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에전에는 자주 가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키즈에 들어와 꼭 한번씩
가 보는 곳이 있다. 바로 챗방...
처음 챗방에 갔을때는 서로 아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 하고 있어서
이야기 한번 꺼내 보지 않고 그냥 멍하니 구경만 하고 나오기 일수였다.
안녕하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두 마디만 하고 슬쩍 빠져 나왔으니까.
그렇지만 계속 챗방에 머물다 보니 한 두사람 이야기를 걸 수 있게 되고
또한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있어서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되고
요즈음은 거의 챗방때문에 키즈에 들어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러다가 분명히 한번 되게 혼날꺼다... 이 바쁜 와중에서도 챗방에
들어 가다니...)
챗방에 가면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이야기 나눔이 아니라서인지 대부분 이야기꺼리는 농담이 되기 십상이다.
아마도 그래서인가 보다. 괜시리 챗방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약간은
흥분(?)을 하게 되고 말이 마구 나오게 된다. 사람을 막 무시하는
말도 하게 되고...
오늘도 그랬다. 챗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에게
조금은 심한 말을 했다. 그랬더니 조금후.. 이 아이가 아무 말도 안하기
시작하는 거다. 두어 페이지가 지나가도... 그 아이는 아무 말 안했다.
순간.. 나는 내가 너무 실수를 했구나 생각했고, 속말로 미안하다고
전했다. 미안..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지..
그래도 아무런 댓구가 없었다. 다른 사람과 속말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일때문에 나의 메세지를 못 보았을까..? 아니면 정말로
화가 났기때문일까... 그 아이에게 아무런 댓구가 없자 나도 괜시리
기분이 상했다.. 아! 이거 정말 실수를 했나 보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데... 나는 속말로 그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한마디
전하고 챗방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키즈도 접속을 끊었다.
키즈를 띄웠던 윈도우도 닫고 내가 하던 일로 돌아왔다.
프로그램을 두어줄 더 코딩해 나갔을때도... 계속 상처준 일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 한 말과.. 또 미안하다는 말도
받아 주지 않던 그 아이의 모습이... 자꾸만 맘에 걸렸다...
프로그램도 더 이상 진전이 안 되고..
나는 다시 윈도우를 열고 키즈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광장란에 갔더니
아직 그 아이는 챗방에 있었다. 나는 톡을 신청했다.
잠시후 그 아이는 나와 연결이 되었다.
미안... 아까 너무 말을 함부로 했어.. 화 났지.. 사과 할께...
후후.. 그래? 사과 받아 들일께...
다행이도 그 아이는 나의 사과를 받아 주었고 나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안녕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내뱉는 말이 때론 남에게 큰 상처를 주는가 보다.
아니, 생각없는 말이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살아가면서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남의 기분을 의도적으로 상하게 하는 말을 하면서 살 필요도 없겠지..
나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말이... 때론 그 끝에 날카로운 촉을 달고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라며...
말로서 입히는 상처가 주먹으로 입히는 상처보다 더 크다는 뜻이
오늘 마음에 와 닿는다...
세상은 웃음을 지으며 살기만도 바쁘지 않은가.... 후후...
미안... 챗방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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