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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기분 좋은 밤

by 피터K 2021. 4. 19.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요즈음 학기를 마무리 하느라고 한동안 바뻤다.

과목마다 프로젝트가 하나씩 나왔는데 마지막에 몰아서 하려니...

아마도 이번주는 거의 밤을 꼬박 세었던 것같다. 아침에 

나한테 찡긋 윙크를 하는 아침해를 보며 내려가 잠시 눈을

붙이곤 했으니까...

밤을 세며 실험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무의식중에 아무거나

잡히는대로 카세트를 오디오에 꽂아두고 틀어둔다.

끝까지 돌아 툭 하고 섰을때도, 정신이 없을때는 몇시간씩 그냥

두기도 하고.. 그러다 정신이 들어 너무나 조용하다고 생각되면

이번엔 무엇을 듣지?? .. 하며 다른 것을 꼽아 넣고... 아니면

CD라도 하나... 


그젠가..? 그래 아마 그젤꺼다. 그 날도 프로그램 짜면서 무심코

테이프를 집어 오디오에 넣었다. 그리고 플레이 단추를 누르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오디오에서 나오는 귀에 익은

노래 한구절...


  "  참 오래 됐지.. 우리 서로 헤어진지.. 나도 네가 없는 삶에
 
     익숙해 졌어... 네가 그리워 한때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

     끝도 없이... 울기도 했지... 이젠 모든게 지난 일이야..

     힘겹게 버텨왔던 모든... 일들이.. 난 괜찮은 척 웃을께..

     넌하나도 신경쓰지마~

     대신 너에게 부탁할께.. 우리 사랑하던 기억들...

     하나도 잊지 말고 이 세상동안만 간직하고 있어줘...

     모든 시간 끝나고..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그때 

     그 모습으로...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


후후.. 한때는 거의 매 시간마다 들었던 노래.. 가사가 그렇게도

맘에 들어서였기 때문이었을까? 기분이 우울할때면 모든 노래의

가사가 내 기분을 그렇게 잘 말해 줄 수 없다고 느끼지만...

이 노래는 더욱이 특히나 그랬었다. 내가 막 나의 마음에 첫 상처를

남겼을때 들었던 노래이니까...

노래가 끝이 났을때 나는 다시 한번 뒤로 돌려서 들었다. 작은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따리 불렀지... 

이젠 그 노래를 들으며 단지 그때의 아련한 기억만이 떠 오를뿐 전처럼

아주 무너지는 기분이 되지는 않았다.. 이런걸 무디어진다고 하는 걸까??

다만..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비단 그 친구뿐이 아니라 지금 내게

소중한 그 모든 사람들이 그 노래처럼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우리가 서로 사랑하던 기억들.. 하나도 잊지 말고 

      이 세상동안만 간직하고 있어줘...

      모든 시간 끝나고..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그때

      그 모습으로...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


소중하게 이었던 그런 기억들과 추억들...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때.. 하늘나라에서는 서로 싸우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도록...

오랜만에... 아픈 추억이 아니라,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떠 올라

기분 좋은 밤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지금쯤 좋은 꿈은 꾸고 있겠지... 하고..

언제나 잠을 청하기 전에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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