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자들을 볼때마다 난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무릎위에 살짝 걸치는 투피스 모양의 치마는...
그치만 보는 아름다움과 입은 후의 모습은... 글쎄...
이 나이에...24살밖에 안 되었지만... 여장을 해볼 기회가 생겼다.
성당에서 청년축제를 하는데 엑스트라가 필요하단다.
그래서 흔쾌히 응했더니 맡겨진 역할이란 것이 여장한 비서란다.
윽.. 이런..
난 그저 가서 대강 걸치고 무대를 돌면 되는 줄 알았더니
여자분이 나를 부르시며 한아름 봉투를 안겨준다. 그 안엔 치마와
마이.. 그리고 아직 뜯지도 않은 스타킹이 들어 있었다.
음냐.. 이걸 입으라고?? 한참을 빼다가 난 결국 압력(?)에 의해서
옷을 갈아입을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치마... 무릎정도까지 오는 투피스치마였는데 허리 한쪽 끝에
지퍼가 달려있었다. 그래서 언뜩 생각이 난 것이.. 그래 지퍼는
옆으로 가지..하는 생각에 치마를 입고 치마를 돌려 지퍼가 옆구리에
오도록 했다.
다음엔 스타킹... 난 생전 처음으로 내 손으로 스타킹을 뜯었고
신어 볼려고 쭈욱 폈다... 옴마나.. 근데 왜 앞뒤가 없지??
난 스타킹도 양말처럼 앞뒤 표시가 있을줄 알았다. 한참을 돌려 보아도
이 스타킹은 그냥 일자모양인 것이다... 아하.. 그냥 신는 것인가 보군..
다행이 팬티 스타킹은 아니었다....
처음 신어본 스타킹이라서 그런지 느낌이 무척 이상했다...
뭔가가 딱 내 다리를 조이고 있는 느낌이.. 거북하기도 했고...
정말이지 못 봐주겠는 것은, 그 스타킹 사이로 털이 삐집고 나온 모습이..
.... 겨우 치마와 스타킹을 신고... 여러 사람들 앞에 선을 보이는 자리...
짜잔... 수 많은 남성들의 완전히 간 눈동자.. 그리고 모든 여성분들의
질시의 눈빛...사실.. 내가 좀 말랐거든...
울 여동생이 하는 말이.. 오빠 다리에 털만 깎으면 미스 코리아 뺨치겠어..
에구.. 하지만 결국 실수를 하나 했는데.. 치마 지퍼는 뒤로 가는 거라나..
난 여기까지... 라고 했지만, 이번엔 이리 와 보랜다.. 음냐.. 화장까지요??
크림이 한손에 가득히 부어지고... 콤펙트가 눈앞에서 왔다갔다 거리고..
윽.. 루즈까지... 모라더라... 째즈 와인.....
난 거울을 안 보려고 마구 피해 다녔다... 난 맨 정신으로 이꼴 못봐..
하지만 도망다니다가 결국 사진에 찍혔고...(그 사진 학교에 나돌면
자살 할 것임..)
연극은 겨우 끝나고... 클린싱 크림으로 한참을 닦아내고...
신부님까지 모인 자리에서... 난 칭찬아닌 칭찬을 들었다...
피터, 각선미 죽여 준다...(어느 남자분)
아니, 피터 선생님... 이거 같이 못 다니겠네...(어느 여자분)
아니 그것도 허리에요? (치마 빌려 주신 분..)
청년축제가 끝나고 같이 뒤풀이할때까지.. 난 내내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실은 벗어 놓은 것을 잊어 먹고... 기숙사에 들어 올때까지...
지금 그 스타킹은 내 방에 걸려 있고.. 주말에 집에 갔다온 방돌이는
그 스타킹을 보고 기겁을 하고...(내가 누가 신고 들어 왔으니까 여기 있지
했더니..만)
요즈음은 남자도 치마를 입고 다니고, 여자는 머릴 바짝 깍고...
유니섹스인지 몬가 하는 것때문에 남녀 구분이 모호해 졌다.
치마를 입어 보고 스타킹을 신어 보고... 하는 것은 정말이지 뜻하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언젠가 내 아들세대쯤 되면 정말이지 내 아들이
치마 사달라고 하면 어쩌지...??
PS: 오늘은 어째... 내 스타일을 많이 구긴 것 같은 느낌임...
내 스타일의 글이 아니라서리....하지만 나도 이런 스타일을 글을
쓸 줄 암... 안 써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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