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우리 실험실은 전에도 이야기 했듯이 여자 친구의 (혹은 애인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지 경쟁이나 하는 것처럼
사진이 들어간 액자틀 크기도 저마다 다르고 둘이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
결혼한 선배 형의 사진 속의 형수님을 빼고는 모두 사진으로만
보았을 뿐인데 가끔은 정말 저 분들이 어떻게 생겼을까 직접 보고 싶기도
하다. 어떨 때에는 예기치 않게 전화가 걸려와 목소리를 듣는 경우는
있다만 말이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아니면 혹은 좋은 사이라고 하더라도 가끔
그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형은 요즈음
고비를 넘기고 있는 모양이다.
*!* 이렇게 말했다가 나중에 그 형에게 맞을라 ^^; *!*
거의 저녁이면 전화로 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심심잖게 볼 수
있다. 전에는 나도 웃으면서 전화할 때 농담도 건네고 그랬는데
요즈음은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서.. ^^;
싸우는 원인을 조금 살펴 보면 서로가 서로의 환경을 조금 이해 못하고
원하는 것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서울이나 멀리 연인을 두고 있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들의 보편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 챗방에서 투덜거리는 동생을 하나 만났는데 투덜거리는 이유가
남자 친구가 대학원생인데 너무 바빠서 자기와 놀아줄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는 거다. 후후.. :)
전에는 늘 잘 해 줄꺼라고 그러면서 사람들의 질시와 부러움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말이다.
대학원생인 나도 나의 생활을 가만 보면 여자 친구에게 잘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있다. 대학원생은 맘만 먹으면 속된 말로 널널해지기(^^;)
쉽다. 교수님 안 계시면 눈치 봐 가면서 놀러 갈 수도 있고
또한 숙제와 시험은 거의 신경 안 써도 된다.
*!* 아, 물론 어느 정도는 유지 하면서 말이다. 경고 뜨면 문제가
다르지만.. ^^; *!*
그렇지만 항상 대학원생은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졸업이라는 중압감과
논문이라는 것과 또 만일 거기다가 프로젝트까지 하고 있다면 말이다.
논문은 써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냥 하나의 수필이라든가
아니면 소설을 쓰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 그치만 이번에 석사 논문을 쓰면서 알았는데 논문은 10%의
자기 한 일에다가 90%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 *!*
논문은 다른 사람이 한번도 안 한 일을 찾아야 하고 또한 기존에 있던
어떠한 방법보다도 조금이라도 나아야 하는 그런 제약 조건하에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이라는 주제로 어떠한 이야기도 쓸 수
있는 수필과 소설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대학원생에게는 이것이 늘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물론 당장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해야 한다는 묘한 중압감에
눌려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연인과 놀 때에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것이다. 후후... 비록 지금 가서 논문이나 프로젝트에
손을 안 대더라도 괜시리 실험실에 붙어 있어야 맘이라도 편하니 말이다.
그렇게 연인과 관계를 이어 나가는 대학원생들을 보면 가끔
불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한다. 그건 나한테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나도 언젠가는 누구와 사귀게 될 것이고
그럼 나도 지금 몇 사람들이 겪고 있는 똑같은 힘겨움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 사귀게 되는 사람이
그 모든 것을 이해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후후..
아니, 그건 차라리 욕심일지도 모른다. 다만 어느 정도만이라도
같이 느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누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
대학원생 장가 드는 것은 정말 힘이 드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아는 힘들어 하는 연인들이 정말 잘 풀려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가 조금씩만 서로를 이해해 주기를 바래본다.
음... 100% 이해 못 하면 서로를 조금만 같이 느껴볼 수 있기를
빌어 본다. 하지만 많이 힘들겠지?? :)
지금 서로 힘든 대학원생 커플들이 조금이라도 잘 되기를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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