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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

미국 직장 Benefit

by 피터K 2024. 8. 18.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정규직인 경우 4대 보험을 지원해 주느냐 아니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재벌"이라는 특수 관계가 있는 그룹사의 회사를 다니는 경우 지금 다니는 회사 뿐만이 아니라 계열사로부터의 할인 같은 혜택이 있는 걸로 안다. 종종 "유퀴즈"를 보다 보면 스탭들이 CJ 제품을 10% 싸게 살 수 있느니 어쩌니를 가지고 유재석이 초대 손님과 이야기 하는 걸을 볼 수 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중앙일보에 다니셨는데 그 때만 하더라도 중앙일보는 삼성 계열사로 여겨져서 삼성 전자 제품은 10% 정도 할인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집에 있는 거의 모든 가전 제품이 삼성 전자 제품이었다. 멀리 과거를 따져보지 않아도 미국 오기 전 하이닉스가 아직 현대전자라고 불리던 시절에 근무할 때, 현대 계열사라고 현대 백화점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위 12 카드라는 것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 백화점 카드 번호가 12로 시작해서 그렇게 불렀던 걸로 기억한다.

 

현대 계열사에 다니면 현대 백화점에서 10% 할인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제품을 할인해서 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Apple에 다니는 경우 Apple 제품을 25% 정도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한다. 무조건 할인만 해 주면 구매 대행처럼 마구 잡이로 외부 사람들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년에 구매할 수 있는 한도는 있단다. 그렇지만 너무 야박하지만도 않아서 친구나 가족의 경우 10% 할인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했는데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직원인 경우라도 매년 그 한도만큼 Apple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지인의 부탁을 받아 자기가 사는 것처럼 할인 받아 대신 구매해 주는 것이 가능하긴 했다. 주변에 GM에 다니시는 분은 자기를 통해 GM 계열사 차를 사면 10-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고, Whirlpool 다니던 친구는 50% 할인도 가능하다고 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인데 한 카피당 몇만불씩 하지만 이건 개인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이런 할인도 없고 할인 되더라도 개인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라 소용이 없다....  아까비....

 

이런 월급 이외에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들을, 4대 보험을 포함해, 보통 benefit 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재벌 계열사가 아니라 일반 회사라도 대체로 정해진 내에서 이런 benefit 들을 제공 받을 수가 있어 서로 서로 많이 비슷한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 직장에서의 benefit은 "일반적"으로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만큼 그 범위가 다양하다. 그래서 종종 게시판에 이런 일 때문에 병원에 가면 얼마나 나올까요, 보너스는 얼마나 받을까요 등등의 질문에 대해서 첫 대답은 "회사마다 달라요"이다.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금부터 미국 직장 내에서의 benefit 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혹은 전에 다닌 회사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먼저 말해 둔다.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회사이든지 입사를 하게 되면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되는데 정말 묵직한 benefit handbook을 받게 된다. 거기에 이 회사는 어떤 것들을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는지 하나 하나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워낙 복잡해 한번도 제대로 읽어 본 적 없고 큰 글씨만 대충 훑어 보았더랬다. 사실 그 많은 benefit 들 중에서 직접적으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중요한 몇개만 알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요한 몇개만 정리해 본다.

 

 

의료 보험 (Health Insurance)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benefit은 의료 보험이다. 익히 알려지다시피 미국에서 의료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때가 있다. 가벼운 감기나 열이 나서 의사를 보러가 15분 정도 면담하고 기초 검진을 받아도 며칠 후 $200 가까운 의료비가 청구 된다. 물론 이걸 전부를 내지는 않고 의료 보험이 있는 경우 의료 보험 회사에서 자기네들이 정해 놓은 의료 수가에 따라 이 금액을 조정하게 된다. 조정하더라도 $100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 아애 의료 보험이 없다면 청구된 이 $200 전부를 그냥 내거나 병원에 연락해서 협상을 해야 한다. 

