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사람들을 캠퍼스를 거닐다가 만나는 것 말고도 여기 키즈에서
만나는 것은 참으로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인터넷에서 상대방은 당신이 개(Dog)인지 모릅니다라는 농담처럼
이름만으로 상대방을 만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학교(POSTECH)야 워낙 작기때문에 누구든 한번쯤 지나가다 부딕치게
마련이다. 그런 친구들 가운데 한 사람을 이 곳 키즈에서 만났다.
나야 실명을 쓰니까 그 친구가 먼저 나를 알아 본 모양이다.
어느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부터 메일을 한통 받았다.
키즈에서 자주 보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하고 메일을 읽는데
그 사람은 나를 무척이나 잘 아는 사람인것 처럼 글을 썼다.
맨 마지막까지 읽고나서야 '누구누구가'라는 구절을 보고 아하 이 친구구나
하고 알았다. 그 친구는 실명을 안 쓰고 있어서 처음엔 몰랐으니까.
그 이후로 키즈 안에서 chatting도 하고 메일도 가끔 서로 보내고
그랬다. 그건 좀 색다른 느낌을 내게 주곤했다.
며칠전 우리학교 보드에서 그 친구가 써 놓은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자기가 노란색 장미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보니 문뜩 옛 키즈 로고가 생각났다. 지금은 키즈를 빠져 나가면
배 두척이 항해하는 모양인데 키즈를 오래 하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전엔 작은 장미(그거 장미 맞나?) 한송이가 나오곤 했다.
그래서 시솝에게 그 화일이 있는지 그리고 있으면 하나 보내달라는
메일을 띄웠다. 며칠후 시솝에게서 그 화일이 도착했고 난 그걸 조금
편집해서 그 친구에게 메일로 띄웠다. '작은 선물 하나'라는 이름을
붙여서.
얼마후 그 친구에게 답장이 왔는데 나한테 막 화를 내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작은 선물이냐고, 왕 커다란 선물이잖아.. 하고. :)
행복이라는 것은 참 멀리 있지 않은 모양이다. 주위에 잠시만
시선을 돌리면 금새 보이는 것이 행복인것 같으니까. 하지만 너무나
큰 행복이라는 것만을 찾아서 인지 우리는 뭐 이런 것이 행복이야 하고
쉽게 지나쳐 버리는 것들이 있어 조금 문제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친구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주말에 집에
다녀 오고나서 쓴 편지였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에 학교로 오는 차안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차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푸르른 들판을 보니
너무나 행복하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내게 말했다. 그때 그 행복한
느낌은 받은 것은 나 혼자뿐이었지만 난 누군가 이 편지를 받고 또
행복해 질것이라는 것을 안단다....
물론 난 그 편지를 읽고 무척이나 행복할 수 있었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던가?
어제 난 웬지 모를 행복에 기분이 좋았는데 나 혼자 그 행복을 느끼기에는
너무 아까웠었나 보다. 도서관에서 논문을 읽다가 식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러 내려가는데 건너편 책상에 잘 아는 후배의 가방이 보였다.
그런데 수업을 들어갔는지 연습을 들어 갔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마침 내 책상에 작은 종이가 있어서 난 거기다가 몇줄 적었다.
"오늘 웬지 난 행복한 기분이란다. 그래서 혼자만 행복해지기 아까워서
여기 조금 쪼개어 넣어둔다"라고...
저녁을 먹고 돌아와보니 그 후배는 자리에 벌써 와있었고 날 보자마자
웃으면서 말했다.
"선배님, 선물 잘 받았어요.."
행복이 오히려 작을수록 기쁨은 커지나보다.
그런 자그마한 일에 감동을 받게되고 때론 너무나 기뻐 눈물도 흘리게
되니 말이다.
내일은 누군가 내게 자신의 행복을 조금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
힘든 하루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게.
키즈의 여러분도 오늘 하루는 행복했나요?
포스테크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