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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차마 숨겨둔 말 한마디

by 피터K 2021. 4. 25.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학생회관을 지나다 보면, 가끔씩 들려 오는 섹서폰 소리가 급한 나의

발걸음을 잡아 채곤 한다. 멍하니 학생회관 중앙에 서서 나도 모르게

꿈쩍않고 그 음악에 취하기도 한다. 

Kenny G의 Forever in Love....


   [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아직도 커피가 쓴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인가 보다...  ]

키즈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에세이란에 썼던 글귀중에 하나이다.  :)

어느새인가 시간은 나도 모르게 달아났고, 이제는 너무나 커피를 많이 

마신 탓에 전혀 그 쓴 맛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아직도 그 사랑이 쓴

이유는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잘 모르겠다.  

감미롭다는 말 밖에는 다른 말로는 형언하기 힘든 그 섹서폰 소리에 취해서

그냥 생각나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잘 모르겠는 나의 마음뿐이다.

사랑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문뜩 문뜩 그냥 생각나는 사람일뿐일까?

글쎄다...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랬다. 하지만 가끔은 사랑을 머리로

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냥,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머리속으로 생각을 하고,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저렇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하고.. 그러다 괜시리 기분도 우울해 지고...

그래서 다짐하고는 한다.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거야.... 하고..

후후.. 하지만 언제나 그렇다... 말로는 쉽지.... 


어느새인가 나의 마음의 한구석을 차지해 버린 사람을 떠 올리면 역시

누군가를 마음속에 둔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음 구석구석이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상처를 받아도 항상 나의 마음은

그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과연 자신의 마음속에 누군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까? 그리고 어떠한 생각들을 할까? 때론 그런 것들이 너무 궁금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하루종일 그 사람의 생각을 하고 있어도 지겨워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더욱 그런 일들이 궁금해 지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아마 나도 그런 사람들 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인류가 지구상에 그 모습을 나타내고, 지금까지 수많은 연인들이 만나서

사랑을 하고 죽을때까지 그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사는 것을 보면 그다지

어려운 일만은 아닐꺼 같은데... :P


가끔은 주위에서 이미 마음에 들어온 사람때문에 무척이나 아파하는 친구들을

보곤 한다. 그들이 아파하는 마음을 내가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는 

친구들 사이에 카운셀러가 되어 버린 나 자신도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 몰라

당황할때도 많이 있다. 들어주는 것만으도 충분하련만 그럴때마다 나 또한

그 아픔에 시달리고는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예전엔 다시는 내 마음에

그 누구도 들이지 않을꺼야.... 하고 다짐도 하고는 했다. 물론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란 것은 다아 아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사람이 누군가의 마음에 알을 품고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자신이 그 

마음을 그 사람들 위해 열어주고 또 품어 줄 수 있는 상황에선만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살아도 그 큐피드의 날카로운 

화살은 그 틈새를 정확히 뚫고 들어 오기 때문이다. 아마 그 큐피드가 자신의

힘이 모자르면, 대천사 라파엘의 힘까지도 빌려서 말이다. 

.... 그래도 안 열리면...?  후후... 아마 하느님의 힘까지 빌리지 않을까??


로미오와 줄리엣도... 서로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태어 났더라면 결코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그래도 하늘이 맺어준 사이라면 어디선가 만나서 사랑을

했을꺼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며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아마도 그건 이미 정해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서로가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뿐...

서로의 마음속에 작은 공간을 비워두고, 언젠가 그 자리에 사랑이라는

알을 품을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이제 만날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희망도 꿈꾸어 본다.


어느날 친구가 내게 보내온 편지에서 발견한 시 하나만큼 이제는 문뜩문뜩 

그 아이의 생각을 해 보며.... 나에겐 아직 그 '때'가 되지 않았을까

고민(?)도 해 본다.



   차마 숨겨둔 말 한마디...                   < 김 기만 >

     편지를 씁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아껴두고
     그저 때때로 그대 생각이 난다고만 합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아름다움을 믿기 때문이며
     아름다운 그대를 믿기 때문이며
     아름다운 세상을 믿기 때문이며
     가을을 좋아하는 어느 소녀가
     작은 소망처럼 가을이 돌아옴을 믿듯
     아름다운 그대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렇게 하고 싶던 
     사랑한다는 말은 숨겨두고
     하늘을 볼때마다 
     그대의 생각이 난다고만 합니다.




오늘은 하늘이 무척이나 눈이 부셨다. 때론 그 눈부심을 구름이 막아 주어서

하늘을 좀 더 많이 쳐다 볼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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