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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이런 여동생

by 피터K 2021. 4. 19.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누군가에게로 부터 편지는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예의지만, 며칠전에 받은 여동생으로 부터의 편지는 너무 재미 있어서

이렇게 공개를 합니다. 

먼 객지에 나와 있어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생때문에, 그리고 거기에 

풍겨오는 훈훈한 가족간의 사랑에 힘을 얻곤 하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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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한짝의 짚신을 찾기위해서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우리의 불쌍한 

짚신에게..

너무 거창했나? 얼마전에 보고 웬 편지냐고? 그냥! (정말이야, 처음엔

그냥 펜들었어.. 눈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

여전히 바쁜지? 물론 바쁘겠지.. 식구들이 한차례 폭풍을 일으키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뒤 집안은 다시 고요, 아니 썰렁해졌다. 만날 셋이서

(옮긴이 주: 여기서 셋은 우리 부모님, 그리고 동생.) 

눈만 말똥말똥 쳐다 보고 때되면 밥 먹고, 때되면 TV보고, 

때되면 잠자고... 늘어만 가는 건 오직 이 살들...

너무 마음 졸이지 말고, 독신으로 살겠다는 소리만 하지마..

(옮긴이 주: 내가 언제 독신으로 살겠다구 구랬징?? 음냐.. ) 

'이제 25살이다..' 생각해..(그게 35살이 되면 문제지만) 

(옮긴이 주: 내가 언제 지한테 모랬나.. 에구..) 

난 울 오빠가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서 오빠 맘에는 물론 들고, 우리집

식구한테도 맘에 꼬-옥 드는 여자 찾아 결혼했음 좋겠어.. 그거이 나으

소망이여..(나는 소망한다.. 내게 좋은 새언니가 들어 오는 것을....)

(옮긴이 주: 음.. 벌써 부터 시누이 노릇 단단히 하려고 드는군...)

아직 스키장은 예약을 못 했어,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안 했어..

엄마가 어지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해서.. 하지만 마음만은

벌써 정상에 오른 기분..

아빠가 저녁에 또 고기 먹자셔.. 왜 나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

피는 안 되고 살만 되는지....

고등학생이 되는게 걱정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해.

오빠말대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한다면 될꺼야..

(옮긴이 주: 음..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말이야 쉽지.. 음냐.. )

난 할 수 있을꺼야, 그치?

너무 일만 하지 말고 꾀도 좀 부려가면서 해. 먹기도 제발 잘 먹고..

(안 그러면 진짜 멜빵달린 수영복 선물 할꺼야..)

그럼 구정날 봅시다.. 안녕..

                         95년 1월 4일 수요일

                               혜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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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참고로 제 동생은 이제 고등학생이 된답니다.. ^_^

동생하나 잘 두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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