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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뽀스떼끄의 추억 시리즈] - 컴퍼스 커플

by 피터K 2021. 7. 1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다른 곳에 가면 가끔씩 듣는 질문...

"포항공대에도 여학생 있어요?"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물론 여학생이 있습니다.

내가 들어올 당시(90학번) 300명이 입학 정원이었는데 그때 여학생이

모두 30명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10퍼센트였다. 아마도 대강

이 정도의 비율로 들어오는 것 같다. 매년 서른명 안팎의 여학생들이

입학을 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1학년때 남자 신입생들은 

그 치열한 경쟁율을 뚫으려 난리를 한바탕 치룬다. 270대 30이면 

9대 1의 경쟁율이군... 


꽃이 피고 새가 우는 3월이면 아직은 모든 것이 조용하게 지나간다. 

아마도 서로의 탐색전이리라... 가끔 눈에 바짝 띄이는 여학생은

벌써 주위에 늑대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본 가장

황당한 늑대무리는 점심식사를 하러 학생회관을 지나갈때 목격을 한

무리들이다. 한 사람의 여학생을 두고 그 주위로 마치 보디가드들이나

되는 듯이 에워싸고 15명쯤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에구..

불쌍한 후배들...


4월이 되면 탐색전은 일단 마무리가 되고 용기가 있는 사람은 한번쯤

대쉬를, 용기없이 그저 뒷 보습만 바라보는 아이들은 부시시 한 모습으로

한숨만을 내어 쉰다. 여기서도 약육강식의 엄격한 자연 논리는 배제될 수 

없는듯 하다. 중간고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드디어 밖으로 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업에 하나 둘 안 들어오는 애들.. 도대체가 살아있는지

확인이 안 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걱정이 되어서 기숙사방으로

찾아가 보면 십중 팔구는 술에 쩔어서 있다.. 입으로는 옹야옹야 누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연못가에 가 보면 더욱 장관(?)이다. 별이 빛나

어깨위에 내려오는 자리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들어보면 올 신입생 여학생의 이름을 거진 다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좀 오래된 커플들은 4월쯤 되면 데이트 장소로 연못가를 피한다.

후후.. 거기서 그러구 있다가 돌 맞을 일 있을까봐...


5월이 되면 이젠 완전히 갈린다. 짝이 이루어지는 애들은 이제 새 살림을

차리고 자연의 법칙에 의해 도태된 애들은 밖으로 나가던가 아니면 

이 나라 이 국가를 위해 공부에 정진을 하던가..

우리 학교 캠퍼스 커플들을 보면 참 부럽다. 기숙사 생활을 하니 적어도

잠자는 시간 빼고는 언제나 둘이 있을 수 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추어서 만나서 하루종일 같이 앉아 공부하고 떠들고 놀고... 그리곤

밤 2시가 다 되어서야 서로의 기숙사로 빠빠이~ 하고 헤어지니까...

그치만 이것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 서로를 잘 알수 있다는 거...

서로에게 호감이 가고 신비스러울수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아직 발견 할

점이 많다는 건데... 한 7월쯤 되면 이젠 상대방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애가 무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이제 부터 갱년기의 시작이다. 가끔 서로 다투게 되고 

사소한 일로 감정 싸움을 하게 되고... 결론은 두 가지.. 잘 해결하면

이건 완전히 낙점을 받는 거고, 아니면 끝나는 거다.

이렇게 한 싸이클이 지나고 나면 일년이 후다닥 달아나고... 

살아남은 커플은 때론 부러울 정도로 잉꼬의 정을 나누는 것은 많이

보아 왔다. 

이제 또 일년이 끝나가고 새 학년 새 학번들이 들어오면 또 똑같은

절차를 밟아 가면서 멋진 커플이 탄생하겠지...

Circle of Life... 로군... 후후...



올 겨울.. 난 어떻게 지내나... 음냐... 

으.. 옆구리에선 봅슬레이 결승전 중이군... 썰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