 

한국처럼 국가에서 의료 보험을 제공한다면 거의 모두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의료 보험이 개방되어 있어 자동차 보험처럼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해서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가 어딘지에 따라, 또 어떤 종류의 상품인지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종종 누가 의료 보험에 대해서 물어 보면 아무도 선뜻 대답을 해 줄 수가 없다. 싼 보험은 보장이 아애 안 되거나 자기 부담금 (deductible)이 상당이 높기도 하고 비싼 보험은 보장 내용도 많고 자기 부담금도 낮을 수 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사(UnitedHealthCare, UHC)의 의료보험 카드. 실물 플라스틱 카드를 받을 수 있고 병원에 처음가면 카피해서 보관하기 위해 실물 카드를 보여 달라고 한다.

 

 

어떤 보험사를 이용하는지 어떤 상품을 고를 수 있는지는 순전히 다니는 회사의 규모에 달렸고 볼 수 있다. 보통 큰 회사일수록 보험사와의 협상에 유리해 보다 좋은 내용을 제공 받을 수 있지만 작은 회사의 경우 보험 내용에서 불리하기도 하다. 아프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병원을 자주 가야 하는 경우라든가 식구가 많은 경우 의료비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인들의 개인 파산 이유 1위가 바로 의료비라고 했다. 누가 그랬다, 의료 보험 때문에 은퇴를 못 한다고.

 

내가 가입된 plan은 High Deductable HSA 플랜이라 연간 $3,200까지는 내가 의료비를 내가 부담해야 한다. 그 이상이 넘어가면 발생하는 의료비의 10%만 내가 부담하고 나머지 90%는 보험사에서 부담한다. Out-of-pocket limit에 해당하는 $6,400이 넘어가면 그 이후 발생하는 의료비는 100% 보험에서 부담한다. 이 기준은 1년, 1월 1일에서 12월 31일까지이다. 보통의 건강한 가정이라면 일년에 의료비 $3,200을 잘 넘지 않는다. 우리 집의 경우 아이가 셋이나 있고 아픈데는 돈 아끼지 말자고 생각해서 비교적 많이 쓰는 셈이다. 다른 가족, 친척없이 우리 가족만 미국 한복판에 있는데 아파서 큰병이 되면 큰일 난다.

 

 

막내가 아파서 병원에가 의사 만나고 진찰 받고 약을 타왔던 때의 기록. 병원에서 진료비로 $168을 청구하면 의료보험회사에서 의료수가에 맞추어 $111.65로 조정하고 이게 deductable로 내가 실제 내야 할 금액이 된다. 이 금액들이 위 $1,296.63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중인 것이다.

 

 

 

치과 보험 (Dental Insurance)

 

일반 의료 보험은 보통 치과 치료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래서 치과 보험이 따로 제공된다. 일반적인 정기 검진의 경우 치과 보험이 있으면 대부분 100% 전부 보험사가 부담한다. 보통 일년에 두번까지 정기 검진을 허용하는데 일반 의료 보험도 그렇지만 소위 preventive care, 즉 예방 차원의 검진의 경우 보험사가 100%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 입장에서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병을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나중에 발견해서 일이 커진 후 들게 되는 의료비보다 싸기 때문이다. 

치과 보험은 정기 검진 이외에 발치, 사랑니 치료, 그리고 교정에 대한 부분을 담당한다. 특히 교정의 경우 100% 지원은 안 되고 한사람 당 일생에 한번에 $1000에서 $1500 정도까지 부담해 준다. 보통 교정을 하게 되면 전체 $4500에서 그 이상 들기도 하는데 나머지 부분은 내가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일생에 한번"이 한가지 맹점이 있는데 이건 그 보험사에서 "일생의 한번"이란 뜻이다. 큰 아이 교정할 때 첫번째 교정이 끝나고 두번째 교정에 들어 가야 할 때 회사를 한번 옮겼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치과 보험 회사가 바뀌었다. 그래서 두번 각각 다른 치과 보험 회사에서 커버를 받았더랬다.

 

치과 보험은 MetLife에서 제공한다. 치과의 경우 보험 카드를 발급 받을 수도 있지만 보통 보험사 이름과 Group Number, 그리고 주 가입자 이름과 SSN만 알려 주면 치과에서 알아서 처리한다.

