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가끔 시내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쯤 들려보는 곳이
포항문구센터이다. 거기에 가면 맘에 드는 펜을 고를 수도 있고
디자인이 멋있는 소품들을 고를 수도 있다.
한가지 더 맘에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편지지를 맘껏 골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쓰지 않고 책상속에 그대로 묻혀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맘에 드는 편지지가 있으면 꼭 사둔다.
언젠가 쓸 곳이 있겠지....
가족들과 떨어져 살다보니 외로움도 많이 느끼게 되고
그래서인지 누군가로부터 전화라든가 편지받는 것은 무척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한 친구가 말했듯이, 그저 "안녕"이라고만 적힌
편지가 와도 기쁘다고...
며칠전 방에서 책상 서랍에서 무엇을 찾다가 편지를 모아둔 서랍까지
열어보게 되었다. 포항에 4년간 살면서 받은 편지가 서랍 하나에
가득 고여 있었다. 그간 받은 편지가 거진 130여통 되니 참 많이
받은 셈인가??
주로 고등학교 친구에게 온 편지가 대부분이고 방학때 서로 보냈던
카드며 안부 편지들이 조금 있었다.
그 중에 하나를 열어 읽어 보고 잠깐 그 보낸 사람을 생각해 보고...
이중에 100번째 받았던 편지는 너무나 반가워서 답장을 아주
정성껏 해 주었던 기억이 나는데...
하지만 요즈음은 안부편지를 쓰기보담은 전화에 손이 가게 되고
그나마 귀찮으면 그저 잘 살겠지하고 덤덤해져 버렸다.
정이 식어 버린 것인지 아니면 이제 편지를 쓴다는 것이
귀찮아져버린 일이 되어 버린건지...
여동생이 가끔 내게 편지를 보내온다.
여자애라서 그런지 동생에게 받는 편지는 가끔 무덤덤하기만 했던
내 얼굴에 하루종일 웃음을 가득 머물게 한다.
동생은 보내는 사람란에 다음과 같이 써서 보낸다.
"미녀가 야수에게"
음.. 내가 그렇게 사나운 야수인가???
전화를 받는 것과 편지는 받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전화로는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서 끊고 나면 그동안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하지만 편지는 두고두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또한 읽을때마다
보낸 사람에 대한 느낌이 달리 느껴 지기 때문에, 편지는 쌓여
갈때마다 보낸 사람에 대한 정이 소복히 쌓여간다.
가을이 더 깊어 지기전에... 그리고 후다닥 이 녀석이 달아나기 전에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한두자씩 적어 봐야겠다.
"가을이라는데... 너 알고 있니?"
PS: 전에 "전화걸기"에 대한 글을 올리고 나서 누군가 내게
전화를 걸어 주었는데 이번에도 이 글을 올리고 나면 누가
편지를 보내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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