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맨 처음 사람들이 향수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우습게도 몸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란다. 옛날 중세 시대 유럽에서는
목욕을 하는 것이 영혼을 빼앗기는 행위라고 인식이 되어서
일생에 딱 3번 목욕을 하였다고 한다. 태어 날 때 한 번, 결혼하기 전에
한 번, 그리고 죽어서 한 번. 또한 프랑스에서는 하수구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중세에 말이다. 지금은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것처럼
하수구 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다고 하던데...) 오물을 길거리에 그냥
버렸단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악취가 심했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귀족들 사이에 유행한 것이 향수란다. 프랑스 향수가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런 전통(?)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 향수를 주제로 '좀머씨 이야기'를 쓴 쥐킨스트(쥐스킨트??)가
좀 묘한 소설 '향수'를 쓰기도 했다.
사람마다 이런 향수의 선호도는 다른 것 같다. 자신이 좋아 하는 향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사람 고유의 향이 있다. 음, 그걸 체취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몸에서 나는 향기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암튼 그런 향수나 혹은 화장품, 또는 다른 것에 의해서 사람마다
제각기 향이 있는 것 같다. 체취라는 것이...
집에 가면 늘 그런 냄새를 맡게 된다. 우리 집 사람들의 향이 모여
또 다른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냄새를 맡으면 참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집이 좋다고 하는 것일까? :)
아버지는 아버지대로의 체취가 있다. 약간은 땀내 비슷한거 같기도 한데
난 그 체취가 참 좋다. 늘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체취는 약간 우유향이 난다.
*!* 음냐.. 젖 뗀지가 어언 26년이 지났건만... ^^; *!*
그 향을 맡으면 늘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진다. 그리고 어린 아이가
되어 버린다. 나도 모르는 새에 말이다.
그리고 아련한 기억 속에 떠 오르는 체취 하나는 할머니의 체취이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나 아련해서 기억을 떠 올릴 수
없고, 가끔 길을 가다가 흘러 가는 바람결에 잠시 맡으면 기억이 나곤
하니까 말이다. 음.. 오히려 묘사 못 함이란 핑계가 맞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의 체취가 떠오를 때면 웬지 푸근한 느낌이 든다.
고향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한가지 향기.
여기에는 무슨 느낌이 있다고 붙여야 할까? 그건 아직 나도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은 느낌이 떠 올라 적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향기가 아직 내 주위에 남아 있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아마도
같이 있는 동안 입었던 옷에 묻혀 왔나 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옷을
계속 입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향이 남아 있는 동안은 웬지 옆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 묘한 기분이다.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 중에 이 체취가 들어 가나 보다.
그 사람을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바로 옆에 있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이름이나 생김새로 그 사람을 떠 올리듯 그 사람의 체취로도
그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아주 가까히 있음을...
바람이 많이 분다. 웬지 모르겠지만 어제 오늘 계속 반쯤은 폭풍 속에
있는 것 같다. 그 흘러가는 바람 속에 가끔 보고 싶거나 기억 나는 사람의
향이 있었으면 좋겠다. 편지나 전화로 서로 안부를 묻지는 못하지만
내 주위를 감싸고 도는 바람은 내 체취를 실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해주려나?
그럼, 하늘로 높이 높이 할머니에게 까지 그리고 그리운 이들에게도
멀리 멀리 날려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그 소식이 전해져 왔으면.....
ps: 나한테서는 어떤 체취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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