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서두를 때가 된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요즈음은 집에서
장가갈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내가 맏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집을 떠나 타향에서 공부하다
보니 외롭고 힘들다는 이유가 더 클지도 모르겠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그다지 외로운 편은 아니었다.
학부 1학년 때부터 줄곧 함께 지내온 친구들이 늘 곁에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6년이란 세월은 그다지 짧은 세월은 아닐 것이다.
친구로서 서로 우정을 나눈다는 것은 말이다. 그 친구들이
늘 곁에, 그리고 서로가 필요할 때마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항상 나를 든든하게 바치고 있었던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박사 과정을 들어 오고 나서 그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를 떠났다. 이젠 학교에 혼자 남은 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늘 기대던 버팀목이 이젠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동안 그 버팀목으로 나의 뿌리를 내리다가 그 버팀목없이 혼자의
힘으로 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나의 뿌리를 다 내리지 못 했는지
가끔 몰아쳐 오는 바람에 흔들리고는 한다.
그래서 나도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늘 누군가 곁에 있음으로
해서 오는 든든함 때문에 말이다. 후후..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자신의 버팀목을
위해서 누군가 필요하지만 나의 버팀목이 되어 줄 사람은 여기, 이 곳
포항에서 또 다른 홀로 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결혼한 대학원생들을 위해서 아파트를 대여해 준다.
대부분의 그 안주인 되는 사람들은 타지인들이다.
그들은 남편이라는 단 한가지 버팀목을 의지하고 이 먼 곳까지
온 것이다. 그들을 지나가다 가끔 보게 되는데 나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참 힘들고 외롭게 살아 간다는 생각이다.
친구와 가족 모두와 떨어져 산다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이다.
나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지만, 그 사람이 여기서 그렇게
힘들게 지내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나의 외로움을 덮어 두려고
다른 사람에게 그 외로움을 지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고, 어쩌면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친구와 가족을 잊고 이 곳으로 내려와 생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에겐 진정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내가 버팀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젠 내가 누군가 힘든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서 말이다.
아니, 우리 서로 좋은 버팀목이 되어서 말이다.
글을 쓰고 나서 이 글에는 무슨 제목을
붙일까 많이 고민할 때가 있다.
난 왜 한번도 '무제'란 좋은 제목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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