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스테크의 추억

동전 공중 전화

by 피터K 2021. 5. 23.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우리 학교의 기숙사는 총 21동이다. (남학생 19동 + 여학생 2동)

이렇게 많은 인원이 살고 있는 곳에 전화기가 없다면 너무나 이상할

것이다. 아, 물론 구내 전화는 각 기숙사 층마다 하나씩 있다. 그러나

이 전화는 시내 전화까지만 무료이다. 당연히 시외 전화는 불가능이다.

그래서 시외 전화를 쓰려면 기숙사 곳곳에 있는 공중 전화를 이용하여야 

한다. 얼마전부터 내가 사는 10동 앞 9동에 뭔가 뚝딱뚝딱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공중 전화 하나가 생겼다. :)

그러지 않아도 공중 전화를 쓰려면 지곡회관까지 갔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거기에 전화가 생겨서 그런지 가끔 밤에 방으로 들어 가다 보면 한 두어

사람이 전화를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집에 연락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연인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잠깐씩 상상도 해 본다.

집에 전화를 걸면 맨 처음 집에서 하시는 말씀이 이거라는데...

"돈 떨어 졌니?? "   ^^;


사람들이 전화를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잠깐 내 다이어리를

뒤척여 본다. 혹시나 전화 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렇게 다이어리를 뒤척이다 보면 한 사람의 이름에 가서 꼭 눈길이

머물고는 한다. 구지 전화 번호를 보지 않아도 외울 수 있는 번호지만

그렇게 내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이름과 전화 번호를 보고 있노라면

웬지 무작정 전화가 걸고 싶어지는 것이다. 특별히 할 말이 없어도 말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 그건 그 공중 전화가 카드 전화라는 것이다.

주머니 안에서는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동전은 무수둑 해도 막상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예전에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노래가 하나 있다. 015B의 '텅빈 거리에서..'

흔히 말하는 18번이라고나 할까? :)  

나에게 있어서는 그 18번이 바로 그 노래였다. 그 노래의 마지막 구절에 

보면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 야윈 두 손엔 동전 두 개뿐~~~ "

옛날에 그 노래를 부르고 나면 꼭 하던 농담이 이제는 동전 2개로는

전화 걸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공중 전화가 30원이었거든.. :)

그렇지만 이젠 그것도 40원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그런 것을 따지자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계속 가사를 바꾸어야 할 지도 모른다. ^^;


하지만 지금은 내 주머니 속에 10원짜리 동전 5개가 있어도 전화를

걸지 못 한다. 무척 듣고 싶은 목소리가 저 편에 있고 또한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데 말이다. 

옛날에 즐겨 보던 드라마 중에 '사랑이 꽃피는 나무' 중에 한 장면.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이었다.

동전 공중 전화였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막상 중요한 이야기를 

막 하려던 참에 동전이 그만 똑 떨어져 전화가 끊어져 버린다.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말이 무슨 말이었을까?

후후.. 아마도 사랑한다는 말이었겠지?

나도 웬지 그런 모습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동전이 똑 떨어져 전화가 끊어져 버리는 그 모습..

아쉬움이란 것은 늘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것이니까 말이다.


누군가 전화를 다 끝내고 카드를 뽑아 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 공중 전화기가 동전 전화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카드 전화기라도 그런 상황이 될 수 있겠지만 웬지 느낌이 다르다.

하나씩 둘씩 동전을 넣으면서 언제 끊어질지 몰라 조마조마 하며

전화를 하는 모습이 더 그립기 때문이다. 

주머니 안에서 짤랑거리며 보채는 동전은 방에 들어가 잘 모아야 겠다.

아쉽지만 모아서 전화 카드나 사야겠다. 후후... 그 전화기를 쓰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동전 전화기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맛 볼 수 

없겠지만서도....

그냥 딸깍딸깍 동전 떨어지던 소리가 그립다. 

그리고 공중 전화 박스 안에서 떨어져 내리는 동전을 아쉬워 하며

전화하는 내 모습까지도....

'포스테크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중한 사람들  (0) 2021.05.23
관심과 간섭의 차이?  (0) 2021.05.23
충고하지 않는 친구  (0) 2021.04.19
기차 여행  (0) 2021.04.19
깊은 슬픔  (0)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