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내가 맨 처음 담배를 배운 것은 1학년 가을축제때였다.
한참이나 마음을 두고 있던 여학생에게 어떻게 할 지 잘 몰라서 무척이나
속을 태우고 있던 때에... 지나가던 친구에게 한대를 구해서
하루종일 들고 다니다가, (왜냐하면... 담배를 필 용기가 안 생겨서..)
결국 친구방에 들어가 처음으로 불을 붙여 보았다...
[ 콜록..콜록... ]
이것이 내가 담배를 처음 피워 본후의 첫 감탄사(?)였다... :)
아마도 담배를 처음 배운 사람들의 많은 이유가 이렇게 이성친구와 잘 되지
않았을때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면 난 그런 범주안에 꼬박꼬박 들곤
하는 평범한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시작한 담배는 처음에 그다지 늘지는 않았다.. 분명히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다면 골초가 될 것같은 느낌도 들었고, 내 몸이 못 견디리라는
그런 느낌도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사서 피우지는 않았다.. 피고 싶은
기분이 들면 친구들에게 꼭 얻어 피웠다.
처음엔 그냥 과시용으로 폈다... 멋있게 한모금 연기를 가득 모으고
공중으로 쭈욱 펴 보내는 모습이 멋있기도 했고, 또한 친구들에게
폼을 재느라고 일부러 모임에 가서 피기도 했다. 특히, 나에게 처음으로
담배를 물게 했던 그 친구 앞에서는...
(아고... 피터, 그러고 보면 참 철 없었다.. )
그동안은 흡연량이 조금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면서 보내었었는데,
3학년때...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사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는 영~ 경황도 없었고, 그냥, 철없이 객기라고나 할까?
분명히 아침에 개운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나는 계속 피워댔으니 말이다.
하하... 무슨 이유냐고?? 물론, 이번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나를
그런 기분속으로 계속 몰아 넣은 이유가...
(음... 신은 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을까??? )
하지만 몸이 계속 말을 듣지 않자, 담배를 줄여 버렸다. 그래, 줄였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결코 끊을 수는 없었으니까... 평소에는 피지 않아도
가끔 기분이 우울해 지거나 카페에 가서 괜시리 선율이 나를 감싸노라면
나는 그런 뿌연 연기의 환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 흡연량이 늘기 시작했는데 그땐 대학원 시험보기 직전...
그때는 다른 것 보다도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그런 상황이 나를 그런
유혹속으로 다시 손짓했다.. 충분히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속에서도
가끔씩 나를 괴롭히는, 일말의 불안감.... 나,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시험은 그럭저럭 통과했고,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면서(대학원이라는
또 다른 환경에서의 새 출발... 음... 이젠 학생이 아니라, 종으로써... 쩝)
나는 생활을 조금 고쳐 보기로 했다... 나를 한참이나 괴롭히는 것들은
깨끗하게 잊어 먹고, 또한 담배의 유혹도... 그치만, 또 다시 완전히
끊는다는 것은 무리이고... 가끔 술자리에서나...
그러다가 나는 참으로 획기적(?)인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금연!을
할 수 있는... 물론 타의에 의한 것이지만...
집에서 몸보신하라고 약을 지어 주신 거다.. 아주 거금을 들여서...
약의 효과를 보려면, 금주, 금연이란다...
피터는... 아버지를 닮아서, 무척이나 구두쇠이다... :)
약에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음... 몸 생각을 해서가 아니군... 쩝..)
약을 먹는 날부터, 피터는 용감하게 금연에 들어갔다...
하루, 이틀, 사흘.... 째깍째깍.....
날이 지나감에 따라, 가끔은 금단현상(?)도 나타 났지만, 용감하게 견디었다.
순전히 약값때문에... 참자... 이번에 아주 끊어 버리자.... 필승!!!
약은 한달이나 먹었고, 약을 다 먹은 날... 피터는 용감하게 편의점에 가서
하이트 맥주 한 캔을 샀다... 약을 다 먹은 것을 자축하는 의미로..
그동안 젤루 힘든 것은 금주였기 때문에... 그래! 담배는 끊었어..!!
주위에 친구들이 담배를 많이 피워서 힘든 것도 있었지만 다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힘든 것은 바로 술이었다... 기분이 여엉 상한 날이면
밤에 맥주 한 잔으로 달래 보련만... 알콜 한 모금도 댈 수가 없었으니...
그래서 마지막 약을 마신 날, 맥주로서 그 개시를 시작했던 것이다.. ^_^
담배를 끊은 사람과는 친구도 하지 말라고 그랬다...
그만큼 금연이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불행하게도 피터는
딱 한달 보름만에 다시 몇 모금을 뭉게뭉게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보다는 담배를 피워야 겠다는 그런 노골적인 기분은 들지 않는다.
줄여 나가고, 또한 정말로 나의 기분을 주체 할 수 없을때에만 한모금
물어 피우자... 하는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억지로 그것을 참으려고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게 더 몸에 안 좋을지 모르겠다....
불행한 것은 지난주에 집에 갔을때, 아버지께서 아직도 담배 피니? 하는
질문에 그만, 이제 끊었어요.... 하고 조금 거짓말을 한 것이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항상 내 곁을 맴도는 한 가지를 잊으려는 노력은 아마도 이렇게 담배를
끊는 것 만큼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동안
나는 그 안개속에서 나를 떠나지 않는 것들을 모두 그려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구는 담배연기로 동그라미를 그려 낸다. 아주 멋있는 묘기이다.
하지만, 그 사람도 나의 멋진 연기에 따라 오지를 못할 것이다.
나는 그 연기속에 나를 울리고, 때론 웃기고 슬픔에 잠기게도 했던 그 모든
기억들을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젠, 나를 몹시도 흔들어 깨운던 악몽속에서 깨어나고 싶다.
다시는 그 연기를 뿜어 내기 않으면서....
나의 멋진 묘기는 다시 부리지 않으련다....
그 아스라이 공중에 흩어져 사라지는 연기의 아쉬움 만큼이나
내가 부여 잡으려고 노력하던 것들이, 다시는 나의 창문을 두드리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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