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 그럼, 북부해수욕장으로 가지...]
저녁을 먹고 이제 서서히 들어갈려고 눈치를 보고 있던 우리들은 갑작스러운
신부님의 제안에 조금은 어리둥절해졌다.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전혀
식사뒤에 2차를 가려고 맘을 먹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이 위기를 벗어날 길은 별로 없다. 대체로 신부님의 말씀은
성경책과 맞먹기때문에.... 이건 아마도 교리상의 문제인거 같기는 하다.
교회는 교황님으로 부터 시작해서 그 나름대로 계층이 형성되어 있는
사회이니 말이다. 암튼... 신부님의 제안은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지만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차에 나누어 타고 북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저녁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었는데.... 게다가 무슨 비는
그리도 많이 뿌려 대는지...
우리가 처음으로 자리를 잡으려던 자리는 그냥 조용한 카페였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이야기나 나누다가 들어 가고 싶었던 마음이 우리를 그 방향으로
인도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리를 막 잡고 앉으려는데 신부님이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신다... 옆에 소주방으로... 우리는 다시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 설 수 밖에 없었다. 신부님이 하시자는데....
우리는 차를 모는 사람이 많아서 술을 많이 마실 수는 없었지만 웬일인지
신부님만은 우리에게 차 키를 맡기시더니 술잔을 자꾸만 비우셨다.
그래... 가끔은 있는 일이니까...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도 혼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끔씩 몰려드는
외로움이랄까... 그런 것들을 이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부님의 그런
모습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래.. 오늘은 그냥 좀 외로우신 모양인가 보다..
사람도 많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신부님과 같이 술 자리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우리는 두 테이블로 나누어 앉게 되었다. 한 테이블은 신부님이
주축이된 주당들의 자리로, 또 한자리는 그냥 술을 마시기 싫어서 음료수만
시켜 홀짝홀짝 마시는 사람들의 자리로..
나도 별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신부님과 같은 자리로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나 좀 떨지...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고, 우린 거기서
밤늦도록 밖에서 비가 오는 소리를... 또 파도가 멀리서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자! 그만 일어 나지요....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을때 신부님은 벌써 몸을 비틀거리셨다. 음..
왜 그리 많이 드셨을까? 글쎄... 갸우뚱....
우리는 신부님을 부축해서 함께 차에 탔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을때
신부님은 조용히 창문을 조금 여셨다. 그리고 비가 오는 소리를 들으시며
또 흘러 들어오는 바람에 얼굴을 식히시며 멍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 보시고
계셨다.. 같이 뒷자리에 앉았던 나는 아까부터 신부님의 묘한(?) 행동들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도 별로 할 말이 없어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 비가 오는 날은 웬지 잠이 오지 않아... ]
왜일까?? 난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 아까부터 느낌에 오늘은 기분이
우울하시구나.. 라고만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술을 드시고 싶으셨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구나.. 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막상 성당에 도착을 해서, 이제 신부님 들어
가시죠... 했더니 신부님은 또 다른 제안을 하셨다.
[ 우리 저기 가서 장어 한마리만 더 먹고 갑시다.. ]
나는 정말 더 가고 싶지 않았다. 이젠 정말 피곤했고 신부님도 주무셔야
내일 주일 미사에 지장이 없을꺼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운전을 하던
친구는 차를 다시 돌려 장어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신부님은
소주잔을 비우시고.. 나도 그 자리에서는 일부러 소주를 몇 잔했다.
어서 이 병을 비워야 신부님이 일어 나실테니까.. 그리고 장어도 열심히
먹었다.. 후후.. 이런...
신부님도 이젠 조금씩 졸음에 지치시고 자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셨을때 우리는 겨우 신부님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내참.. 신부님은 꼭 이렇게 하셔야만 잠을 청하실 수 있는 걸까??
조금은 부아도 치밀었고, 신부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가 오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렇게 술을 마실 수 있을때까지
마시고 그 기운에 잠을 들어야 하나... 그런 생각들이 어느 정도 알콜이
들어간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부님을 모셔다 드리고 우리도 집으로 들어 오는 길에 나는 차를 모는
친구에게 조금은 투정을 부렸다.
[ 신부님 왜 저러시니? ]
[ 너 모르는구나... ]
[ 뭔데?? ]
[ 얼마전에 신부님 어머님 돌아가신 날 비가 그렇게 많이 왔잖아...
그래서 비가 오면 어머님이 생각나시나봐... ]
그랬구나... 신부님이 지금 어머님 생각때문에 그러시는구나...
그래... 그날도 무척이나 비가 많이 왔었었지... 맞아...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자신의
그 창문을 꼬옥 닫아 걸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 본다는 것은..
신부님도 그러셨던 것 같다. 차마 우리에게 그 슬픈 마음을 열어 보이시지는
못하고 말이다..
나는 가끔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 보려고 한다. 그 빈틈을 찾아 노크도 하여
보고, 때론 내가 가진 이 열쇠 저 열쇠를 넣어 보아 따 보려고도 한다..
후후.. 물론 그게 항상 되지는 않는다. 어떠한 사람은 너무나 꼭꼭 닫아 놓아
전혀 열릴 생각을 하지도 않고, 또 어떤 누군가의 마음은 너무나 쉽게
열리기도 한다. 마음이 열렸을때에는 서로가 아주 좋은 친구사이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의 마음을 열어 보려고 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을 열었으면 거기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싶다.
아무런 다른 해석도 없이.. 파란색이면 파란색으로, 빨간색이면 빨간색
그대로 말이다. 아니 물론 이해하려다 보면 조금 채색이 되기도 하겠지만..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내가 그 마음을 열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신부님처럼... 내가 마음을 열어 보려고 노력조차 안 해 본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럴때에는 그 사람을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많은 열쇠를 가지고, 또 그 열쇠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창에 맞기를 바라면서도 언젠가 부터 나도 모르게 나의 마음을
닫아 버리고 있었던 것은 또 무슨 묘한 일일까?
이젠 조금 내 마음을 열어 보자.....
비록 보여 줄 것은 많지 않고..... 그리고 조금은 초라하지만..
똑똑똑...
지금... 당신 마음의 창을 조금 열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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