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벌써 12달중에서 2달이 훌쩍 달아나 버리고 곧 새 학기가 시작이 된다.
벌써 새 학기라는 것을 36번째 연속해서 맞고 있어서 그런지, 별로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방학때 하기로 했던 것을 하나도 못하고
그대로 책상위에 쌓아둔 것만 보면 한숨만 나올뿐이지...
그래도 맨 처음 대학생이 되어서 새로운 각오로 새 학기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가슴 부푼 새 출발이지 않았나 싶다.
그때... 나는 속으로 다짐했었지.
이제 말이야... 난 대학 4년을 보내면서 꼬마 도둑이 되어 볼꺼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아 훔쳐서 내 껏으로 만들어야지...
후후... 하지만 그 도둑이 된다는 것이 남의 것을 훔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남겨 두었던 것들..
또 너무나 소중한 것인데도 잘 알아보지 못해서 남겨진 것을
과감히 훔치(?)겠다고.... 음... 그렇게 해석을 하자면 도둑이 아니라
넝마꾼이가?? 암튼...
그래서 참으로 많이 훔치러 다녔던 것 같다. 기회가 있으면 봉사도
열심히 해서 남들이 다 못 흘리는 땀도 훔쳤고, 남 공부할때 부지런히
대구와 부산으로 돌아 다니며 미팅하면서 경험두 훔쳤구....
그런데 내가 훔친 것중에 모가 젤루 소중한 걸까??
어디 그동안 훔쳐서 숨겨둔 마음의 창고를 뒤져 보아야 겠다.
음.. 우선 창고에 불부터 키고.. 뒤척뒤척....
이런... 이 상자에는 편지만 잔뜩 들었구나... 1학년때부터 나한테
꼬박꼬박 편지를 써 주던 고등학교때 친구... 아마도 그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가 150여통은 될 듯 싶은데... 난 아마도 그 녀석의 '정'을
훔쳐 온 것 같다...
그리고, 이 상자엔... 꿈만 잔뜩 들었네.... 에구... 해 보겠다고
열만 엄청 내던 '정열'만 들었잖아.. 그래도 아직 따뜻하니까,
더 늙어가기(?) 전에 부지런히 해 봐야 겠다....
음...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서 얻어온 따뜻한 '사랑'들... 집을 떠나
있으면서 더욱 외로울때마다 보탬이 되곤 했던 그 사랑들도 함께 쌓여
있고...
마지막으로, 내가 훔쳐온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행복'들... 항상 힘없고 축 쳐져 있던 나의 어께를 쭈욱 펴게 해주는
그 행복한 기억들...그리고 그 행복만들기...
그러고 보면 난 참 많은 것들을 훔쳐 왔었나 보다. 이젠 내 마음의 창고에
더 들어갈 자리가 없으니 말이다... 아니 그래도 조금만 자알 정리하면
들어갈 자리가 많아질 꺼야... 아직도 훔칠 것은 많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이젠 남들이 남겨둔 것을 훔쳐 오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의적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떻까? 일지매처럼 내 것이 조금 남으면
다른 사람의 빈 곳에 조금 덜어 놓아 주고, 내가 조금 모자르다 싶으면
쬐애끔 가져 오고...
아마도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또 다른 꼬마 도둑이 내 창고에
다른 소중한 것을 쌓아 줄지도 모르지....
그래도 여전히 욕심이 많은 나는... 영영 그 멋쟁이 꼬마 도둑으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훔치는 도둑보담은 나누어 주는 도둑으로
말이다...
여러분은 무엇을 가장 훔치고 싶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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