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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로마 여행 2023년 12월

이탈리아 여행기 - 에필로그

by 피터K 2024. 7. 26.

 

여행은 끝났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았다.

어쩌면 그 아쉬움 때문에 또 가고 싶다는 기대를 가져 보는지도 모르겠다.

 

첫 유럽 여행.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스러웠던 점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다 사람 사는 곳이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여행기의 마지막.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던 남은 부스러기들을 모아 본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아쉬웠던 점들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황궁터에서 본 안내판. 관광지의 안내판이 이 모양이면 여행이란게 그냥 "왔노라 보았노라 갔노라"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장소에 간 건 기억하지만 무얼 보았는지 기억 못하게 된다.

 

이탈리아는 비싼 스포츠카 브랜드들과 패션 등이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관광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특히 유럽 사람들에게 고대 로마 제국이란 잊어 버린 평화와 영광의 시대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은 게임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그랑 투리스모(Gran Turismo)는 17세기의 상류 귀족 자제들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을 돌아 보던 여행을 의미하고 그 종착역은 로마였다. 그렇게 과거부터 로마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되새겨 보는 장소였던 셈이다. 우리가 아직도 경주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그런데 종종 관광지로서 부실한 것들을 보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위 사진에 보이는 안내판이다. 대부분의 유적지라는 것이 옛날에 무언가 있던 장소, 혹은 그 남은 유적이 있는 곳이라 그 장소를 이미 알아 보고 오거나 공부해 오지 않는 한 그 곳이 무엇인지 모르고 방문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안내판인데 이처럼 전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면 이 곳은 그냥 황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장소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내용을 알 수 없는 안내판은 포로 로마노 여기 저기서 많이 보았고 폼페이 유적에 가서도 꽤나 보았다. 잘 정리되고 설명이 남아 있는 곳은  "아~ 이런 곳이네..."라고 장소를 "이해"할 수 있어 더 좋았다. 그리고 그 장소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었고 말이다. 여러면 말하게 되지만 여행, 특히나 유적지에 대한 여행은 "경험"이 동반되어야 오래 남는 법이다. 그 경험이 없다면 진짜 "왔노라 보았노라 갔노라"가 되어 버린다.

 

 

생각 난 김에 적어 보는 잡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우리가 아는 그 카이사르가 폰토스 왕국의 국왕 파르나케스 2세를 간단히 이기고 나서 원로원에 보낸 보고서의 "전문"이다. 번역도 기가막히게 했지만 원문 라틴어로는 "Veni, Vidi, Vici"이다. 전투가 끝나고 원로원에 보낸 그 보고서에 딱 저 세 단어만 써 있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말만 간결하게 그리고 운율까지 기가막히게 맞춘 카이사르 최고의 명언이라고 볼 수 있다. 멋지다 카이사르!!

  

 

경차의 나라

 

San Jose/CA에 살 때 주변에 고급차가 꽤나 많았는데 흔히 독삼사라고 하는 BMW/Benz/Audi 등이 많았다. 그리고 SUV 보다는 승용차, 세단이 많았다. 그런데 Austin/TX로 이사 오고 나서 회사에 출근했는데 주차장 건물에 차들의 반 이상이 픽업트럭, 그것도 Ford F150 스타일의 우락부락한 트럭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나머지 반의 반도 대부분 대형 SUV 였다. 아, 정말 TX 사람들은 큰 차에 진심이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니 그런 광경들이 익숙해졌고 나도 문뜩 그런 대형 SUV나 픽업 트럭에 관심이 갔다. 개스값도 싸겠다 할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큰 차들이 다닐 수 있는 건 넓은 땅덩어리와 넓은 도로도 한 몫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탈리아, 아니 유럽의 대부분 도시들은 로마 제국 시대에 시작된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골목 골목들과 길 폭이 상당히 좁은 편이다. 당시에야 마차들이 다니기에는 충분했겠지만 등빨 있는 차들만 오래 보아온 터라 야, 이거 정말 운전하면 이 골목을 빠져 나갈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다보니 길에서 보는 대부분의 승용차는 경차라고 할만한 소형차들이 많다. 그리고 자꾸 보다 보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BMW의 MINI와 VW의 New Beetle 같은 것을 보면 자동차로서의 기능성보다도 디자인 때문에 눈이 가게 된다.

 

아무래도 예전 길을 사용하기 때문에 길폭이 상당히 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경차들 천국이다. 미국, 특히 텍사스처럼 우락부락한 거대 트럭/SUV들은 잘 볼 수가 없다.

