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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입술 한 구석에 미소

by 피터K 2021. 4. 19.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살아가다보면 때론 참으로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힘을 얻거나 행복해지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사람은 참으로 단순한 존재인지도...


오늘 수업시간에 세미나 발표를 맡았었다.

나라는 애가 원래 좀 꼼꼼(잘 말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쫀쫀한거고..)

해서 발표를 하기전에 미리 종이에 해야할 말들을 다 써 놓는다.

그리곤 발표할때 그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많은데 그것을 준비하러 어제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도서관 5층에서 이 책 저 책 뒤지면서

필요한 것들을 옮겨 적고 있었는데 여자후배하나가 지나가다가 날 보고는

말을 걸어 왔다.

"선배님 모 하세요? 콜록 콜록"

"음.. 낼 세미나 발표가 있어서... 근데 너 감기 걸렸니?"

"네.. 아침엔 괜찮았는데... 콜록 콜록"

이 여자후배가 계속 말을 하면서 콜록거리는 것이다. 체구도 조그만한

애가 계속 기침을 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배는 자기 자리로 공부하러 가고.. 나는 조금 공부하다가 

실험실로 가지고 올 것이 있어서 돌아왔다. 필요한 책을 찾아서

도서관을 막 가려는데 마침 우리 실험실 냉장고에 네스카페가 있는 것이

생각이 났다. 이 녀석 감기두 걸렸는데... 하면서 난 실험실 커피포트에

물을 부어 끓인 다음 그 네스카페하나를 뜨겁게 데웠다. 그리고

후배에게 가져다 주었다.

"따뜻한 거 마시면 좀 낫는데.. 이거 마시렴.."

뜨거워서 나도 손으로 쥐지를 못해서 손수건으로 싸 갔던 것을 건네

주었다... 

2시쯤 되었을때, 그 후배가 내려 간다며 내게 왔다. 그런데 가며서

아까 잘 마셨어요.. 하면서 쪽지하나를 두고 간다. 

선배님의 세심한(?) 배려가 때론 제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곤 합니다...

라고 써 있었다. 


나는 그다지 신경을 써 주면서 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때때로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난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없이 해 주었는데

받는 사람은 내가 무안할 정도로 감사해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때론 나도 그런 것을 느끼고... 

그렇게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살아가면서도 또 때론 그렇게 싸우면서

아직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 한 구석에 미소들을 띄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 아니련지...

큰 것을 바라지 않고 주위의 작은 것부터 소중히 사랑해 간다면

아마 앞으론 더 살만한 세상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흰색이 하얗게 보일 수 있는 것은 각 조그마한 점들이

하얗기 때문일테니까...


내일 아침...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아침이네요...'하고

건네는 인사가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걸음의 힘찬 시작이기를 빌며..



여러분도 오늘 하루 좋은 날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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