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통신에서의 묘미(?)중에 하나는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그 글을 읽었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작가가 책을 낸다고
하면 이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사간 사람들 중에
몇 사람이나 끝까지 읽었는지는 솔직히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통계를 얻으려면 몇 권이나 팔았는지 일일이 알아
보아야 한다. 반면에 통신에서는 글의 제목 바로 옆에 조회수라는
지시계가 딸려 있어 몇 사람이나 읽었는지 알 수가 있다.
물론 사람들이 그 조회수 만큼 다 읽은 것은 아니다.
반쯤 읽다가 그만 둘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늘 조회수가
옆에 붙어 있으니 이 글이 인기가 있는 글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가 있다. 마치 서점에 가면 베스트 셀러만을 따로
모아 전시하듯이 말이다.
솔직히 글을 쓰다 보면 이 조회수에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
OpenDiary 같은 보드라면 혼자만의 일기가 될 수 있으므로
남들이 읽든지 말든지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통신상에 글을 쓴다는 것은 남들이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신상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한다는 목적도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에세이란에 글을 쓰면서
내가 가진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읽어 주기를 바라고 또한
같은 감정을 나누지는 못하더라도 한번쯤 나의 감정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쓰게 된다. 에세이라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뜻이니 말이다.
에세이를 쓸 때에는 다분히 읽는 사람이 있다는 전제하에
쓰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글 중간에 읽는 사람에게 질문도 던져 보고
'그렇지 않나요?' 하고 동의를 구해 보기도 한다.
혼자 보기 위하여 쓰는 글과 보이기 위해서 쓰는 글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글이 읽히기 위해서는 뭔가 하나의 중요한 주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주제는 보통 제목에 나타난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기 전에는 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일단 '보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목부터 '이 글을
읽으면 재미 있습니다.'라는 뉴앙스를 풍겨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끔 선정적인 내용의 제목이나 이성과의 관계를
함축한 제목이 월등한 조회수를 남기지 않나 싶다.
하지만 너무나 이런 것에 편승하다 보니 실제 제목과 내용이
전혀 다른 글이 보이기도 한다.
나 스스로 솔직해지자면 나도 이러한 면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글을 올리고 나면 며칠동안 내 글이 얼마나
읽혔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글을 올리고 난 후면 계속 그 보드에 가서
조회수 올라가는 것을 구경하기도 한다. 조회수가 꾸준히 올라가고
또한 주위의 다른 어떤 글보다 조회수가 높으면 기분이 좋아 진다.
하지만 조회수가 별로 높지 않으면 은근히 맘이 상하기도 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보다.
그러나 너무 조회수에만 집착하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초창기에 글을 한참 쓰기 시작할 때는 글을 쓰고 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것이 조회수였지만 지금은 그보다 그 글을 쓰고 나서
나중에 내 맘에 들었는가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조회수를 생각하고, 사람들이 많이 읽어 주기를 바라면서 쓴 글은
내 스스로 나중에 읽어보면 참 맘에 들지 않는다.
반면에 무척 글이 쓰고 싶을 때 아무 생각없이 쓴 글은
나중에 다시 읽어 보면 마치 일기 같이 맘에 꼭 들고는 한다.
난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 후후.. 글쎄....
솔직히 조회수의 유혹이 참 크기도 하다. 어짜피 읽히기 위한 글을
쓰니까 사람들이 많이 읽어 주면 기분은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젠 좀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싶다.
별로 읽히지는 못 하지만 나중에 나 혼자 간직하고 싶은 글을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드니 말이다.
한동안 글을 쓰기 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언젠가 이 '조회수 신도롬'에서 벗어 나고 나만의 세계를 가질 때,
좀 더 성숙한 나를 만나게 되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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