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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학생식당에서...

by 피터K 2021. 4. 19.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가끔 TV 드라마를 보다보면 가족끼리 오붓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 드라마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대부분 식탁위에선 웃음이 반찬이 되기도

하고 정담, 기쁜 일들이 그 맛을 돋구고 있다. 

휴게실에 앉아서 그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참 부러움을 느낄때가

많다. 사람들이 모여서 정을 서로의 밥숟가락위에 얹어주며 식사를

하는 모습을 읽기 때문이다. 

나는 집과 오래 떨어져 있어서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한 일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더우기 서울 집에 올라가면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 

보담은 친구들과 밖에서 식사를 하는 편이 더 많으니까...


아마도 여기 내려 오기 전에도 그러지 않았나 싶다. 중, 고등학교때에도

부모님과 같이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아침에야

아버지 출근하시랴, 나 학교가랴... 서로 바쁘니까... 그리고 저녁때는

아버지가 늦게 귀가 하시곤 했으니까...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었다. 특별히 휴일이 아니면.. 

한번은 휴일에 모처럼 식구가 모여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 삼남매는 아버지의 고등학교적 첫 사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벌써 포항에 내려온지도 6년째가 되어 가고 있다. 벌써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그야말로 추억으로만 남고 있는 것 같다. 대신 여기서는 

우리 학교 가족들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한다. 바로 학생식당에서...

거기에는 또 묘한 묘미가 있다. 

우선 학생 식당에 들어 서면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바로 사람들의 살아 있는 생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평소엔 조용하기만

하던 학교가 그 안에서는 정말로 살아 돌아가는 느낌이다.

평소에는 캠퍼스안에서 얼굴조차 구경하지 못했던 친구들을 여기서는

식판을 들고 다니며 가벼운 눈인사도 나눌 수 있다. 

또한 실험실 사람들이 아닌 다른 친구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다른 곳

돌아가는 상황도 알 수 있고, 친구들의 경조사도 들어 알 수 있다.

학생식당에 가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는데, 이상하게도 

과별로 테이블을 나누고 거기에 모여 앉아 먹는다는 것이다. 

그게 언제부터 생긴 전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 처음 오던 90년에도

그랬으니 참 오래된 전통(?)인 것 같다. 

때로 식사시간을 잘 못 맞추다 보면 시장까지 나가거나 혹은 기숙사로 

배달을 시켜 식사를 해결해야 할때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함께 떠들고 웃어가며 먹는 맛만 못하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다 보면 즐겁기도 하지만 어떨때는

혼자 앉아 식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때는 참으로 식사할 맛이 나지 않는다. 한숟가락 한숟가락 뜨는 것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다. 

역시 식사는 친구들과 함께 복작거리면서 하는 것이 제 맛인 듯 싶다.


오늘 저녁엔 또 어떤 이야기가 반찬으로 올라올까 궁금해 진다.

그리고 난 어떤 반찬을 친구들을 위해 준비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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