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모처럼 술을 마음껏 마실 기회가 있었다.
방돌이가 생일이라서.. 또한 여러가지 일들이 마무리가 되어서...
10시경에 방돌이와 다른 친구 하나 만나서 시장 술집에 갔다.
내가 원래 술이 약하기 때문에 레몬소주와 체리소주로 시작을 하고....
원래 이런자리에서는 다른 안주보다는 여자이야기가 안주가 되기
십상이다. 지금 서로 누구와 사귀고 있는지..혹은 누구와 잘 안되느니..
하는 이야기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술자리에서는 꼭 한사람..
나에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술을 마시면 생각나는 꼭 한사람..
내가 술을 마시다 말고 잠깐 그 아이의 생각에 빠져있자 옆친구가
툭 옆구리를 친다.
"야.. 모하니 술 안 마시고.."
"으응... 잠깐..후후.. 누구 생각하느라고.."
슬쩍 한번 웃어주고 말았다.
"너 지금 ** 생각하는 거지..?"
이 친구 센스가 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이
이야기 한 건지.. 후후...
"그래.. 개 생각한다...전화나 한번 해 볼까??"
그랬더니 이 친구.. 주인집 아저씨네 전화를 빌려 온다.
"자.. 임마.."
실은 반 농담이었는데.. 아마 술기운도 조금은 나를 북돋았나 보다.
나는 모처럼 용기를 내어서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나는 전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말이 막히게 되면... 아무 말 없이 그저
수화기만 들고 있는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하기 때문에...
그치만 술이라는 것은 아마도 그런 걱정쯤은 조금 옆으로 밀어내줄줄
아는 모양이다. 신호가 가고 "여보세요.."하는 소리에 잠시 술이
깼다. 바로 그 아이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혹시나 싶어서
누구누구씨 계세요.. 그랬고, 그 아이는 전데요.. 그랬다.
"음... 나야 피터.."
그러자마자 대뜸하는 말이..
"야..!!"
아마 술때문에 말이 더 잘 나왔다 보다...
"나 술 마셨어... "
"그러니?... 술 마신 사람에게 전화 받는 것도 오랜만이네...풋~"
"후후... 술 마시니까 네 생각이 나서..."
"그래?"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주인집 아저씨가..이제 그만하시죠..라고
말할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지금 그때 무슨 말들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니 술이 어지간히 취하긴 취했었나 보다...
술을 마시고 나면 가끔씩 떠 오르는 기억들.. 그리고 보고 싶은 그 아이..
아마 나의 그런 주정같은 전화를 웃으면서 받아주는 것을 보아서는
그 아이도 옛날의 서로 힘들었던 기억을 이젠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있나 보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고... 내가 했던 한마디가
기억이 난다.
"우리 그때는 서로 참 힘들었었는데 지금 이렇게
이야기 하니까 참 재미있다... "
가끔 그렇게 그 아이의 생각이 나는 이유는 미련이라는 묘한 녀석때문만은
아니지 싶다. 아마 추억이라는 또 다른 녀석때문이 아닐까...?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어쩌다 생각나는 사람...
그 사람이 지금은 내게 중요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다 생각날때마다
나의 입술에 얇은 미소를 짓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내겐 참으로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나의 반쪽이 될 사람한테는
미안한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나의 가슴 저 한구석에 몰래 숨겨둘
그런 추억하나쯤은.. 비밀로 가지고 있을만 하지 않을까??
여러분도... 작은 비밀하나쯤은... 지니고 계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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