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때론 '나'라는 아이에 대해서 파악이 잘 안 될때가 있다.
피터.. 너 이런 아이야... 하고 듣는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피터란 아이... 이렇게 생겨 먹었을텐데... 라고 내리는 나의
분석조차 때론 너무나 황당하게 만드는 일을 가끔씩 하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렇다고 해서 아주 뒤집어질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도 잘 모르게 행동하는 나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는
그런 뜻이지...
얼마전에 발견한 나의 새 모습은 무엇인가에 집착이 강하다는 그런
모습이었다. 글쎄.. 가끔은 고집이 쎄고, 혹은 간혹가다 자존심이
쎈 것을 알기는 했지만서도...
기숙사를 옮기고 나서 한동안은 방을 정리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항상 즐겨 듣던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는데, 대신 방돌이형
테잎을 가끔 듣고는 했다. 하루는 무엇을 들을까 고르던 중에
여행스케치 2집에 눈에 띄였다. '별이 진다네'같은 노래를 들어보긴 했지만
아주 좋아하는 그룹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모두 익숙해 지면
다 좋아 보이나 보다.. 며칠동안 반복해서 듣다 보니 노래들이 익숙해지고
그 중에 몇곡은 무척이나 나를 설레이게(?)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악 귀에 익어 아무 생각없이 마구 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에
방돌이 형이 짐을 싸서 집으로 가게 되고 나는 그만 그 음악과 헤어지게
되어 버렸다.
며칠 귀에 항상 맴돌던 음악을 잃어버리고 나니 허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방에 오디오를 세팅하자마자 곧장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같은 테잎을 하나 사왔다. 그리고 커피를 푸근하게 끓여 놓고 다시
들은 그 음악.... 너무나 푸근했다. :)
하루는 성당에 갔다 오면서 그 테잎을 들고 나갔다. 오고 가는 차 안에서
들으려고.. 들어 오는 길에 친구 차를 얻어타게 되었는데 나는 이 친구에게도
이 노래들을 들려 주려고 테잎을 건네 주었다... 아고.. 하지만 별로
가요를 좋아 하지 않는 친구라서 반응이 별로네...
그래도 나는 끈기(?)로 너도 이 노래 좋아 하게 될꺼야... 하면서
그 친구에게 그 테잎을 주어 버렸다... 이 노래를 듣고 너도 공감하는
부분이 생기기를 바래.... 하는 마음으로..
아마도, 이 구절은 '상록수'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생각이 든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하하하.. 그런 음악도 그럴까?
매일 듣던 음악이 싸악 사라지고 나니 갑자기 허전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다... 웬지 허전함... 하지만 모, 그냥 음악일뿐인데...
그래.. 한 며칠은 좀 듣고 싶더니, 지나고 나니 그냥 그런 좋은 노래가
있었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지난 번에 집에 가게 되었을때.... 긴 기차 여행중에 덜컹거리는
기차의 박동소리가 나를 재우면서 떠오르던 그 음악들의 선률...
오페라나 클래식, 혹은 성악같은 고전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나의
가슴에 와 닿았던 그 노래들이 갑자기 듣고 싶어 졌다. 하하하...
어쩌면 고전만이 입에 맞는 사람이라면 웃을지도 모른다. 그런 천한
노래가 모 그리 좋으냐고... 후후.. 하지만 난 그런 고상을 떨면서 사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저 어느날 듣고 싶던 그 노래, 그리고 그 가사들... 어쩌면 그 가사가
더욱 나의 마음을 충동질 했는지도 모른다. 학교에 오자 마자 바로
레코드점으로 달려가 다시 새로운 테잎을 사게 만들었으니까...
듣고 싶던 그 노래에 다시 취하는 동안, 전에는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무엇인가 소망하고 원하면 꼭 하고야 만다는 묘한 집념...)이
두렵게 느껴지기 보담은 웬지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묘한 기쁨은 또 무엇이었을까??
하하하..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도 잘 모르는 미지의 흰 여백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인가 보다...
그리고 언젠가 그 하얀 여백을 다 탐험하고 그리고 거기에 내가 쳐워 넣고
싶은 그림들을 다 그려 넣었을때 그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가지 바라는 것은, 그 흰 여백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마법의 지우개를 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리고 나를 충동했던 이 노래의 가사처럼, 이젠 그 여백에 내가
지금부터 그리고 싶은 사랑을 채워 넣고 싶다..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어...
[ 예 민 작사, 작곡 ]
나뭇가지 위에 앉은 작은 새 날개짓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이 맘 너는 알고 있니?
언젠가 너의 눈빛을 두렵게 알던 날부터,
사랑이라는 작은 떨림에 밤새 잠을 설치고 있지..
나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설레임이 앞서는 걸까?
알 수 없는 나의 이 마음을...
나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걸까?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이 마음..
작은 발자욱마다 혹시 놀래지 않을까?
두려움 느끼며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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