(?) 물방울 소리... 쪼로로록....
"야!!"
"왜.. 나 전에도 많이 그랬는데..."
나는 다시 한번 입을 틀어 막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원효대사의 그 오묘한 뜻이여.. 당신의 구도의 길을 이렇게도
어렵단 말씀입니까......
PS: 이런 지저분한 일이 떠오르는 것은.. 순전히 템님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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