 

독일 벤츠사가 모회사인 Smart라는 자동차 회사의 2인승 자동차, Smart. 회사 이름과 차 이름이 같다. 정말 앙증맞은 차로 유럽의 좁은 길에 딱 알맞는 차로 보인다. 게다가 이 차는 무광 페인트로 더 멋지게 만들어 놨다.

 

실제 타 볼 기회는 없었지만 차가 작은 만큼 운전은 쉬울 것 같았다. 그리고 차를 운전한다는 기분보다는 놀이 동산에서 범퍼카나 고카트를 모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길을 가다가 쭉 주차된 모습들을 보고 살짝 아이들과 힘을 합치면 들어서 옮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오래 전 티코라는 자동차가 있을 때 친구들과 들어서 주차를 시켰던 기억이 났다.....

 

 

이탈리아 화장실 문화

 

중국, 동남아, 그리고 인도 여행을 하게 된다면 화장실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사용하기 번거롭거나 칸막이가 없는 경우, 그리고 별로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 한국도 지금은 깨끗한 화장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실의 깨끗한 화장실로 유명하지만 내 기억에, 대학교 다닐 때 서울로 고속버스를 타고 다닌다거나 할 때 터미널의 화장실은 그다지 깨끗하지도 않았다. 특히 화장실의 휴지가 없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는 화장실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식당은 항상 위생 검사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화장실을 깨끗이 유지하고 놀이동산, 혹은 프리웨이 상에 종종 있는 휴게실이나 동네 공원 화장실에 가도 비교적 깨끗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휴지도 대부분 비치가 되어 있고. 종종 쓰는 사람들이 개차반이면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유럽 여행에 관한 정보들을 찾아 보다 보면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나온다. 찾기가 어렵고 무료 화장실이 적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읽은, 아니면 혹은 유튜브에서 본 내용에 따르면 상하수도가 처음부터 발달한 상황이 아니라 하수 시설이 필요한 화장실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오물 투성이의 파리에 대한 이야기와 화장실이 없다는 베르사이유 궁전, 그리고 그 냄새 때문에 향수가 발전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화장실은 공공 서비스의 분야라기 보다 돈을 주고 이용해야 하는 시설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는데 여행 중 화장실은 비교적 쉽게 찾고 이용했다. 식당에서 사용한 화장실도 꽤 깨끗했고, 여러 관광지에서 경험한 화장실도 나쁘지는 않았다. 폼페이 여행을 갈 때 나폴리 역에서 1 유로를 내고 사용해야 했던 역사 내의 공중 화장실이 거의 유일한 공중 화장실 경험이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화장실의 청결함이나 접근성이 아니다. 

 

미술관/박물관 등에 있는 공중 화장실, 혹은 식당 화장실을 가더라도 이상하게 변기 커버가 없다. 남자인 나는 어찌어찌 한다 하더라도 여자들은 상당히 불편할 듯.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순간 움찍하게 된다.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커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앉아야 할 커버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면 어떻게 앉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쪼그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걸까. 이 내용은 여행 책자에서도 보지 못했고 많은 여행 유튜브에서도 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처음 식당 화장실에서 이 모습을 보았을 때 조금은 당황했더랬다. 어, 고장난 화장실인가... 싶었다, 처음엔. 그런데 다른 식당에서도,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있는 화장실에서도 커버가 있는 화장실을 보지 못했다. 

 

정말 왜 없을까 궁금했기 때문에 구글 검색을 해 보았다. 그 설명을 보고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해 보시길....  위 사진을 보면 아애 커버를 설치할 구멍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 말은 아애 처음부터 커버를 붙일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호텔 화장실의 경우 변기 커버가 있어 사용하기 편했다. 그리고 항상 그 옆에 있는 이탈리아식 비데. 손을 사용하는 수동 비데이다.

 

두번째 당황스러운 건 비데 문화이다. 화장실의 비데라고 하면 보통 좌변기 자체에 붙어 있는 형태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탈리아 화장실의 비데는 그런 것이 아니라 약간 중동식에 가까운 비데이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이 비데는 화장실 좌변기 옆에 위치하고 있고 작은 욕조 같은 형태이다.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용번을 보고 나서 비데쪽으로 옮겨가 그 위에 걸터 앉게 되는데 이때는 좌변기에 앉는 방향과는 반대로, 즉 벽을 바라보고 앉는다. 그리고 앞에 있는 수도꼭지를 이용해 물을 흘리면서 뒷처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손으로....

