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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잊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작은 유희

by 피터K 2021. 4. 19.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오늘 낮에 한참이나 나의 속을 썩이던 머신앞에 앉아서 손을 보고 있는

참에 선배형이 편지 두통을 전해 준다. 이 편지 석사 2년차 우편함에

있더라... 하면서...

지금은 내가 석사 2년차인지 아니면 아직도 1년차 인지 가뜩이나 

헤깔리는 판에 우편물까지 그렇게 섞어서 오면 나더러 어떻하라는

뜻이지??  음.. 암튼...

한통은 나의 귀염둥이 여동생한테서 온 것이고, 다른 한통은

정말 반가운 사람에게서 온 편지였다. 예전에 무척이나 자주 편지

하다가 멀어진 후, 한동안 그 친구의 글씨는 볼 수 없었는데...

편지내용이야 평범한 안부부터 시작해서 요즈음 모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으로만 끝났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편지라서

그런지 기분은 너무 좋았다...

그 친구의 편지를 받았기 때문일까? 오늘은 웬지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키즈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메일을 주고 받지만 직접 펜을 들어

나의 글씨를 포장해 보낸다는 것은 어쩐지 그 느낌이 다르다.

모랄까? 그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란 것이 함께 날아 와서 그럴까??


책상 서랍을 뒤지니 공교롭게도 편지지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에 복지회관에 들렸다. 편지지를 

구하려면 시내에 좋은 문구점이 있지만, 여기 복지회관의 문구점에도

그런대로 쓸만한 편지지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쓸만한 편지지?? 음.. 이렇게 쓰고나니 조금 표현이 이상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맘에 드는 편지지라고나 할까?

아니면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 만한 편지지??


편지지를 고르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나의 마음에 드는 편지지를

고르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하나 둘씩 비닐 봉투에 담겨져 있는

편지지를 꺼내 보면서 이건 누구한테 보내면 좋겠고, 또 이건 누구에게..

하고 편지지와 사람을 끼워 맞추어 보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그 수많은 편지지속에서 겨우 친구에게 보낼 편지지와 또 여동생에게

보낼 편지지, 2개를 골라 내었다. 하지만 그 두개도 써억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냥 단순한 디자인이 좋던데....


그러고 보니, 내가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본 것이 참 오래되었나 보다.

전에는 꼭 시내 나가면 문구센타에서 편지지를 고르는 행복을 누리고는 

했는데... 요즈음은 그냥 그 문구센타를 지나치기 일쑤니 말이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이젠 펜으로 보담은 이렇게 키보드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 더 익숙해 졌으니 말이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보내는 사람의 정을 담아 보내는 것과

같은 것일께다. 어떻게 그 정을 포장할까?? 하고 고심하는 것 또한

편지쓰는 즐거움이고...  :)


오랜만에, 나한테 잊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작은 유희를 일깨워 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작은 선물을 보내야 겠다. 오늘 산 그 하이얀

백지로 자알 포장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나는 또 무엇을 넣어 보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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