 

 

 

안과 보험 (Vision Insurance)

 

치과 치료와 더불어 따로 제공되는 보험이 안과 보험인데 사실 이걸 안과 보험이라고 부르는 것은 약간의 오해의 소재가 있다. 치료를 위한 안과 검진, 소위 녹내장, 백내장 같은 식의 진료는 일반 의료 보험으로 커버가 된다. 그래서 번역은 안과 보험이라고 하지만 이름이 vision insurance 인것처럼 안경, 콘택트 렌즈 등의 시력 교정을 위한 내용을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모든 사람들이 안경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보험은 회사에서 제공을 해 주더라도 들지 않을 수 있다. 

 

 

월급 명세표(Paycheck)에 나온 온갖 공제 (deductible) 내용들. 연방 소득세부터 ESPP/401K 적립 내용, 각종 의료/치과/안과 보험료 낸 항목들을 볼 수 있다. TX는 수입에 대한 주 소득세가 없다.

 

 

 

회사의 benefit이 좋은 경우 이 보험들의 보험료를 100% 회사가 부담하거나 가족까지도 전부 부담해 주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워낙 보험료가 오르는 추세라 회사가 100% 부담하지 않고 내가 일부 부담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내 경우 현재 가족 전체가 의료 보험 혜택을 받지만 일년 deductible 한도가 $3200, 즉 발생하는 의료비 중 $3200까지는 내가 부담해야 하는 high deductible plan에 속해 있다. 이런 high deductible plan의 경우 회사 입장에서도 전체 보험료가 낮아지기 때문에 회사에서 HSA 프로그램을 통해 $3000 정도를 연초에 일시불로 지원해 준다. 그래도 내 부담금은 paycheck 당 일반 의료 보험 $196, 치과 $39, 안과 $20, 즉 $255을 내고 있다. 내 부담금은 이 정도이지만 회사는 따로 $500-$600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한달에 두번 paycheck을 받으니 실제 내 월 부담금은 $510이 된다. 

 

 

Long-term / short-term disability

 

적어도 내가 다녔던 미국 회사들, 소규모, 중간 사이즈, 그래도 지금은 대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지금 회사까지 적어도 위 세가지 보험은 기본적으로 다 제공해 주었다. 물론 내 부담금의 정도는 회사마다, 그리고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장 내용도 회사마다 다르긴 했지만. 이 보험 이외에 또 회사가 제공해 주는 benefit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disability, 구지 번역하자면 상해 보험 정도 될까. 다치거나 병 때문에 일을 잠시 쉬어야 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장인데 short-term, 즉 단기간 동안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 혹은 long-term 장기간 동안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 지원/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흔한 경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보험료는 상당히 저렴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건 보통 회사가 100% 보험금을 내 준다. 물론 회사가 100% 부담하는 상품은 가장 기초적인 내용, 예를 들어 short-term disability의 경우 5개월 혹은 6개월 동안 원래 받던 월급의 60% 정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내용은 보험 상품에 따라 다르니 "일반적"으로가 아닌 "예를 들면"이다. 여기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나은 보장을 받고 싶으면 본인이 조금 더 부담하고 커버리지를 더 높일 수도 있다.

 

 

401K

 

한국은 퇴직금이란 제도가 있어 은퇴를 하는 경우 이 퇴직금을 목돈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퇴직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연금 (pension)이 있는데 대표적인 연금은 공무원 연금, 교사 연금, 군인 연금 등이 있다. 이들의 대한 연금은 상당히 좋아서 충분히 오래 일을 하고 연금을 쌓은 경우 은퇴 후 다른 직업 없이도 이 연금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의 경우 회사 차원의 정해진 연금 제도가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이 401K다. 이 프로그램은 1978년 법으로 제정된 은퇴 저축 플랜의 법령 내용/조항이 401(k) 라서 그대로 401K라고 부른다. 연금이란 것이 다 그렇듯이 일을 하는 동안 적금을 드는 것과 비슷하고 이렇게 모인 펀드를 운영사에 맡겨 10년, 혹은 20년 동안 투자를 한 후 은퇴 후 찾아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적립된 돈은 59.5세 (오타가 아니라 59살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후)가 되면 꺼내서 사용할 수가 있다. 만일 그 나이가 되기 전에 401K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면 그 금액 전체가 소득으로 잡혀 세금을 내야 하고 거기에 더해 20% panelty 도 더 내야 한다. 

