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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아우구스투스 신드롬 II

by 피터K 2021. 4. 12.

*!*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친구하나가 또 결혼을 한단다.

그것도 4년동안 자신이 모든 정열을 쏟았던 한 여인에게로...

물론 당장은 아니고, 자신이 광주 과학원으로 진학을 하기 때문에

경제능력이 없는 이유로 3년쯤후에 할 거라는데.... 하지만 

우리가 모인 자리에서 자랑이 대단하다.


통나무집에 모여 친구들이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때에는 너무나

놀랐었다. 학부 1학년때부터 항상 같이 다니던 우리들도 그 사실을

까마득이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친구 하는 말이 그때는 잘

되지 않았으니까 일부러 이야기 하지 않았다나.... 그리고 우리에게는

숨겨 두었던 4년간의 이야기를 하는데 들어 보니 참으로 힘들게 사랑을

한 것 같아 보였다. 자신이 지금껏 편지를 100통이나 보내었어도 

답장은 딱 한 번 받아 보았다고 하니까... 또, 자신이 매일 전화를

걸때에도 제수씨(?)는 한번도 먼저 걸어 준 적이 없었다나...

그 친구도 그러면서 한동안은 그 아이를 잊으려고 했었다고 했다.

한번은 이제 반쪽이 될 그 아이와 그 분의 친구.. 그렇게 셋이서

만난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되는 분이 내 친구에게 물었다고 한다.


  [ 혹시 생일 선물 받아 보신 적 있으세요? ]


내 친구... 한번도 그 아이에게 생일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단다.

그러자, 그 친구되는 분이 한 말...


  [ 그러고도 사세요? ]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내 친구는 그 아이를 잊으려고 했다고...

하지만 그 잊으려는 행동이 뜻밖의 감정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 아이는

내 친구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그리고 내 친구는 나에게도 한마디 건네준다.


  [ 피터야.. 너두 화이팅! ]


잉? 모가 화이팅??  후후.. 아하.. 그 이야기를 말하는구나... 쩝...

내가 한참이나 힘이 들때, 내 친구에게 그 속사정을 털어 논 적이 있었다. 

조금 힘들다고... 이상하게 이 친구가 나한테 내어 뱉은 한마디로 친구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집중되어 버렸다... 읔... 왜 이러는 거야.. 


  [ 피터야... 넌 또 누군데? ]

  [ 음.. 그러구 보니 다 한사람씩 사업들 하고 있잖아... ]

  [ 으... 피터.. 너두 뒤로 호박씨 꺄냐?? ]


분위기상 시선이 자꾸만 나에게로 모이고... 나도 그 친구의 잘 된(?)

이야기를 들으니까 조금 배도 아파오고... 음.. 느는 것은 술밖에 없고...

하지만 난 거기서 더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씨익 웃음만 지었다.


  [ 음... 나도 나중에 폭탄 선언 할께..  ]




술자리가 끝나고 나중에 이 친구와 이야기를 따로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나도 조금 술이 취했었나 보다... 그냥... 사람을 사귀는데

힘들고 안 되는 일들이 술술 나왔으니 말이다.


  [ 난 가끔 생각해... 그 친구가 나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하고...

    때론 그렇게 잘 해주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

  [ 알고 있을꺼야... 그 애도 무딘 애는 아닌걸.. ]

  [ 음.. 그렇지만 말이야.. 때론 내게 반응도 좀 보여 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그 친구에게 해 주는 것의 100분의 5라도 좀 되돌려 주었으면

    좋겠어... 그럼.. 내가 그 아이한테 더 잘해줄 의욕이 날텐데... ]



100분의 5.... 내가 그 사람에게 신경쓰는 100중에 단지 5만이라도

내게 다시 되돌아 왔으면... 하고 가끔은 바란다. 그러면 아마도

다시 100이라는 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나의 말에 친구는 이야기 한다. 사랑은 자신을 모두 버리는 거라고...

자존심 제로라고...

그 말이 맞을까...? 아니 맞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받는 것을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건 내게 너무 어려워 보인다.

마치 셍텍쥐 베리의 긴 문장을 읽고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아마도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되돌아 오기를 바라는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이기심일까? 거기에 무슨 단어를 붙이더라도... 

나에겐 그 단어가 꼭 붙어 다닐 것만 같다. 조금은 되돌아오는 관심...


하지만, 가끔 느끼고는 한다. 내가 그 100분의 5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되돌아오는 관심은 비단, 선물이나

뜻밖의 전화, 혹은 발렌타인 데이의 초콜렛이 전부가 아니므로...

사랑은 항상 할 줄 아는 지혜보다는, 받을 줄 아는 지혜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아니 그 '지혜'보다는 '마음'이....

그런 것을 보면... 난 아주아주 큰 투정을 부리고 있는 셈이 된다.

이젠, 그 '마음'을 열어 보고 싶다...



        사랑이라는 것은,

        같은 방향을 함께 쳐다 보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것을 뜻합니다.


                            --  셍텍쥐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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