그리고 사진에 보면 바로 앞에 타월 같은 것이 걸려 있는데 이건 이 비데 전용 타월이다. 일반 샤워 타월 같은 재질이 아니라 약간 종이 펄프 재질 같이 느껴지는데 구지 따지자면 샤워 타월과 페이퍼 타월의 그 중간쯤 되는 품질과 느낌이다. 이렇게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화장실에 비치된 샤워 타월과 구분이 된다고 한다. 손으로 뒷처리를 한 다음 이 타월에 손과 물에 젖은 몸을 닦는다고 한다. 물론 이 비데는 가정집이나 호텔 화장실에나 비치되어 있지 일반 공중 화장실이나 식당 화장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손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익숙하지 않고 깨름직한 느낌 때문에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다. 그것도 경험인데 한번 시도를 해 볼 걸 그랬나....

 

 

S.P.Q.R.

 

민주주의라고 하면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 보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아테네 시민권자만이 민주주의 정치/투표에 참여 할 수 있는데 부모 모두가 아테네 시민권자인 경우에만 자녀에게 시민권이 부여된다. 즉 외부인이 시민권자가 될 가능성은 아애 없다. 아테네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아리스토텔레스도 마케도니아 출신이라 결코 아테네 시민권자가 될 수 없었다. 또한 투표권과 참정권은 군사 훈련을 마친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아테네 여성들은 제한적인 권리만 있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기원전 4-6세기에 도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낮출 수는 없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었으니 말이다. 당장 중세만 하더라도 왕족과 성직자 이외에는 아애 평등한 조건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도 없었던 시대였다.

 

고대 로마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갈 시점에 고대 아테네로 사람들을 파견해서 그들의 정치 체제를 배워왔다. 그런데 돌아와서 그 방법 그대로를 적용한 것이 아니라 자기네들만의 방식으로 좋은 점은 받아 들이고 나쁘다고 생각한 점은 과감히 바꾸어 버렸다. 그 중에 하나가 로마 시민권에 대한 것이다. 로마 시민권은 취득권이 될 수 있다. 즉, 내가 잘하면 얻을 수 있는 권리였던 것이다. 하다 못해 노예로 태어 났더라도 자기 실력만 있으면 노예에서 해방될 수도 있었으며 자신이 직접, 혹은 자식 대에 가서는 로마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이런 계급의 유동성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역사가들이 고대 로마가 그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드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계급 유동성, 로마 시민권의 취득권이다. 그런데 포로 로마노에 마지막 개선문을 남긴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의 큰 아들, 카라칼라가 황제가 되고 나서 "안토니우스 칙령"을 통해 로마 제국 내의 모든 자유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주어 버렸다. 로마 제국 내의 모든 사람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게 해 주었다는 내용만으로 보면 현대의 기준으로는 아주 극찬을 받을만한 내용이지만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이것이 로마 제국 몰락의 시초로 본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권리는 더 이상 매력있는 권리가 아니며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권리라면 아무도 노력하지 않으려 한다. 남들보다 노력해서 더 얻을 수 있는 점이 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일하고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면 아무도 더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는다.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가 이런 인간의 심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투표할 수 있으면 아무도 투표를 하지 않는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때론 투표율이 60%도 안 된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로마 황제라는 타이틀은 이런 로마 시민을 교묘하게 속이는 타이틀이다. 로마 제국은 로마 시민과 원로원에 의해서 다스려진다는 공화정의 형태를 여전히 유지했다. 그래서 첫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프린켑스 (Princeps civitatis)라는 단어를 교묘히 사용한다. 이 단어는 "제1시민"이라는 뜻이다. 나도 로마 시민 중에 한사람이지만 그냥 그 중에 제일 첫번째에 나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말 장난 때문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속아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황제의 모든 포고문, 명령, 그리고 금화/은화 등의 주화, 공공 기관의 비문, 헌정문, 로마 군단의 군단기에 "SPQR"이라는 글자가 등장한다. 이는 "Senatus Populusque Romanus"의 약자로 "로마의 원로원과 시민"을 의미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로마 원로원과 시민의 이름으로....." 라고 정의 하는 것과 같다. 절대 황제라는 표현은 들어가 있지 않다. 