 

이런 은퇴 연금은 401K 말고도 다른 IRA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가 있지만 401K가 회사로부터의 benefit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401K는 employment-based 프로그램이라 회사에서 제공하는 은퇴 어카운트이며 세금 공제가 기본이고 일부 회사는 401K matching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다. 이 matching 프로그램은 직원이 $1000을 매달 401K에 넣는다면 회사가 50%에 해당하는 $500을 matching 해서 더 지원해 주어 실제적으로 월 $1500씩 적립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예시이다. 전혀 matching을 안해 주는 회사도 있고 이보다 더 많이 해 주는 회사도 있다.

 

Employment-based 프로그램이라서 회사가 401K를 관리한 투자 회사를 정해 거기에 어카운트가 만들어 지고 그 어카운트로 금액이 적립된다. 그러면 본인이 그 회사에 접속해서 이 적립된 돈을 어떻게 투자 할지 정할 수가 있는데 전부 주식에, 아니면 전부 채권에, 그것도 아니면 투자 회사가 만들어 놓은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내 경우 투자 회사가 제공하는 retirement 2040 상품에 넣어 놓았는데 2050년을 만기로 투자 회사가 알아서 펀드를 운영하는 상품이다. 말하자면 그냥 적금처럼 들긴 하지만 그 때까지는 그냥 고민없이 잊어 버리고 놓아둔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다행이 지금까지는 4.5%의 수익률로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런 수준이다. 그냥 2040년 만기 적금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2007년 전세계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 위기가 왔을 때 이 401K에 든 금액이 반토막 나는 사태가 있었는데 그래서 은퇴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여러 일자리로 되돌아 오고 401K가 아닌 201K 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기도 했다.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내가 어디에 얼만큼 투자 할 건지 portfolio를 짜서 401K를 관리할 수도 있지만 투자는 잘 모르는지라 2040년 만기 플랜에 넣어 두고 있다.

 

지금까지 수익율이 5.9%면 나쁜 편은 아닌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그냥 index fund가 가장 좋은 것 같다.

 

 

ESPP (Employee Stock Purchase Program)

 

한글로 그대로 풀면 "직원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자사주 매입에 대한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지 않아 요즈음 종종 뉴스에서 접하는 한국의 자사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비교를 할 수는 없어 미국 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야기 해 보려 한다. 

 

ESPP는 내용 그대로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구매하는 프로그램인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benefit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SPP를 통해 주식을 구매하는 기회는 일년에 두번 (즉 6개월) 혹은 분기 (3개월)마다 있는 편이 보통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일년에 두번, 예전에 다녔던 다른 회사는 분기별이었다. 이 기간동안 내 월급에서 ESPP를 사기 위한 금액을 적립한다. 예를 들어 매 paycheck마다 $300씩 적립한다고 하면 한달에 $600, 그리고 6개월 기준이면 총 $3600을 모으게 된다. 이제 이 돈으로 주식을 사면 되는데 모든 진행은 ESPP에 가입했다면 회사에서 알아서 진행해 준다. 

 

이 프로그램이 Benefit이라고 불리우는 이유가 여기 구매 과정에서 생겨난다. 적립한 돈으로 주식을 사는데 할인된 가격으로 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이 ESPP 주식을 사는 날이고 6개월 기준이라고 하자. 6개월 전 회사의 주식 가격이 $90, 그런데 주가가 올라서 오늘 종가 가격은 $100이라고 하면 이 두 기준 금액 중 낮은 금액에 15% (회사 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두 기준 금액 중 낮은 금액은 $90, 거기에 15% 할인 가격이면 한 주를 $76.50에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적립한 금액이 총 $3600 이므로 실제 내가 사서 받게 되는 주식 수는 47주 (= 3600 / 76.50), 남은 짜투리 $4.50은 다음 기간으로 이월되거나 돌려 받는다. $3600 들여서 주식 47주를 샀는데 현재 시세가 주당 $100이니 실제 내가 손에 넣은 총 가치는 $4700이 된다. 

