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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피터 장가가면....

by 피터K 2021. 4. 19.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이번 주말이면 성당 전례상 부활절에 해당한다. 구지 신자가 아니라도

부활절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부활절날 서로

나누어 먹는 이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달걀도...  :)

막상 그런 것들을 준비하려면 성당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 한주가 무척이나

바빠지게 된다. 이번주가 바로 그렇게 바쁘게 보내야 하는 그런 주이다.

그래서 나도 지난 몇주는 주말에 성당에서 보냈다. 성당에서는 동기들이

참 많다. 그래서인지 활동을 하는데 편하고 부담이 없다. 또 모여서 

같이 노는 재미도 있고..  ^_^


어제도 친구들과 성당 만남의 집에서 모여 이번 부활절때 있을 행사준비를

위해 일했다. . 발표회가 하나 있는데 그 포스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일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서 몇 사람만 오려 놓은 글씨들을 풀로 붙이고

있었고, 남은 사람들은 커피를 뽑아 먹으며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뒷정리하느라고 이것 저것 주워 담고 그러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친구들의 대화 내용이 솔솔~ 귀에 들어 오는 것이다. 

하하... 이제 시집, 장가 갈 때들이 다 되어서 그런가?? 

친구들 잡담 주제가 바로 결혼에 관한 것들이었다. 


"음.. 넌 장가가면 맨날 부인대신에 설겆이만 할 것 같아..."

"뭔소리야? 난 부인을 꽉 잡고 살텐데..."


"넌 결혼하면 참 아기자기하게 살 것 같아.."

"헤헤... 정말 그렇게 살아야지.... "


결.혼.이야기라서 그런지 나는 딴 일을 하는데도 귀는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 음.. 나도 못 말려.... 쩝..

음.. 그런데 친구들의 화살이 나한테 돌아 오는 거다.


"피터두 장가가면 참 부인한테 잘 해주고 살 것 같은데..."
                      <<  음... 고럼고럼.....

"아니야... 오히려 저런 애가 장가가고 나면 확 달라져.. 아주 차가워 

지지..."              <<  읔... 뭔소리...


내가 그동안 쟤네들한테 어떻게 보였길래 그러지??



내가 가진 별명중에 하나가 20세기 최후의 대책없는 로맨티스트이다...  :P

하하... 정말 나는 때론 대책없는 짓을 많이 한다. 그리고 생각도..

아직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마법의 성'인걸 보면, 난 아직 어쩔 수

없나 보다... 헤헤.. 그리고 kid version으로 부를 자신!! 도 있다... :)

가끔 쓰는 소설도 주인공이 대부분 부부이다. 한번은 친구가 

읽더니 한마디 했지... 너 결혼두 안 해 본 애가 어떻게 그리 잘 알아? 

아마도 내가 그렇게 글을 쓰고 생각을 하는 것은 그런 꾸밈없는

생각과 느낌으로 살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_^

                         <<  그리고 난 항상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 


나는 항상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막상 친구들한테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겁이 덜컹 나는 거다. 나 정말로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그런 말들을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곤 한다.

나 정말로 그런 가봐... 그래... 나 그럴지도 몰라.... 하면서...

불행히도 그러다 보면 정말로 자신이 그런줄 믿게 된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조금씩 변해 가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 암시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자신도 나를 잘 모르면서 

주위 사람들의 그런 암시에 속아 넘어가 나 정말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고 나를 그렇게 만들어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가 나를 그렇게 보았다면 나는 나도 잘 모르는 그런 모습을 

보여 왔거나 그런 가능성이 있을지 않을까?? 

그러면 나의 약점을 알았으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지...

절대로 암시 같은 것은 하지 않을꺼야... 절대루...


나? 난 항상 대책없는 로맨티스트라니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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