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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여자 사람 친구

by 피터K 2021. 4. 19.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도서관 한구석에서 정신없이 Integral(적분)을 풀다가

막히면 잠시 펜을 놓고 나와 커피한잔을 한다. 

그런 여유속에 잠시 묻혀 있노라면 친구생각들이 나기 시작한다.

지금 이 녀석은 뭐하고 있을까? 실험은 잘 되고 있는지..

언제 한번 모여 애기나 나눠야 할텐데...

대강 우리 모임의 총무는 내가 도맡아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으면 모두 나한테 떠 맡겨지고 내가 연락하고 장소 정하고

하는 잡다한 일들을 다 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애들과 연락을 비교적 쉽게할 수 있기 때문일꺼다.

내가 그런 역할을 맡은 이유가...(반 강제인것 같기도 한데.... :(   )


다른 일때문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모이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생일때이다. 그러다보니 생일때가 다가오면 나는 괜히 

바빠진다. 서로 대학원생들이 되어놔서 일정 잡기가 전처럼 

수월하지가 않기때문이다. 저녁시간에 왜 그리 실험과 미팅들이

많은지...

연락을 하는 것도 실험실에 맨날 붙어 있지 않아서 잘 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쉽게 손이 간다.

전화를 하면 되니까... 하지만 한 친구는 웬지 전화하기가 

거북하다. 여자친구(애인이 아님.. 절대루..)인데... 애가 지난 3월에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같은 실험실에 박사과정 아저씨랑...

그전까지, 우리끼리 모여서 잘 놀때는 서로 시집,장가가두 잘 만나고

놀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워냑 친했고, 그 끈적하기만한 정으로

똘똘 뭉쳤으니까 말이다. 


"야... 너 시집가두 우리가 나오라면 나와야 해..."

"야, 너나 장가가고 나서 안 나오지 말아라.."


농담삼아, 그리고 약간은 진담삼아 말하던 것이 지금은 현실의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남자녀석이 장가를 간 것이라면 아마 문제가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애가 시집을 간 경우라면, 나도 모르게

연락을 하게 될때면 조심스러워진다.


"따르릉..."

딸깍... "여보세요?"  <--- 남편 목소리...

"누구누구네 집이죠... 안녕하세요, 저 친구 피터인데요.. 

누구 있습니까?"   <--- 약간은 주눅이 들어서...

"네에.. 지금 빨래 하는데, 잠깐만요... "


그 몇마디 나누는데 웬지 긴장이 된다. 물론 우리들이 너무나 친했기

때문에(우리학교에서 최소한 우리보다 나이 많은 선배나 동기중에 우리

멤버들 모르면 간첩이다...) 그 아저씨도 우리들 관계(?)를 다 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연락을 하려면 손이 잘 안가고 어렵다.

이것이 바로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차이일까???


호칭에도 문제가 조금있다. 이 친구의 남편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다른 여자친구는 누구누구씨라고 부르지만, 나와 같은 경우에는

형이라고 부르기도 좀 뭐하고, 그렇다고 마찬가지로 누구누구씨라고

부르기도 뭐하고... 암튼 조금은 골치이다. 비공식적으로 그분 안 계실때는

우리끼리는 '아저씨'라고 부른다.


우리가 가끔 모임을 가지다 보니 그 아저씨도 우리랑 친해질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는 듯이 보였다. 한번은 생일파티를 그 친구네서 했고,

다른 모임에도 꼬박꼬박 부부동반으로 왔으니까 말이다.



친구란 편한 사이임을 말한다. 

하지만 때론 그렇지 못할때가 있어서 탈이지만...

아마 내가 이렇게 어려워하는 것은 내 자신이 지레 겁을 먹고

어려워하고만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라는 사실...




PS: 난 나중에 나의 아내가 남자친구를 만난다거나 하는 일에 

무척이나 편안해져야 겠다. 좋은 친구란, 남녀의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우정을 나누어 가졌느냐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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