 

ESPP 기간의 시작/끝 가격 중 낮은 가격 기준에 15% 할인을 받는 것이므로 단순 계산만으로도 최소한 15%는 항상 이득인 셈이다. 다음 날 주가가 15% 이상 폭락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손해 보는 투자가 아니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월급 전체를 투자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연봉이 15% 느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그게 그렇지 않다. ESPP로 적립할 수 있는 금액에 상한선이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기준으로는 일년에 총 $15,000 혹은 전체 연봉의 3% 중 낮은 금액이 상한선이다. 

 

이론상 적립한 금액 기준 기본 15% 이득이 보장되는데 이 이득율은 주식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 더 더욱 이득이다. 당연한 계산 결과이다. 게다가 이 기준 금액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 기간을 얼마나 잡느냐가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인데 보통 적립하는 기간을 기준을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종종 다른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분기마다 ESPP를 사게 되는데 기준 금액이 지난 2년의 기간 중 가장 낮은 금액을 택하도록 되어 있었다.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의 주가는 $22 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난 2년간 주가가 가장 낮았던 때는 주당 $4. 무려 주식 하나당 5배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회사 직원 누구나 다 ESPP 상한선까지 적립하고 있었고 나도 거의 분기당 $10,000의 이득, 연봉 자제가 $40,000 이상 늘어나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었다. 정말 비상식적인 상황이었지만 당시 회사가 별로 잘 나가던 때가 아니라 연봉도 업계보다는 조금 낮은 편이어서 이런 방법으로 직원들 연봉을 보조해 주고 있는거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모든 것에 공짜는 없다. ESPP도 마찬가지 인데 앞선 예에서 보면 $3600 투자해서 $4700 어치의 주식을 받았다. 그럼 당장 내가 얻은 이익은 $1100이다. 이건 바로 내 소득으로 잡힌다. 바로 세금을 내지는 않지만 이 $1100은 나중에 W2에 반영되어 나오고 세금 정산 할 때 함께 세금 내야 할 소득으로 잡힌다. 

 

ESPP에 적립하는 금액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401K처럼 그냥 잊어 버리고 지내는 적금으로 생각하면 된다. 내가 따로 손대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월급에서 적립되고 때 되면 자동으로 내 주식 계좌로 들어 오고 그냥 오래 놔 두면서 주식이 오른다면 가치도 그대로 불어나는 적금인 셈이다. 물론 주가가 곤두박질 친다면 그 적금이 반토막 될 수도 있긴 하다만.... 

 

인터넷에서 ESPP를 설명하는 그림을 하나 찾기는 했는데 글로 설명한 것보다 이해하는데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한 설명과 잘 맞추어 보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암튼 이렇게 주가가 6개월 새에 $100에서 $95로 내렸더라도 그보다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사게 되므로 바로 판다면 무조건 15% 이득은 얻게 되어 있다. 그래서 회사가 ESPP를 제공한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RSU (Restricted Stock Unit)

 

한참 닷컴 버블이던 시대에는 stock option이란 말이 유행이었다. 어쩌면 ESPP랑 비숫한 건데 내가 주당 얼마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주당 $10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었는데 나중에 stock option을 행사할 때가 되어 주기가 $20이면 이 $20짜리 주식을 $10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 때 주가가 $8로 떨어졌다면 옵션 행사를 안 하면 그만이다. 이건 좀 위험 부담도 있고 권리를 행사 할 때 살만큼 투자를 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미래에 대한 benefit으로 보고 연봉을 많이 주지 못하는 만큼 이걸로 실력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는 했다. 회사가 잘 되어 대박 나면 몇 밀리언씩 벌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닷컴버블 이후에 이 stock option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고 대신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보상하는 다른 방법, RSU (Restricted Stock Unit)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Stock option과는 다르게 행사 하기 위해서 내가 투자해야 하는 금액 없이 순수한 보상 benefit으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너스처럼 일회성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미끼에 가까운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서 과정이 조금은 복잡하다.

