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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사랑의 서약

by 피터K 2021. 5. 2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약간 성격이 급한 나에게는 조금 힘든

일인듯 싶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을성이 참 모자란듯 싶다.

석사 과정 입학 시험을 치루고 난 후, 나는 며칠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바로 며칠만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 것을 그 며칠이 아쉬워 침대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결국 학부 지도 교수님을 찾아가 미리 결과를 알아 냈다.. :P


항상 일이 그렇다. 무엇인가 하기로 되어 있으면 그 일이 신경이 쓰여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곤 하니까 말이다. OS로 치자면 multitasking은

전혀 안 되는 구닥다리 DOS인 셈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버전이 낮은. 후후..


거진 한달이나 노래 연습을 한 적이 있었다. 보통 듣기 좋은 노래면

그 가사를 외우려고 노력도 많이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들려 주고 싶어서...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왔어요.

  모든 사람의 축복에 사랑의 서약을 하고 있죠.

  세월이 흘러서 힘들고 지칠 때,

  지금처럼 내 곁에서 서로 위로해 줄 수 있나요..

  함께 걸어 가야 할 수많은 시간앞에서 

  우리들의 약속은 언제나 변함없다는 것을 믿나요.

  힘든 날도 있겠죠, 하지만 후회 없어요.

  저 하늘이 부르는 그 날까지 사랑만 가득하다는 것을 믿어요..

                                   - 한 동준의 '사랑의 서약' 중에서.
          

내가 이런 노래를 누군가의 앞에서 직접 부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마지막 용기를 가지고 불렀다.



나는 내가 참 대책없는 로맨티스트라는 것을 안다. 

현실보다는 꿈과 낭만을 찾으니 말이다. 아마 생활하는데 있어서 조금

허황되게 살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이 싫지만은

않은 것을 봐서 나는 나의 이런 모습에 만족하며 사는 모양이다.

그리고 항상 꿈꾸워 오던 대로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했던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또한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산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치자면

전체적으로 반은 행복한 셈이다. 후후.. 아직 그 나머지 반을 채워

주어야 할 부분은 답을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지금 나의 마음속에 심어준 씨앗이 곧 그 싹을 틔우기를 바라면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매일 그 싹이

텄는지 바라보는 나의 일과가 어서 끝이 났으면 좋겠다.



기다리는 일이 너무나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

살아 가면서 마음 편히 기다리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세기면서...



힘든 날도 있겠죠, 하지만 후회 없어요.

저 하늘이 부르는 그 날까지 사랑만이 가득하다는 것을 믿어요...


그 언제까지나 말이죠...




PS: ... 그리고 이 글을 쓰고 6시간뒤에 나는 나의 나머지 반쪽 행복도 채워졌음을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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