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며칠전에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간 적이 있었다.
시내 여기저기를 일에만 정신이 팔려서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 먹을 때도 잊어 먹고 시내를 방황했다.
그리고 일이 끝이 나고 갖게 되는 모처럼의 여유.
학교내에 있으면 가끔씩 생각나는 음식이 만두이다.
후후.. 그래서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과감히 발길을 만두집으로 향했다.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하는 때였으므로 나는 점심으로 만두를 먹기로
한 것이다. 내가 찾는 곳은 포항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만두집, "명승원"
내가 처음으로 포항에 와서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그러니까 시험을
보러 왔다가 어머니와 점심을 먹기위해 일단은 시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갔다. 우습게도 나는 어머니와 함께 시내 한복판 여관에 묵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시내라고 찾아간 곳이 바로 코 닿을 곳에 있었던 것이다.
아니 처음에는 그곳이 제일 번화가인지 몰랐다. 다만 조금 사람들이 붐비길래
찾아 갔던 것이지.. 후후..
암튼, 시내 골목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눈에 띄인 곳이 바로 그 '명승원'이라는
만두집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그곳에서 군만두와 물만두 그리고 몇가지 다른
종류의 만두를 시켜 먹은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만두집은
포항에서 유명한 집 가운데에 한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만두를 먹고 싶으면 꼭 그 곳으로 향한다.
명승원 2층으로 올라가면 포항의 중심, 중앙 우체국 사거리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아무런 생각없이 자리를 잡고 만두를 시켰다. 그리고
잠시 시내 사거리의 행인들의 모습을 즐기던 중 나는 무척이나 반가운
것은 하나 발견했다. 바로 카페 '올리버'
후후.. 항상 사람은 추억이라는 것을 지고 사나 보다.
올리버라는 카페가 그리 반가웠던 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도 내가 2학년때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있었고 나만 홀로 포항에 남아 계절학기를
듣던 때었다. 서울에 있는 것도 심심한 일이었지만 포항에 혼자 남는 것도
결코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남아 도는 시간을 도저히 어쩔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하루는 시내 문구점에 들러 편지지를 잔뜩 샀다.
예나 지금이나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피터는 이곳 저곳 거리를
헤매다가 카페 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그곳이 바로 올리버였던 것이다.
나는 구석 자리 하나를 차지해서 앉아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하나씩 썼다. 카페에 홀로 앉아 점점 식어가는 커피를 행여나 차가워질까
손으로 꼬옥 감싸며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던 것이다. 후후.. 그 기분이란...
참 묘했다. 카페에 둘이 아닌 혼자 들어와 본 것도 첨이었지만...
언제나 혼자 카페에 앉아 편지를 쓰는 것도 한번쯤은 해 보고 싶었지.. 후후.. :)
그러나 그 카페, 올리버는 3학년때이던가 갑자기 셀프 호프로 바뀌고 나서
아애 이름이 없어져 버렸었다. 그런데 다시 카페로써 문을 였었던 것이었다.
명승원 만두집 2층에 앉아 한동안 그 카페를 바라보며 난 그 편지쓰던
추억속의 피터를 기억하며 잠시 취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음.. 얼마나 먹었다구... :P ) 많은 것을 잃어가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그 카페를 보며 다시 거기로 들어가
친구에게 편지를 써 볼까 생각도 했지만 머리속에서는 벌써 밀려 있는
프로젝트가 아른거렸으니 말이다. 후후... 암튼 다시 그 카페를
찾아가 편지를 쓰지는 못했지만 모처럼 작은 기억이 되살아나 명승원을
나올 때의 기분은 참 가뿐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소들과 그 안에서 일어났던 추억들이 새삼스럽다.
더구나 이제 그 많은 것들을 1995년이라 이름 지어진 추억 상자속에
정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언젠가 말했듯이 추억이란 사람을 늙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이 흘러 갈수록 추억의 상자는 쌓이게 마련이고
또한 그 상자들을 언제가 열어 보면서 작은 기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은근히 나를 위로 하고는 한다.
어서 여유를 만들어 보아야겠다.
더 이상 그 묘한 기분을 잊어 버리기 전에, 잊혀져만 가는 장소들에
찾아가서 그 기분을 다시 느껴 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그 '올리버' 카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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