 

우선 회사에서 이 사람에게 RSU를 제공할 때 얼마나 줄지를 결정한다. 예전에 주당 가격이 $20 내외였을 때에는 RSU를 주식의 갯수로 정했었다. 1000주, 혹은 2000주 이런 식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주가가 높아지고 변동이 심해지는 최근에는 주식 갯수가 아닌 금액으로 정해진다. 즉 $10,000 어치의 RSU를 준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주식 수이든지 금액 기준이든지 일단 기준이 정해지면 먼저 이 RSU가 grant 된다. 이 grant 되는 날짜가 실제 나에게 "반쯤" 소유가 넘어온 셈이 된다. 주식 수로 정해졌다면 그 수 그대로 grant 되지만 만일 금액으로 정해진다면 grant 되는 날짜 기준의 주가로 주식 수가 결정된다. 즉 $10,000 RSU를 받게 되었고 grant 되는 날의 주가가 $100이면 100주의 주식이 할당되는 것이다. 

 

Grant 되면 "반쯤" 내 것이 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grant 되자마자 그걸 팔아 돈으로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Grant 날짜와 함께 vesting schedule이 함께 나온다. Vesting schedule은 grant 된 주식을 언제 얼마씩 실제로 줄 건지 정한 스케줄이다. 보통 vesting schedule은 6개월마다 3년에 걸쳐 vesting하는 것을 주로 보았다. 따라서 얻은 주식 100주를 6개월 마다 16주씩 넘겨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딱 정수로 떨어지지 않아 짜투리가 생기는데 이 경우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내 주식 계정을 보면 각 vesting schedule이 나와 있고 각 vesting 때 얻게 될 주식의 숫자가 정수로 딱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아애 처음 grant 될 때 vesting schedule에 따라 정수가 되도록 계산을 한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보면 RSU를 $10,000 받았더라도 3년에 걸쳐 나누어 받게 되기 때문에 일년에 $3,300 밖에 되지 않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RSU의 매력(?)은 매년 받게 되면 서로 겹치게 되어 그때서야 비로서 진정한 benefit이 된다. 이렇게 새로 RSU를 받는 것을 refresh 된다고 이야기 하는데 매년 $10,000의 RSU를 refresh로 받게 되면 매년 grant/vesting 되는 금액으로만 보면 $3,300정도이지만 3년 이후부터는 과거 3번의 RSU가 겹치게 되므로 이러면 매년 $10,000의 보너스를 받는 것과 같아진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복잡한데 grant/vesting되는 과정은 실제로 더 복잡하다. 계산을 조금 쉽게 하기 위해서 vesting schedule에 따라 6개월마다 20주의 주식을 받게 되어 있고 3년에 걸친 RSU라고 하면 grant 되는 날 내 주식 계좌에 총 120주의 주식이 보이게 된다. Grant 된 날의 주가가 $100이라면 RSU로 총 $12,000 을 받은 것이 된다. 하지만 아직 vesting이 되지 않았으므로 이 금액/주식은 미래 가치이지 지금 당장 내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6개월 후 첫 vesting이 이루어지면 20주가 내 실제 손에 들어와 이제 내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것이되고 남은 100주는 unvested stock이라고 해서 아직 내가 처분할 수 없는 미래 가치 주식이다. 20주가 내가 처분할 수 있는 내 손에 들어올 때 내가 따로 지불한 돈은 없다. 따라서 갑자기 내 손에 20주, 주가가 여전히 $100이라고 하면 $2,000이 보너스처럼 주어진 것과 같다. 자, 그럼 보너스가 주어졌으니 세금을 내야 한다. .... 젠장....

 

보너스가 주어지는 경우 보통 최고 세율을 매겨서 세금을 공제한다. 이건 나중에 따로 세금 보고를 하면 정리되는 부분이라 지금 당장 세금을 더 많이 떼어 간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40% 정도를 뚝 세금으로 떼어가고 나면 보너스 받은 것이 허탈해 지기도 한다. Vesting된 RSU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100 가치의 20주가 나한테 생겼으니 $2,000의 보너스를 받은 셈이고 여기에 대해서 40%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보너스의 경우 현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제하면 되는데 주식의 경우는 이 20주에서 세금에 해당하는 8주를 팔고 그 금액으로 세금을 내고 남은 12주를 내 손에 쥐여준다. 하.....

