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창가를 넘어 내게 다가 오는 햇살의 따뜻한 어루만짐은
나를 깊은 잠으로 유혹하기에 딱 알맞다. 나는 그 유혹에
가끔 저항을 해 보기도 하지만, 그건 부질 없는 짓이란 것을
깨닫고는 한다. 햇살은 나를 유혹하고, 그 보답으로
좋은 꿈을 꾸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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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서울이고, 학교는 포항이기 때문에 집에 한번 갔다 온다는 것은
큰 맘을 먹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그런 일이다. 여기서 서울까지
적어도 4시간 30분은 걸리니까, 너무 늦게 출발하면 집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잠만 자다 오기 십상이다. 그래서인지
집이 부산이나 대구인 친구들을 보면 마냥 부럽다. 기분이 울쩍할때나
아니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때, 훌쩍 집으로 가 버리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나도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기분전환을
하고 싶으면 집에 가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건 쉽게 금방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냥 발걸음을 시내로 돌리기 일수지만..
포항과 서울 사이를 다닐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버스와 기차, 그리고
비행기가 있다. 모, 대구에 가서 기차로 갈아 탄다거나 하는 등의
그런 것들은 다 빼고나서 말이다. 저학년때는 버스를 주로 타고 다녔다.
학생인 만큼 주머니도 가벼웠을 뿐만이 아니라 고속버스터미날이
집과 가까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년의 올라 갈수록 집에서도
버스타고 다닌다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며 차비를 쥐어 주시며
비행기를 타고 오라고 할때가 많아 졌다. 버스는 막히면 10시간까지도
걸리니까... 그치만 비행기라고 해서 또 일찍 가는 것도 아니다.
서울-포항을 날아서는 40분이지만 공항에 가는데 두어시간씩 걸리니
말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될 수 있으면 기차를 이용한다. 우선 역이 멀지 않고
항상 제시간에 출발과 도착을 하고 막히는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이유라기 보담은 다른 이유에서 기차를 찾고는 한다.
기차에 앉아 있을때, 열차가 달리면서 몸에 전달되어져 오는 덜컹거림..
쿵덕... 쿵덕... 마치 살아 숨쉬는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나의 몸을
훑고 지나간다. 쿵덕... 쿵덕... 그 느낌이 좋아서 기차를 타는 것이다.
또한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좋다. 열차의 박동소리를 들으며
주위로 펼쳐지는 새론 빛으로 정답게 흩날리는 개나리가 가득한 봄의
풍경부터, 빠알간 홍조의 미소를 머금고 새색시의 모습으로 단정한 가을
아가씨로의 모습이...
그래서일까? 이번에도 집에 다녀 오면서 기차를 탔다. 이번엔 겨울인 만큼
하이얀 천사와 함께 뛰노는 산 허리 허리를 기대했지만.. 너무 늦은
기차였는지 그만 금새 어두워져 내가 기대하던 연극은 시작도 하기전에
막을 내려 버렸다. 그렇지만 기차는 달리며 연신 자신의 박동 거림으로
나에게 이야기 해 주고 있었다...
피터야.. 지금 밖은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워..
아마 그 하얀 천사도 거울 꽃들이랑 놀다가 지쳐서 자나 봐...
그 들려 주는 이야기에 나는 그만 잠이 포옥 들고 말았지만...
여행을 하게 될때, 어디를 가고 있냐하는 그런 것 말고도, 내가 무엇을
타고 가고 있는가.. 하는 것도 하나쯤 그 여행에 맛을 더할 수 있는
감미료가 아닐지.. 후후...
다음엔.. 걸어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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