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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수호천사가 되고픈.....

by 피터K 2021. 4. 12.

*!*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 사람의 성격,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잘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엉뚱한 것을 고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물을 받곤 하지만 때론 아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황당한 선물들이 있곤 한다.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 엉뚱한 선물을

받게 되면 말이다.



 [ 내일 신촌간다구? 그럼 내 선물 사와~~ ]


모처럼 서울 집에 갔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을때 그 친구가 내게 던진

한마디 명령(?)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한동안 이 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나...

고민아닌 고민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냥 만나서 이야기 하고 혹은

식사를 같이 하고... 그러면서도 나는 서로 참 친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선물을 고를때가 되니 내가 이 친구를 몰라도 한참을 모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의 취향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고르다 고르다 보면 뭔가가 튀어 나오겠지... 하는 마음에 나는

더 이상의 아무런 고민 없이 잠을 청했다.


막상, 다음날 신촌에 나갔을때, 그리고 여동생의 손에 이끌려 이대앞 펜시

문구점에 갔을때, 나는 이렇게 펜시점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쌓여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많은 물건들이 내가 어제밤에, 단순하고

평범한거 골라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여동생은 여동생대로 자기가 쓸 지갑을 고르는 동안

나는 내내 펜시점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며 내가 얼마나 구세대인지를 

실감하고 다녔다. 전에도 펜시점에 자주 들르긴 했지만 그새 이렇게 다른

물건들이 진열장을 차지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다른 친구들에게 선물을 고르는 것을 참 오랜만에 해 본 것 같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선물을 한 것이 언제였더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살아 가면서 예전에 가졌던 작은 유희들을 많이 잊어 먹고 사는 듯 싶다.

친한 친구에게 아무런 생각없이 문뜩 펜을 들고 싶다거나 아니면 그냥 길거리를

지나 가다가 눈에 띄는 요상한 것이 있으면 누구 줘야지... 하면서 그 가게로 

들어가 본지가 과연 언제든가??

나이(?)를 먹어서 그럴까? 가끔은 그런 것들이 쑥스럽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하하.. 아마 피터가 한두어살만 더 젊었어도 여러분들은 피터의 아주 개구장이 

모습을 보았을텐데.  

                      <<  다아 핑계임... :)




결국 머리를 쥐어 짜다 시피하여 고른 것은 작은 등이었다.

나의 방에도 그런 등이 있었고, 또 그 등이 너무 좋아서 그 친구에게 자랑하던

생각이 나서 말이다. 그 친구에게 말하곤 했었지... 

그건 말이야.. 내가 자는 동안 나의 머리맡에 조용히 내려 앉아 밤새도록 나를 

지켜 주는 나의 수호천사야...


선물이란 그 내용이 무엇이든간에 받으면 기분은 좋아지게 마련인가 보다.

그 선물을 건네주자 그 친구는 입이 두배로 찢어 졌으니까 말이다.

(하하.. 그 입 붙잡아 주느라고 넘 힘들었음... ^_^ )

다음날 그 등이 주어진 임무(?)를 잘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주 멋있더란다... 하지만 자기는 그 등이 너무

밝다나... 그래서 전구를 빠알간 걸로 바꾸겠다는 거다... 

하하.. 그러면 아마 정육점처럼 되 버릴텐데.... :P


선물을 받아 보면 그 안에 들은 내용물 말고도 또 다른 무언가가 들어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상자안에 얼마나 비싼 것이 들었는지, 혹은 

귀한 것이 들었는지 상관없이.... 그보다 조금 더 이쁜 것이 말이다.

그 선물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그 사람의 정성과 생각..... 

선물을 고르면서 고민했음직한 모습이며, 그 주고 싶은 사람에 대한

생각이 때론 더 반갑기도 하다. 

나도 조금은 그런 것을 더 넣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그걸 알아 봤을까??

후후.. 그것을 알아 보지는 못했더라도, 그 등처럼... 때론 그 자는 맡에 

앉아 밤새도록 그 친구의 수호천사가 되고픈 그런 바람은 은근히 이루어지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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