 

어떻게 보면 현금 보너스 $2,000 받은 것과 같은 건데 이걸 주식으로 계산하려니 계산이 조금 복잡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내 손에는 주식 12주가 남았고 이제부터 이 12주는 계속 가지고 있든지 아니면 그냥 팔아 버리든지 그건 내 마음이다.

 

RSU이 가장 좋은 benefit으로 볼 수 있을 때는 주가가 계속 오를 때이다. RSU를 받을 때 금액으로 정해진 $12,000은 grant 될 때 주식 120주로 정해졌다. 첫번째 vesting으로 20주, 실제로 세금 제하고 12주를 받았다면 아직 100주가 남았고 금액으로는 $10,000에 해당한다. 그런데 6개월 후 주가가 10%가 올랐다고 가정해보면 아직 남은 100주의 가치는 $11,000가 된다. 이게 RSU의 매력이 될 수 있다. 물론 주가가 계속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물론 반대로 주가가 훅 떨어지면 도로아미타불이지만....

 

보너스는 그날 받아 내 통장에 들어 오면 끝이지만 RSU는 grant 된 총 주식 중에서 아직 vesting이 안 된 주식이 남아 있다는 점이 RSU의 한가지 함정이다. 예를 들어 120주를 grant 받아 그동안 80주를 vesting 받아 내것이 되었고 unvested stock이 40주 남았다고 가정하자. 이미 받은 80주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남은 40주는 내가 아직 손을 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때 만일 퇴사를 하게 된다면 이 남은 40주는 예정대로 vesting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로 되돌아 가게 된다. 그래서 RSU가 많은 경우 이직을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는 회사에서 꼭 붙잡아 두어야 하는 인재가 있다면 retention bonus 형식으로 RSU를 더 많이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직하면 아직 vesting 되지 않은 주식에 대해서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직을 망설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람이 특급 인재이고 옮기려는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옮기려는 회사에서 이 포기해야 하는 주식 가치만큼 보상해 주고 데려 가기도 한다. 또한 이직시 남아 있는 unvested stock의 가치를 가지고 연봉 협상을 하거나 sign-on bonus를 더 달라고 협상하기도 한다.

 

ESPP든지 RSU이든지 받은 주식을 팔게 되면 이제 또 복잡한 세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건 너무 복잡해서 나중에 따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100주가 grant되고 나서 매년 25주씩 vesting 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리고 그 때마다 주가가 변할 때 얻게 되는 이득이 얼마인지를 정리해 놓은 표. 어렵다.....

 

 

 

 

 

 

지금 생각하면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이런 저런 복잡한 것들 없이 참 단순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회사마다 지역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 다르고 그 내용도 생소할 때가 많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고는 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한국에 지사가 있기 때문에 몇몇 분들이 본사로 이동해 오신 경우가 있다. 이분들이 첫해 세금 보고 때 고생을 하시거나 ESPP/RSU 등을 받고 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물어 보시곤 할 때마다 설명을 드리는데 낯선 방식들이라서 설명도 쉽지 않고 금방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다. 게다가 의료 보험 같은 것들은 입사 할 때 한번 정하면 끝이 아니라 매년 같은 내용이라도 갱신해야 한다. 내용이 갑자기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작년 내용을 기준으로 클릭, 클릭 해서 넘어가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늘 복잡한 걸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그 정해진 기간 중에 결정하고 나면 내년에 다시 결정할 때까지 중간에 변경이 안 된다. 예외적인 경우가 새로 아이가 태어나거나 결혼/이혼을 하는 경우 뿐이라 한번 잘 못 결정하고나면 골치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냥 일만 잘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 생활 방식, 직장 내에서의 보험, benefit에 대한 것들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려운 일만 있는 것도 아닌것 같다. 익숙해지기 다름이다. 솔직히 지금은 내가 한국으로 돌아 가면 잘 적응해서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