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어딘가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는다면 우선 친한 친구를 찾아간다.
가족들의 품을 떠난지 이미 오래이므로 괜시리 집에 전화를 해서
눈물을 흘려 보았자 집에 걱정만 끼쳐 드리고 별로 개운하지가 않다.
기숙사방으로 들어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맥주라도 한두어캔 사 들고
친구방으로 무작정 쳐 들어 가면 그 친구는 아무리 바뻐도 나를 반겨 준다.
후후.. 그런게 우정이랄까?
며칠 전의 일일꺼다. 방에 들어와 음악을 틀어 놓고 옷을 갈아 입는 사이
친구가 맥주캔을 사 들고 들어 왔다. 그 모습을 보자 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 내가 언젠가 너의 방에 술 사들고 쳐들어 갈꺼야...
내 마음이 너무 아프면... 하고 건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후후..
그런데 그 친구가 먼저 내게 술을 사 들고 쳐 들어 올 줄이야...
서먹서먹한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참으로 오래동안이나
맥주캔을 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악을 들으며... 이 음반에
싫증이 나면 다른 음반으로... 분명히 뭔가 답답한 것이 있어서 나를
찾아 왔을텐데, 그 친구는 그저 아무 말이 없다.
한참후.. 테이프가 두서너개쯤 바뀌고 난 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피터야.... 나 웬지 아파..."
"응? 어디가..."
"그냥.. 마음이..."
그걸 이해한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그러니... 하고 그냥 들어야 할까?
항상 친구의 그런 고백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나는 이럴때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까?
"그냥... 그 친구가 내게 멀리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
"....."
이해한다고... 그냥 그렇게 건네고 싶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같이 아파하는 것이.. 그리고 그저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내가 해 줄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누구든, 그 사람의 아픔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그 사람이
자신의 아픔을 술을 먹어 가며, 혹은 감정이 북받쳐 울며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그건 이미 건너오는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일때마다 항상 보아온 것은 주위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충고'를 하곤 한다는 것이다. 좋은 말로, 혹은 이 바보야! 하는 꾸짖음으로
말이다. 어떤 형식의 말이든지 그것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금 내 앞에서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에게도... 그리고
전에 그의 앞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이야기 하던 나에게도...
우린 서로 그것을 잘 아는가 보다. 그래서 결코 서로에게는 '충고'는
하지 않으니까...
내가 풀어 가야할 많은 문제들이, 때론 너무나 힘에 겨워 내려 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면 누군가 옆에서 이 짐을 함께 들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하지만 그런 잠시의 휴식뒤에 결국 그 짐을 다시 지어야 하는
사람은 정작 나 자신임을 깨닫고는 한다. 산다는 것이 너무나 힘든
경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내가 지금껏 달려 왔던 일이고 또한 앞으로도
끊임없이 달려야 할 길임을 깨닫고는 내 자신에게 다짐하고는 한다.
자! 힘 내는 거야...
친구는 결코 나의 짐을 대신 들어 주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들어 주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다시 그 짐을 짊어지고 일어 설 수 있도록 나의 어께에
들어 올려주기만 할 뿐이다.
그러기에 친구는 나를 대신 해 주어서가 아니라, 항상 나의 곁에서
함께 하여주는... 그래서 언제나 반가운 존재이다..
오늘밤... 웬지 그 친구에게 찾아 가고 싶다... 이번엔 나의 고민을 한 짐 지고
말이다...
가슴에 웬지 싸하게 아파오는 날... 그리고 생각해 보면 참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괜시리 마음이 상처 받는 날....
언젠가 내가 여기 다시 돌아 오는 날에는.....
나는 좀 더 큰 사람으로 돌아 올 수 있을까??
"친구야.... 나 웬지 아파..."
"응? 어디가..."
"그냥..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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