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아쉬움이란 참 고약한 병이다.
오랫동안 같이 있어도 웬지 막상 헤어질 때가 되면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간, 혹은 두어 시간이나 같이 있으면서 어떨 때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쭈뻣 쭈뻣 거리더라도 '안녕'이라는 말은
왜 그리도 하기 싫은지 말이다.
후후... 참 고약한 병에 걸린 모양이다.
언젠가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두 남녀가 결혼하는 이유는 밤에
그렇게 서로 안녕이라고 말하며 헤어지기 싫기 때문이라고.
그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래서 무작정 결혼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
그래서 어느 때인가부터 그런 아쉬움이 쌓이기 시작하면 어떤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음... 무슨 방법이 제일 좋을까?
우선,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보고 싶을 때마다 편지를 쓰는 거야. 그리고 그 편지를 몰래 부쳐야지.
아마 며칠 후에 배달 되고 나면 그 때는 그 아쉬움이 사라지고 난 후겠지만
그래도 편지를 받는 기쁨은 새로 생기지나 않을까?
아니면 전화를 걸어 보는 것을 어떨까?
하지만 지금 막 헤어진지 얼마나 되었다고... 오히려 전화를 걸면
더 할 말도 없을텐데 말이야.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아무런 이유없이 전화를 걸어서 묵묵히 전화 수화기만 귀에 걸어 놓고
그 사이로 들려오는 동전 떨어지는 소리만을 듣는 것이니까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닐 듯 싶다. 음.. 이럴 때는 어색함만 피하려고 별 쓸떼없는
말까지 꺼내니가 말이다. 후회한 적도 많았지... 괜시리 그런 쓸떼없는
말만 꺼냈다가. 그러니 이건 잠시 빼어 보도록 하자.
......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아! 그래.. 신세대답게 삐삐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요즈음 삐삐 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음성까지 하지. 음, 그래. 그 음성을
이용해 보기로 하자. 막상 헤어지고 난 다음 그 아쉬움이 남는다면
얼른 주위에 공중전화를 찾아 그 아이의 삐삐 번호부터 돌리는 거야.
그리고 음성하나를 녹음해야지...
'아마 지금쯤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음성을 남겨..
웬지 모를 아쉬움이 남아서 말이야.... '
음성은 두번까지 연장이 되니까 내가 그 아쉬움을 달래는 것은 1분
30초뿐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더 이상의 잡다한
말은 하지 않아도 될꺼야.
1분 30초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든지, 아니면 그 1분 30초를 다 쓰지 못하든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그 아쉬움은 잠시 달래어 볼 수있지 않을까?
항상 그 삐삐 번호를 누르면서, 그리고 삑~ 소리가 시작되어 '녹음이
되었습니다...'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내게 남겨졌던 그 아쉬움이
한 풀 녹아 사라지기를 바라고 또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빌어 본다.
후후... 나의 아쉬움 달래는 방법이 좋기는 한 것일까?
하루에 한 번씩 주어지는 그 1분 30초가 내게 남겨진 또 다른 유희같아서
반갑기만 하다.. 하하하...
PS: 개인 광고 : 저에게 시험 잘 보라고 화이팅 남겨 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잘 했냐고요? 하하.. 지금은 제 손을 떠나 교수님 손에
달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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