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어제 잘 아는 후배가 생일이어서 선물을 사러 시내에
나갔었다. 이것 저것 고르다 결국 가을 남방을 하나 샀다.
긴 팔이라서 지금 입기에는 조금 더울지 모르겠으나
암튼 빨간색 체크무늬가 예뻐서 그 후배에게 잘 어울리것
같아 샀다.
그리고 카드를 사러 펜시점에 들렸는데 거기서 난 조그마한
인형을 보았다. 손바닥만한 불독인형이었는데 끈이 달리고
거기에 유리창 같은데 붙이는 흡착판(이라고 하면 되나?)이
달려 있었다. 뭐 보통 자동차 유리판이나 창문같은데
붙여두면 꼭 알맞을 듯한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카드를 사면서 그것도 하나 샀다. 그런데 그건 생일선물과
함께 줄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문뜩 생각이 나서
그 사람 주려고 샀다.
하지만 그 인형을 사면서 조금 망설여지는 점도 있었다.
그 애가 이 선물(고 조그만한 불독 인형)을 안 받으려고 하면 어쩌지..
아이, 선배님, 부담 스럽게 이런건 뭐하려고요...
라는 말을 할까봐 조금은 망설였던 것이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내가 그 애에게 그 인형을 줄 이유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처럼 생일도 아니고 무슨 선물교환하는 날도
아니고..
한참을 고 인형을 보고 망설이다가 결국엔 사긴 샀다.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안 받으면 어떻하지, 뭐라고 애기하고 주나???
그러고 보면 난 참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그 애가 언제나 도서관 5층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난 가방에
그 인형을 가방속에 넣어서 도서관으로 갔다. 마침 그 애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나와 휴게실에서 친구와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나도 거기에 끼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음, 누구 생일 선물사러 갔다가 예쁜 인형이 있어서 너 주려고
하나 사왔어.."
"어머, 그래요? 고마워요 선배님.."
순간 버스안에서 부터 생각해 오던 변명(?)의 말은 하나같이 다
도망가 버리고 내 입가엔 웃음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그 애는 인형을 너무 귀여워했고,(조그만한게 불독이 너무나 귀여웠다.)
내려가기 전까지 내내 자기 책상앞에 앉혀 놓았다.
나는 남에게 선물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선물이라는 것은 약간은
받는 사람입장에서 보면 부담은 주는 모양이다. 나도 한동안은 몰랐는데
친구들 생일만 챙겨주다가 막상 내 생일때 남들로 부터 선물을 받으니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선물을 주는 것에만 익숙해서 그랬던가?
그렇지만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부담이라는 것만 없다면 참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닐까?
선물을 주는 것 만큼이나 선물을 기분 좋게 받는다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선물이 얼마나 크던 작던, 또 비싸건 싸건, 주는 사람이 마음이 담겨있는
선물이라면 그 사람의 따듯한 마음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 공학2동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뜩 드는 생각...
할 수만 있다면 오늘 만나는 사람마다 내 행복한 기분을 조금씩
쪼개서 나누어 주고 싶다. 자알 포장해서...
포스테크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