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ay ] in KIDS
글 쓴 이(By): peterk (김 태훈)
날 짜 (Date): 1994년07월26일(화) 20시02분30초 KDT
제 목(Title): 비가 오는 날이면...
"친구여,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무언가 따뜻한 것이 그립듯,
네가 그립다."
3년동안 써오던 내 샤프에 적혀 있는 글이다.
그 글을 반년쯤 전에 발견했다. 결국 2년 반동안 그 글을 옆에
두고도 읽지 못 했던 거다.
때론 이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뜻하지 않는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더구나 그렇게 발견한 것은 더욱 즐거움을 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즐거움은 혼자 가지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도 나누어 가지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도서관에 가면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된다.
때론 이런 나의 행복을 나눌려고 장난을 치기도 하는데..
그건, 바로 그 사람이 없을 때를 틈타, 그 사람의 노트 다음장에
작은 메모를 붙여 놓는 거다.
언제 발견 할지는 모르지만, 혹은 뭐 펼쳐보지 않는 다면 영원히
못 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인지 나도 도서관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갈때면 무엇인가
내 자리에 놓여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고는 한다.
물론 대부분 아무 것두 없지만. 뭔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도서관가는
그 발걸음 만이라도 괜한 상상에 가벼워 지니까.
작년 내 생일때 일이다.
난 거의 도서관 한 구석을 거의 전용으로 쓰고 있었는데
(물론 개인 물건을 놓아 두고 점유한 것은 아니고 그 자리 얻으려고
무척 일찍 도서관에 갔다.)
아침에 가 보니 내가 매일 앉던 책상위에 무언가가 달랑 놓여 있는 거다.
친구가 내게 바로 주기 쑥스러웠는지 나보다 먼저 와서 놓아 두고 간거다.
장미 한송이와 함께.
남자가 무슨 장미 송이를 선물과 함께 받느냐고 하겠지만 선물을 준건
여자 친구라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암튼 그 선물을 작은 등이었는데난 그걸 자기 전에 머리맡에 켜두고 잔다.
마치 내 수호천사인양.
선물은 그 친구것 뿐만이 아니었다. 수업 끝나고 돌아오니 다른 선물이
놓여 있었고 난 더욱 행복해 질 수 있었다.
참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단순한 거다. 가장 조그마한 일에 가장
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아마 여기 에세이란을 사랑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여기에 들어 오면 누군가 남겨 놓은 선물이 있고 그걸 풀어 읽고나선
행복해 질 수 있으니까.
오늘 모처럼 비가 왔다. 비가 오니까 전에 행복했던 기억들이 새삼 떠 오른다.
그러구 보니 오늘 하루도 행복 했었나 보다.
이제 도서관에 논문 읽으러 가야 하는데
아까 저녁 먹기전에 두고온 내 자리에 누가 뭔가 남겨 놓았을까?
도서관 가거든 따뜻한 커피나 한잔해야 겠다.
포스테크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