 

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잊혀졌던 이 단어가 중세를 지나 현대가 되었을 때 갑자기 다시 등장했다. 바로 무솔리니에 의해서. 이탈리아 전체를 장악하고 나서 고대 로마처럼 강력한 국가가 되기를 바랬던 그는 여러 면에서 고대 로마와 같은 방식을 많이 도입했다. 군대도 고대 로마 군단처럼 정비하고 고대 로마 유적지도 재발굴하면서 고대 로마의 후손임을, 그리고 그 옛 영광을 기억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새로운 로마 제국을 위해 잊혀졌던 이 SPQR을 들고 나왔다. 당시 공공 건물들의 문장이나 맨홀에 이 문장을 세기기 시작한 것이다. 

 

로마 시내를 다니다 길에 보이는 맨홀 뚜껑에는 항상 S.P.Q.R 이라고 적혀 있다. 이것 말고도 시가 관리하는 시설에는 이 문구가 여기 저기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이 SPQR은 현대 로마 시의 모토가 되었다. 길을 가다 보면 보이는 모든 맨홀 뚜껑에 이 문장이 보이며 공공 분수, 공공 건물 등 여러 군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를 모토로 생각하고 여기 저기에 찍어 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과거 영광에 대한 부러움과 추억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달리 말하면 "그 때가 좋았지"라고 말하는 건 지금은 그 때만큼 안 좋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씁쓸하긴 하다. 그리고 그냥 그 문장 SPQR에 매료 되어 "멋있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보여서 안스럽다. 말이 아니라 그 뜻도 잘 이해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SPQR을 찍는 것뿐만이 아니라 관공서나 정부가 정말 시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를 바래 본다. 

 

 

젤라또의 천국

 

한국에 있을 때에도 미국에 살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종종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게 되지만 아이들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만 사 먹게 되고 그 아이들 아이스크림만 사게 되지 내가 먹을 아이스크림은 잘 안 사는 것 같다. 게다가 한국 마켓에 가면 브라보콘, 메로나 같은 한국 아이스크림을 파는지라 한 여름이 되면 냉장고에 한국 아이스크림만 사 놓게 되니 더더욱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잘 안 찾아 보게 된다. 

 

이탈리아/로마 여행을 준비하면서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일단 영화 자체가 거의 로마 관광 홍보 영화처럼 로마 곳곳에 있는 명소들을 배경으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장소들이 대부분 방문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곳이라 하루는 로마 호텔에서 "로마의 휴일" 영화 클립들, 그리고 그 때 영화 속의 장소와 지금의 장소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편집해 놓은 클립까지 유튜브로 찾아 보기도 했다. 

 

그 중 인상적인 장면이 "진실의 입" 장면과 "스페인 계단"에서 젤라또 먹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젤라또는 로마, 아니 이탈리아에 도착하자마자 여기 저기 젤라또 가게들이 눈에 띄였는데 아이들이 하루 맛 보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에는 거의 매일 밤 호텔 들어 가기 전에 근처 있는 젤라또 가게가 참새 방아간이 되어 버렸다. 별로 끌리지가 않아 내 것은 주문한 적이 없지만 아이들이 매일 서로 다른 맛을 골라 먹는 모습을 보며 맛있긴 한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 피스타치오 젤라또는 꼭 먹어 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막내의 취향이 민초파라는 것만 확인했다.

 

"진실의 입"이 있는 성당 입구에 있는 안내판. "젤라또 금지".

 

애들이 로마에서의 둘째날인가 처음 먹어 보고는 거의 매일 하나씩은 먹은 것 같다. 내겐 별로 땡기는 디저트는 아니었는듯.

 

 

"트레비 분수" 창문

 

트레비 분수를 방문했던 이야기 중에 배경 건물의 창문 하나가 가짜라는 이야기를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사진 정리 중에 나도 하나 찍어 온게 있는 걸 발견했다. 아래 사진에서 잘 살펴 보시기를. 2층 맨 오른쪽 창문은 그림으로 그려 넣은 가짜 창문.

 

이것만 가짜인 이유가 무슨 도시 전설처럼 이 성에 살던 딸이 너무 이뻐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사진 정리하다가 찾아낸 사진. 2층 맨 오른쪽 창문이 가짜.

 

 

 

 

 

 

오늘 갑자기 올 겨울에 또 유럽 여행 가고 싶냐고 와이프가 물어 왔다.

물론 가고 싶다. 다음 번 예정지는 아마도 바르셀로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희망 사항이다. 

조금만 무리 한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한 두해 정도는 좀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뭐 이미 지난 일주일동안 주식 폭락으로 여행경비는 다 날아 갔다.

그냥 한동안 가고 싶은 설레임만 키우기로 했다. 그냥 그렇게 갈 수 있겠지하며 이런 저런 정보를 알아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행복하니까...