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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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너무나 뒤늦게 알았다고....
언젠가 '세'가 해 주었던 야간 비행사 이야기를
그대로 '세'에게 해주고 싶어. 너는 내 고향이라고,
너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 삶속에서 내가 머리를 둘데라고.
하지만 나, 너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어 말 할 수 없어...
아니, 한 일들이 있지. 너를 위해 한 일들이 아무것도 없다면
다행이련만, 한 일들이 있어.
너를 기다리게 하고, 너를 걷게하고, 너를 아무 것도 못하게하고,
너를 무시하고, 너를 괴롭혀, 결국은 너를 분열시켰지.
이젠 분열도 끝나 내게서 마음이 떠나버린 너를
향해 이제와 사랑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니...
"깊은 슬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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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친구의 생일준비를 하며 선물을 사러 다른 친구와 시내에 나가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시내에 나가는 차안에서 그 친구가
내게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 신경숙씨의 "깊은 슬픔"이다.
아침 라디오 방송중에 신경숙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들으며
그 소설이 대강 무슨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다.
서로의 등만을 바라보고 있는 세사람의 이야기...
'완', '세' 그리고 '은서'...
내가, 아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중에서
아마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해답이 없고 결론이 없다. 그 시작도 없고 원인도 없기때문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또 자신은 누군가에 의해 사랑을 받으니 말이다.
이 곳에서 4년을 살면서 나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정이라는 딱지를 붙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감히 '사랑'이라는
딱지를 붙여줄만한 사람도 만났고...
나는 주로 우리 학교 여학생들을 좋아 했었는데 같은 곳에 살다보니
자연스레 가까워 질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마음 한구석에 쌓아두기 시작하고
그러면서부터는 어려워지고...
4년이나 그렇게 반복을 하면서 살다보니 이젠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지겨워지기도 하고 이젠 사람을 만나 감정을 가지는데
무척이나 인색해져 버렸음을 문뜩 깨닫고는 한다.
얼마전 내가 좋아하던 후배로 부터 약간은 충격적인 말을 듣고
내 생애 처음으로 그 후배앞에서 너를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 보았다.
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이야기하자 그 애는 알아듣지 못하고
그래서 연못가를 한바퀴나 그냥 걸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잘 자라는 말과 함께 돌아 섰을때, 난 갑자기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저 애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 누군가가 편한 저 애일뿐일까? 만일 저 애가 아니라도 누군가
내곁에 있었으면 그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들이 나를 감싸는 가을 바람처럼
내 자신을 꼭꼭 감싸안고 있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장소에 태어났으면
아마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했을 것이라는 누군가의 사랑론처럼
....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그 애인지 확신을 못하겠다.
그 후배는, 나중에 알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고...
그럼 우리는 소설처럼 서로의 등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까???
자라을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을 보고 놀란다고 하든가...
이젠 누군가와 힘들어져 내 그림자를 바라 보아야 하는 일은
더 하고 싶지 않다.
행복과 슬픔, 사랑과 이별은 단지 종이 한장 차이라고 했다.
쉽게 생각하면 쉽게 생각할수록 어려운 문제는 오히려 쉽게
풀릴때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느끼는 것은 이론과 실재는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가 힘든 것...
종이 한장은 대체 얼마나 두꺼우며 어떻게 뒤집어야 하는 건지...
"은서"는...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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