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ay ] in KIDS
글 쓴 이(By): peterk
날 짜 (Date): 1994년09월22일(목) 14시00분33초 KDT
제 목(Title): 추억속의 그림자...
이제 한달쯤 지나고 나면 우리집은 일산 신도시로 이사를 가게 된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때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왔으니까
참으로 오랜 만에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인지 이번 추석때 집에 가니 벌써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짐을
쌓아 놓으셨다. 동생이 군대를 가서인지 동생방부터 미리 정리를 해 놓으셨고
필요없는 가구들은 아는 분들을 드리거나 파신 모양이었다.
덕분에 내가 어려서부터 쓰던 짐들은 서재방 한 구석에 쌓여 있었고
서재방을 지금 쓰지도 않기때문에 뽀얀 먼지가 내 물건들 사이로 자리잡고 있었다.
휴일내내 별로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서재방을 뒤지다가(읽을 만한 책을
찾으러..) 내 물건들을 찾아내었고 그 구석에 앉아 하나둘 내 과거 저 편에
자리하고 있던 것들을 들추어 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때 펜팔이라고 한답시고는 받은 편지들..
또 내가 고등학교때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받은 답장들...
단어장, 또 미국에 갔을때 모은 이런저런 잡동사니들...
그것들 가운데 나는 내가 한동안 썼던 일기장을 찾아 내었다.
처음엔 그것이 나의 일기장인지도 몰랐다.
앞의 한 몇장은 내가 느끼던 생각들을 마치 여기 쓰는 글처럼 이곳 저곳에
쓰여 있었고, 내가 좋아하던 시들, 에나벨리라든가 모 그런 것들.., 하며
그런 글 사이에 열흘치 정도 되는 일기가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이런 글도 썼었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너무나 오래된 이야기들이어서..
내가 대학교 1학년때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방학때 그애를 만나지
못 하면서 느꼈던 내 생각들을 줄줄이 적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겨가며 야.. 내가 이럴때도 있었구나하는 생각만이
들었다. 난 과연 이 애와 친구가 되어야할까 아니면 한번 내 감정을 드러내야할까..
하면서 고민하던 그 모습이 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우습던지...
읽다가 가만히 그때 그 친구가 누구더라 생각을 해보니 지금 내게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닌가...음.. 나도 그 애에게 이런 감정을 가진 적이 있었구나...
때론 내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들을 내가 남겨놓은 옛 낙서에서 많이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인지 가끔 이 에세이란에서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전에 내가
써 놓았던 글을 다시한번 읽어보기도 하고.. 그럴때마다 그때 감정이 다시 살아
나기도하고.. 음냐...
그래서 이 곳에 많은 글을 남기기도 하나보다. 내가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그 일기장을 덮어놓으며 내 입가에 머물던 그 웃음이 내게 무엇을 뜻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내 얼굴 한편에 남아 있는 그 웃음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잠시 빌어 본다.
아름답기만 했던 내 꿈들을 기억하며...
'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수 하나쯤은... (0) | 2021.04.19 |
---|---|
거울 속의 나의 모습 (0) | 2021.04.19 |
꼬마 도둑 (0) | 2021.04.19 |
편지 한 통 (0) | 2021.04.19 |
잊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작은 유희 (0) | 2021.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