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것중에 하나가 시스템 다이어리였다.
아마도 요즈음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이 된다.
신입생들도 손에 각가지 형태의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을 가끔
보니 말이다.
하지만 전에는 대체로 셀러리맨들만이 고객관리를 위해 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해부터는 각 팬시점에서 디자인이 멋있는 것들을
팔기 시작하는 거다. 한번은 스포츠 신문에서도 다루었었지,
새로운 유행이라고...
후후.. 나는 유행에 불감인 사람이지만, 웬지 이 다이어리는 하나쯤
꼭 가지고 싶은 거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하나를 장만하기로 했다.
다이어리 하나 사는데 큰 맘까지 먹어야 했던 이유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였다. 생각보다 가격은 무척이나 비쌌다. 가장 싼 것도 만원에서
시작하여 비싼 것은 소가죽으로 만들어 5만원까지 했으니까...
고르다 고르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색인 녹색 바탕에 인조 피혁으로
된 손바닥만한 것을 골랐다. 그렇지만 이것도 3만원이나 했다.
처음로 그 다이어리를 들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을때 모두다
이쁘다고 한마디씩 건네 주었다.(흐~~ 쁘듯...)
그렇지만 그게 3만원짜리라는 것을 알고는 다들 혀를 내 두르는 것이다.
"야! 그걸 3만원이나 주고 샀니? 나라면 안 쓰고 만다."
"너 앞으로 일주일은 굶겠구나..."
막상 살때는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잊어 먹고
있었는데 친구들의 말에 나도 에구구...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 어짜피 산 건데...
하지만 그 3만원이 아깝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 다이어리안에 3만원어치, 아니 더 이상의 것을
남아 넣으면 되니까 말이다.
벌써 내 다이어리안에는 친구들의 주소, 전화번호, 또 내가 해야 할 일들
그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 때때로 떠오르는 상념들이 빽빽히 적혀 있다.
그 안에 있는 것들만으로도 이미 난 3만원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넣어 두지 않았나 싶다. 아니 너무나 소중해서 그 값어치를 따질 수도
없을지 모른다.
일년쯤 지난 후에... 이 다이어리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본다면....
난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아마도 나의 소중한 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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