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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크의 추억

투정 부리기

by 피터K 2021. 4. 18.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내가 3학년이었을때....

그 때는 내 생각에 나 이 정도면 다 컸지 모...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3학년인 93학번들을 보면 나 그 때 참 어렸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후후.. 그래서 그랬을까? 그 때는 친구들에게 투정을 많이 부리곤

했다. 원래 막내가 투정을 잘 부린다지, 아마... 하지만 난 맏이인데도

투정을 잘 부린 것을 보면 좀 이상하긴 하다...

그건 사람들이 맏이라고 해서 오히러 더 다독거려 주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후후..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변명(?)이지만...

암튼, 그러니 가끔 친구들의 나에 대한 무관심을 보게 되면 나는 나도 모르게

투정을 부리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 그래서 3학년때...

3학년때 무척이나 친하던 여자친구가 하나 있었다. 물론 그때는 내가 속으로

조금 흑심(?)을 가지고는 있었지... 후후... 다른 친구들 보다는 더 친했기

때문에 우린 서로 식사도 같이 하고 공부도 같이 하고 그랬다. 

(헤헤.. 이걸 CC 라고 부르던가?? )


그러던 어느날인가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식사를 하러 내려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식당까지 내려 가는 동안 나한테 눈길도 한번 안 주는 

것이다... 씨잉...   :(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는데 정신이 없는지 말이다...

후후... 지금 생각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땐 그게 왜 그렇게 싫던지... 그래서 그 때 내가 참 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암튼, 그 당시 어린 맘(?)에 난 그게 싫어서 투정을 부렸다. 

말도 안 하구... 보지두 않구... 나 화났으니까 건들지마..!! 하는 식으로..

후후... 그런 건 금새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렇게 한 며칠 입이 뽀로통 

해서 다녔더니 그 친구도 뭔가 잘 못된 것을 안 모양이다. 어느날 도서관에

갔더니 내 자리에 쪽지 하나가 있는 거다..


"피터야... 모가 잘 못된거니?? "


음냐.. 사실 아무 것두 잘 못된 것은 없는데.. 단지.. 난 좀 투정을 부렸을

뿐이데... 암튼, 그런 내 투정때문에 그 친구마저 내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우린 한동안 어색하게 지내야 했다. 물론 지금은

아주 친한 친구로써 편하게 지내지만... 

얼마전에 친구들이랑 함께 모인 자리에서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그때

그 서로 투정부리던 일 가지고 한참이나 웃었다.

하하하... 우리 그 때 참 심각했었지?   그치?  :)


이제 나이를 먹은 만큼(?) 그런 투정을 부릴때는 아닌듯 싶다. 그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일까? 글쎄다... 사실 투정이라는 것은 결코 사람들

사이를 편하게 해 주는 것만은 아니니까...

후후.. 하지만 며칠전 나는 내 친구들과 성당에서 모임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시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친구들이 나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차안에서 자기네들끼리만 웃고 떠드는 것이 아닌가..

그래, 난 넘 조그만해서 보이지두 않는 모양이지??   :(

나는 그만 툭 토라져서 친구들 웃고 떠들어도 말 한마디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낌새가 이상했는지 친구하나가 묻는다.


"피터야... 너 오늘 기분 안 좋아 보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또 다시 투정을 부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난 아직 어린 모양이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해도 되는 일보다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투정부리고 심술 피운다는 것...

그것도 그렇지 않을까? 

어른이 되면 화가 나도 자중해야 하고 하다 못해 웃고 싶을때도 마음껏 

웃지 못하니 말이다. 내가 앞으로 Neverland에 사는 아이들처럼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아직은 조금 더 아이처럼 꾸밈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가끔 작은 투정도 부리면서, 그리고 그렇게 어색해진 

친구와는 머리속으로 계산하지 않고 웃음 한번으로 다시 친해 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또한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할때에는 그 이유를 백가지나

줄줄 댈 수 있기 보담은 그저 '그냥~~'이란 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러고 보면, 난 아직 철들려면 머~~~언 모양이다.  하하..

좀 더 어른스러워진다는 것.... 아직은 내게 부담스러우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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